목회관련자료/통일준비

[2017 신년특집] 태영호 前공사 인터뷰

하마사 2017. 1. 3. 16:47

"양극화 심한 평양, 외부에 눈 뜨면… 물먹은 담벽처럼 北 무너질 것"


- 내 세대에 통일되는 게 목표
대북전단 등 외부정보 투입해 '김정은=신' 마음의 기둥 뽑아야

- 대북제재는 효과 없다?
지표보다 심리적 동요 훨씬 커… 엘리트들 '앞날이 없다'고 느껴

- 아들에게 '잘 살아 보자' 했더니…
"그럼 이제부터 인터넷·책·영화 마음대로 볼 수 있죠?"라 물어
北 젊은이에겐 이게 잘 사는 것

지난해 7월 말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최근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과감하고도 직설적인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외교관으로 체제 선전을 담당했던 그가 지금은 김정은 정권의 폐단을 지적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출석, 통일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30일에는 조선일보 본사를 찾았다. 그는 인터뷰 준비를 하던 중 자신의 신용카드를 꺼내며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여러분에게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야 하는데…"라고 했다.

―처음 서울에 도착했을 때 무엇이 보였나.

"눈시울이 뿌옇게 돼서 처음엔 뭘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숙소로 가는 길에 한참 눈을 비비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건물이 대단히 많았는데 산천(山川)은 북한과 똑같았다. 평양비행장에 내려서 평양 시내로 가는 것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똑같았다. 같이 가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같은 나라인데 당연히 같지 않겠어요'라고 하더라."

―영국에서 탈출할 때 두 아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했나.

"영국 대사관을 벗어나면서 '너희에게서 노예의 사슬을 벗겨주겠다. 잘 살아 봐라'고 했더니 애들이 '그럼 이제부터 인터넷도 마음대로 하고, 영화도 마음대로 보고, 책도 마음대로 보고 이렇게 되는 거죠'라고 하더라. 난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했는데,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잘 산다'는 의미는 다른 것 같다."

―김정은이 집권한 지 5년이 넘어가는데, 그에 대한 북한 내부의 평가는 어떻게 바뀌었나.

"(2011년)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이어받았을 때 나뿐 아니라 (외무성) 동료들도 뭔가 달라질 것이라 봤다. 젊고, 해외에서 오래 살다 왔으니 상당히 기대감이 컸고, 희망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 김정은 너는 결국 김일성 손자고, 김정일 아들이구나' 하는 걸로 바뀌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30일 서울 조선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에 온 소회를 말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서울의) 산천은 북한과 똑같았다”며 “내 세대에 통일이 돼서 내 발로 고향에 가서 동료 만나고 친척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30일 서울 조선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에 온 소회를 말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서울의) 산천은 북한과 똑같았다”며 “내 세대에 통일이 돼서 내 발로 고향에 가서 동료 만나고 친척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언제 김정은에게서 희망이 없다고 봤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을 때 북한 시장에서 3일간 물건이 팔리지 못했다. 시장 아줌마들도 다 충격받아 물건도 안 팔고 앉으면 장성택 얘기만 했다. 김일성·김정일 때도 숙청이 있었고, 로열패밀리 권력 암투도 있었지만 그때는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을 노동신문과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신(神)처럼 여기는 로열패밀리가 '마약 하고 외국에서 도박하고 수백만달러 돈을 착복했다'고 하니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김정은이 '공포선행통치'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김일성·김정일 때는 처형 이유가 명백했지만, 김정은이 간부들을 처형한 이유는 모호하고 황당하다. 정책적인 문제가 아니라 김정은 비위를 거스르면 즉흥적인 판단에 목이 날아간다. 한 사람을 죽여서 만 사람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미리 겁을 주는 것이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중앙당 안의 한 개 부서를 도륙 낸 적도 있다. 직책 있는 사람은 모두 총살하고, 문서 나르는 말단 행정원 가족까지 모두 수용소에 보냈다."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구체적인 기술 수준은 내가 말하기 어렵다. 다만 김일성·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진 북한의 '핵 계주'가 곡선주로를 지나 결승선이 있는 마지막 직선주로에 들어섰다는 걸 한국 정부와 국민이 꼭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 대선을 앞두고 핵실험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나.

"내가 여름에 탈북했기 때문에 그 이후 상황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탈출 시점에서 북한은 한국이 대선 치르고 미국 새 정부가 자리 잡는 2017년 말 2018년 초를 적기로 봤다. 이후 한국 새 정부가 대화 제의를 해올 때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한국 새 정부가 대화 제의를 할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나.

"북한은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보수든 진보든 이전 정권과 정책적 차별을 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북 정책도 강경책에서 유화책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북한이 미사일 쏴서 주가(株價)가 떨어지면 한국 정부는 민심과 언론에 굴복해 정세를 안정 관리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약점을 치고 들어가려 할 것이다."

―한국에서 제재는 효과가 없으니 대화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대북 제재 실효성은 (경제지표) 숫자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변화를 모두 보고 판단해야 한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 엘리트들과 주민들의 심리적 동요가 매우 크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제재가 효과를 보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면, 영국에 있던 조선민족보험총회사가 추방됐다. 이 보험회사를 통해 북한은 런던 시장에서 수천만달러의 이득을 얻었는데 이를 잃었다."

―'인권 공세'에 대해서도 '실효성은 없고 북한을 자극할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북한이 유엔 인권 무대에서 표 대결을 포기한 것은 엄청난 성과다. 해마다 유엔인권총회에서 표 대결까지 갔는데 올해는 북한이 포기했다. 표 대결 하면 몇 대 몇 숫자가 나오는데, 이는 북한이 얼마나 열세에 몰려 있는지를 보여줄 뿐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또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면 북한 일반 주민들에게 '김정은=범죄자'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줄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것에 대해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나.

"북한은 한국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하는 강수를 설마 쓸까 했는데 (4차 핵실험 후) 정말로 했다. 한국이 먼저 개성공단 폐쇄를 하지 않았다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동참했을까. 핵 문제는 한국의 생사와 직결된 문제인데, 한국이 먼저 이 같은 조치를 안 했으면 다른 나라에 경제 제재에 동참해달라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00년과 2007년에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를 북한 내부에선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 사람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 받은 것도 모른다. 모든 건 김정일의 공(功)이다. 지난 수십년간 남북 대결을 김정일이 나서서 해소하고 화해협력의 시대를 열었다고 선전했다. 한국 언론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북한 주민들이 열렬히 환영을 했다고 보도했는데, 북한은 김정일·김정은이 나온 행사는 모두 그렇게 한다."

―한 외국 외교관이 "한국은 대규모 시위를 그렇게 많이 하는데, 같은 민족인 북한은 어떻게 반세기 넘도록 아무 저항이 없느냐"고 하더라. 북한에서 어떤 형태로든 반란이나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나.

"현 시점에선 그러기 어렵다고 본다. 공포선행정치에선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하면 다 죽인다. 북한에서 잘나가던 은하수악단도 무슨 문제가 있어 2013년 여름에 주요 배우들이 총살당하거나 집을 뺏겼다. 배우들이 살던 집이 아파트였는데, 당시 군인들이 엘리베이터가 느리니 창문을 열고 가구를 밖으로 집어던졌다. 엄청난 소동이 벌어지는데도 주민들은 말없이 지나다녔다. 일단 나만 다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민심은 김정은을 떠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민중봉기가 생길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북한 주민들을 김정은 체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계몽해야 한다. 탈북 단체들의 활동을 도우면서, 특히 평양시와 휴전선의 군인들을 타깃으로 해서 공략해야 한다. 평양시는 북한에서 양극화와 갈등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휴전선에 있는 군인들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이들을 우선적으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 계몽해야 한다는 말인가.

"김정은이 신이라는 마음의 기둥을 허물어 버려야 한다. 그들은 수령을 신처럼, 하늘처럼 떠받드는 우상화 교육을 70년간 해왔다. 대북 전단 등을 이용해 외부 정보를 유입해야 한다. 김씨 가문의 허구성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하 러 왔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가.

"자식 세대가 아니라 내 세대에 통일이 돼서 내 발로 고향에 가서 동료 만나고 친척 만나는 것이 소원이다. 한국 국민과 정부가 하나로 단합돼 나선다면 김정은 정권은 물먹은 담벽처럼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세대에 통일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올바른 통일관을 심어주기 위한 안보 분야에서 활동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1/2017010101401.html


-조선일보, 20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