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라티파 알 막툼 공주가 한국에서 큰돈을 써가며 애완견을 복제했다는 뉴스를 보고 동네 애견센터에 들러봤다. 20㎡도 안 되는 실내는 애견용 음식 판매대와 새장만 한 호텔, 진료실·수술실·조제실이 칸막이로 나뉘어 있다. 벽에 한우 내피, 치킨 꽈배기, 오메가3 참치 플러스 등 포장 음식이 진열돼 있다. 포장지 언어는 모두 영어다. '궁중식 애견 특식' 광고판도 있다. 40대 주인은 "구충제 투약과 심장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줘야 '애들'이 건강하게 산다"고 했다. '도그 TV' '도그 유치원' '도그 카페'도 있다고 하니, 주인 잘 만난 반려동물은 살맛 날 것 같다.
미국의 호텔 갑부 레오나 헴슬리(1920 ~2007)는 반려견 사랑이 극진했다. 그는 8년생 몰티즈종(種) '트러블'에게 1200만달러(약 143억원)를 상속했다. 남동생은 이 개가 걱정 없이 여생을 살도록 돌보는 대가로 1000만달러를 상속받았다. 헴슬리는 트러블에게 바닷가재 케이크와 크림치즈, 훈제 야채, 철갑상어알을 자기 손으로 직접 먹였다. 트러블의 1년 생활비는 경호비 10만달러를 포함, 19만달러(약 2억3000만원)였다.
미국인들은 "미쳤다" "정신 나갔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헴슬리 개인 입장에서 보면 깊이 생각한 '합리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아들을 일찍 떠나 보내고 남편과도 사별한 뒤 혼자 살았던 그의 외로움과 사업 스트레스를 트러블 외에 누가 삭여줬을까.
두바이 공주와 헴슬리의 사례는 인류의 오래된 꿈, 장생불사(長生不死)의 발전 단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다. 인류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세포 복제를 통한 육체 보존과 기억정보 유지를 통한 정신 보존, 이 두 길을 걸어왔다. 육체 보존은 두바이 공주처럼 동물 복제에 성공해 윤리 문턱만 남겨두고 있다. 정신 보존은 '딥블루' '왓슨' '알파고' 등 AI(인공지능) 발전으로 진행 중이다. 알파고 설계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2009년에 인간의 기억을 스캔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극히 초보 단계인 이 실험이 발전하면 과거의 기억도 스캔해 AI와 결합한 뒤 복제한 육체에 이식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은 영원히 죽지 않고 새로운 직업도 찾을 것이다.
-조선일보, 2016/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