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농부는 깜짝 놀라 황희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아니 왜 그러시오?” 황희가 의아해하며 묻자 농부는 “쉿, 목소리를 낮추시오”라며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황희는 농부의 행동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 또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소곤대는 것이오?” 그러자 농부가 다시 속삭이듯 대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소들은 다 일을 잘하지만 누런 소가 묵묵하게 제 할 일을 잘하는 편이지요.”
황희는 황당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말을 해 주면 될 것을 뭐가 무서워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것이오?” 그러자 농부는 “그건 선비님이 잘 모르셔서 하는 소리입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자기 허물을 듣는다면 좋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황희는 농부가 일깨워 준 교훈을 평생 가슴에 새긴 채 정사에 임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말할 때 다시 한 번 생각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고경환 목사(순복음원당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6/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