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세계경제 난기류
인구절벽·고용절벽·소비절벽 등 사방이 절벽, 성장 엔진 꺼져
정책은 타이밍이고 시그널…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해 선제적·과감한 위기 대처 필요
동시다발적 악재라는 돌풍 속에 출발한 새해 벽두, 세계경제는 난기류를 만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투자자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과 함께 신흥국 환율과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IMF는 금년도 세계 성장 전망치를 3%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중국 쇼크에 따른 세계경제 동반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동 정세 불안, IS 테러 확산, 북한 핵실험까지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는 형국이다.
국가 명운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정치나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자본 유출은 확대되고 위기 가능성은 증폭된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신년 첫 커버스토리는 브라질의 몰락이고 표지 모델은 머리를 떨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다. 얼마 전까지 국제 무대의 스타로 주목받던 브라질의 추락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무절제한 재정 운영, 그리고 무기력한 정치 리더십의 칵테일 효과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금년에 G20 회원국 중 IMF 구제금융을 받을 나라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다.
지난 6개월간 외환보유액이 20%나 줄어든 중국 경제 경착륙 징후가 예사롭지 않다. 작년 성장률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6%대로 떨어져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유지)' 시대가 막을 내렸다. 더군다나 공식 통계보다 실제 상황은 더 나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도한 부채, 부동산 버블, 취약한 금융 시스템 등 당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나온다.
중국 경기 침체는 한국 경제에 더블 펀치다. 한국 대외 수출의 25%를 점하는 대중(對中)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국내 기업 경쟁력에 엄청난 부담이다. 중국 기업의 저가 물량 공세는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칭다오 하이얼의 미국 GE 가전 부문 인수에서 보듯 '차이나 머니'의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M&A)은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내린다.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 위기 못지않게 현 상황이 우려되는 이유는 과거 한국 경제 회복의 디딤돌이었던 중국이 걸림돌로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안보 경제의 동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옳지만 상응하는 국정 운영의 결연함은 묻어나지 않는다. 정책은 타이밍이고 시그널이다. 위기 대처는 선제적이며 과감해야 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난주 프랑스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가 이럴 정도면 우리도 위기관리 체제를 격상하고 청와대 주재 비상 경제대책 벙커회의 가동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불안 심리를 부추겨서도 안 되지만 당국의 긴장된 모습이 안 보여 시장 불안을 키운다면 문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역대 최장 '셀 코리아' 행진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금융사의 '탈(脫)한국' 행렬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지금은 과거 단기적 유동성 위기와 차원이 다른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위기 상황이고, 자칫 반세기 기적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지 모를 기로에 있다.
벼랑길에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난다. 인구절벽, 고용절벽, 소비절벽, 재정절벽 등 사방에 절벽이고 성장 엔진은 꺼져간다. 노동 개혁은 뒷걸음질치고 시급한 구조조정을 위한 핵심 법안 처리는 늦어진다. 정치권의 위기 불감증이 위기의 진원지란 말이 과장이 아니다. 최근 대만 총통 선거는 표면상 양안(兩岸) 관계가 쟁점이었지만 실제 표심을 가른 건 경제다. 중국과의 관계 경색 우려에도 차이잉원 후보를 당선시킨 힘은 경제 살리기를 택한 유권자 심판이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이 작년에 한국 정치 시스템 효율성을 세계 80위권 후진국 수준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 출신 대통령이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 대열에 동참한 현실은 안타깝고 민망하다. '동물 국회' 막으려다 '식물 국회'로 전락시켰다는 국회선진화법부터 서둘러 고쳐야 한다. 오랫동안 소위 '민주주의 비용'을 과도하게 치르면서 국제사회에서 홀대받던 인도가 경제 개혁을 앞세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후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한 사실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올해는 원숭이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병신년(丙申年) 출생이고 생김새 때문에 원숭이란 별명을 가졌다. 그가 4세기 전 일본의 패권을 다투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나눈 대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천하를 노리는 자는 많은데 천하를 진정 걱정하는 자는 적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듯하다. 오는 4월 치러질 20대 총선 예비 후보자 10명 중 근 4명이 전과 경력을 가졌다니 개탄할 수준의 정치판이다. 국익과 민생을 우선시하는 생산적 국회로 거듭나게 할 책임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역사적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정치 혁신 없이는 경제 부흥의 미래는 없다.
국가 명운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정치나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자본 유출은 확대되고 위기 가능성은 증폭된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신년 첫 커버스토리는 브라질의 몰락이고 표지 모델은 머리를 떨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다. 얼마 전까지 국제 무대의 스타로 주목받던 브라질의 추락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무절제한 재정 운영, 그리고 무기력한 정치 리더십의 칵테일 효과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금년에 G20 회원국 중 IMF 구제금융을 받을 나라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다.
지난 6개월간 외환보유액이 20%나 줄어든 중국 경제 경착륙 징후가 예사롭지 않다. 작년 성장률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6%대로 떨어져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유지)' 시대가 막을 내렸다. 더군다나 공식 통계보다 실제 상황은 더 나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도한 부채, 부동산 버블, 취약한 금융 시스템 등 당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나온다.
중국 경기 침체는 한국 경제에 더블 펀치다. 한국 대외 수출의 25%를 점하는 대중(對中)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국내 기업 경쟁력에 엄청난 부담이다. 중국 기업의 저가 물량 공세는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칭다오 하이얼의 미국 GE 가전 부문 인수에서 보듯 '차이나 머니'의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M&A)은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내린다.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 위기 못지않게 현 상황이 우려되는 이유는 과거 한국 경제 회복의 디딤돌이었던 중국이 걸림돌로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안보 경제의 동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옳지만 상응하는 국정 운영의 결연함은 묻어나지 않는다. 정책은 타이밍이고 시그널이다. 위기 대처는 선제적이며 과감해야 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난주 프랑스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가 이럴 정도면 우리도 위기관리 체제를 격상하고 청와대 주재 비상 경제대책 벙커회의 가동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불안 심리를 부추겨서도 안 되지만 당국의 긴장된 모습이 안 보여 시장 불안을 키운다면 문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역대 최장 '셀 코리아' 행진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금융사의 '탈(脫)한국' 행렬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지금은 과거 단기적 유동성 위기와 차원이 다른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위기 상황이고, 자칫 반세기 기적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지 모를 기로에 있다.
벼랑길에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난다. 인구절벽, 고용절벽, 소비절벽, 재정절벽 등 사방에 절벽이고 성장 엔진은 꺼져간다. 노동 개혁은 뒷걸음질치고 시급한 구조조정을 위한 핵심 법안 처리는 늦어진다. 정치권의 위기 불감증이 위기의 진원지란 말이 과장이 아니다. 최근 대만 총통 선거는 표면상 양안(兩岸) 관계가 쟁점이었지만 실제 표심을 가른 건 경제다. 중국과의 관계 경색 우려에도 차이잉원 후보를 당선시킨 힘은 경제 살리기를 택한 유권자 심판이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이 작년에 한국 정치 시스템 효율성을 세계 80위권 후진국 수준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 출신 대통령이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 대열에 동참한 현실은 안타깝고 민망하다. '동물 국회' 막으려다 '식물 국회'로 전락시켰다는 국회선진화법부터 서둘러 고쳐야 한다. 오랫동안 소위 '민주주의 비용'을 과도하게 치르면서 국제사회에서 홀대받던 인도가 경제 개혁을 앞세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후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한 사실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올해는 원숭이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병신년(丙申年) 출생이고 생김새 때문에 원숭이란 별명을 가졌다. 그가 4세기 전 일본의 패권을 다투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나눈 대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천하를 노리는 자는 많은데 천하를 진정 걱정하는 자는 적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듯하다. 오는 4월 치러질 20대 총선 예비 후보자 10명 중 근 4명이 전과 경력을 가졌다니 개탄할 수준의 정치판이다. 국익과 민생을 우선시하는 생산적 국회로 거듭나게 할 책임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역사적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정치 혁신 없이는 경제 부흥의 미래는 없다.
-조선일보, 2016/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