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감사했던 101가지 이야기' 펴낸 사지마비 중증 장애인 이일세씨

하마사 2015. 10. 20. 09:18

만성 욕창 불구하고 봉사 활발
"어떤 부·명예도 건강만은 못 해… 힘든 사람들 날 보며 희망 갖길"

31년째 날마다 새 신발을 신는 남자가 있다. 열 켤레가량을 번갈아 신는데 늘 주름 하나 없이 깨끗하다. 걸을 수 없어 바닥을 밟을 일이 없는 그는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그는 "매일 새 신발을 신을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19년 전 중증 장애인으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입학해 화제가 됐던 이일세(54)씨가 최근 '사지마비 장애인이어서 기쁘고 감사했던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으로 살며 좋고 감사한 일을 백 가지 넘게 생각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리를 쥐어짜 내듯 지나간 시간을 되짚어 가며 하나하나 더해갔어요. 비장애인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 들 때면 서글퍼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전동 휠체어를 타고 성남 분당구 야탑역 광장을 지나가는 이일세씨. 그는 “의학의 발달로 한 번이라도 일어설 수 있다면 나 때문에 너무 많이 고생하신 부모님을 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했다.  
전전동 휠체어를 타고 성남 분당구 야탑역 광장을 지나가는 이일세씨. 그는 “의학의 발달로 한 번이라도 일어설 수 있다면 나 때문에 너무 많이 고생하신 부모님을 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101가지 이야기'는 '새 신발'을 비롯해 '서서 소변을 볼 수 없으니 변기에 소변이 튀지 않는다'거나 '장애를 갖고 살다 보니 참을성이 많아진다'는 등 어찌 보면 당연하거나 사소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삶에 지친 비장애인들이 '당신보단 그래도 내가 낫다'고 여기면서 희망과 자신감을 갖길 바라며 쓴 책"이라고 했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갑자기 장애인이 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용기를 주는 내용도 담았다.

1984년 스키를 타다가 다쳐 지체장애 1급의 중증 장애인이 된 그는 하버드 졸업 후 국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새천년민주당 창당 멤버로 활동했고 환경관리공단 감사로도 일했는데 근래 수년간은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지난 봄까지 10년 넘게 그를 괴롭힌 욕창(褥瘡) 때문이었다.

공단 감사 시절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엉덩이와 허벅지에 재발한 욕창이 뼈까지 염증으로 퍼지는 골수염으로 진행됐다. 괴사한 피부와 근육을 제거하고 손상된 뼈를 긁어내는 대수술을 7차례나 받았다. "저는 낡은 헝겊 인형이에요. 찢어지면 꿰매고 터지면 또 꿰매 너덜너덜해진 헝겊 인형과 닮았어요. 그나마 욕창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뼈가 썩어가도 아픔을 느낄 수 없는 제 장애 덕이죠."

욕창의 고통 속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섰다. 그는 2003년 열린세상 국민문화운동본부를 만들어 매년 2~3차례 저소득 중증 장애인 집을 고쳐주고 있다. 6년 전부터는 휠체어를 타고도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인터넷 카페 '휠체어로 세계로'를 운영한다. "카페 운영자로 회원들과 어울리면서 비로소 제가 장애인임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다른 장애인 앞에서 잘난 체만 하고 주로 비장애인과 어울렸거든요."

그를 "부모 잘 만난 금수저 장애인"이라고 폄훼하는 사람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 경호실에서 근무했던 이광노(84) 전 국회 사무총장이 아버지다. 이씨는 "비슷한 고통을 안고 사는 장애인이 그런 말을 하면 더 속상하다"고 했다. "부모님 지원이 없었다면 하버드 진학은 솔직히 어려웠겠지요. 저도 '복받은 장애인'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비장애인 중에도 제 환경·학벌·인맥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부와 명예와도 바꿀 수 없는 건강한 팔다리를 갖고서도요."

 

-조선일보,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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