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코끼리가 물을 마실 때 젊은 코끼리에게서 볼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동물학자의 눈에 관찰됐다. 늙은 코끼리는 앞발로 일부러 물을 흐려놓고 마셨다. 연구결과 이 행동은 물에 비친 자신의 주름진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끼리도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보기 싫은 것일까. 그러나 코끼리가 물을 흐린다고 자신의 주름진 얼굴까지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진실을 외면할 순 있어도 진실을 없앨 순 없다.
간통법 위헌 폐지로 우리 사회의 성적 타락은 한층 심해지고 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유부남 유부녀들의 불륜 행각은 드라마에 나오는 것보다 더 혐오스럽다. 혹자의 표현대로 이 나라는 불륜 공화국이 돼가고 있다. 불륜의 악취를 위선 속에 감추고 금지된 욕망을 찾아 오늘도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로 인해 단란해야 할 가정이 불행의 화마에 고통당하고 있다.
물을 흐리게 한다고 해서 주름진 코끼리의 얼굴이 감춰질 수 없듯이 죄를 감춘다고 해서 죄의 영향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죄의 씨는 가시밭에서도 잘 자라는 슈퍼종자와 같다. 자신과 가정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더 이상 죄를 짓지 말자.
고일호 목사(서울 영은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5/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