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민족이 일제(日帝)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70년 되는 날이다. 70년 전 이날 이 나라 이 민족이 신생 독립국가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겪어온 지난 70년은 세계 어느 민족, 어느 국가도 경험하기 힘든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해방과 함께 닥친 분단(分斷), 민족 전체를 절멸(絶滅)의 위기로 몰아넣은 6·25전쟁,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열악한 조건 등을 딛고 산업화·민주화를 일궈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숱한 신생 독립국가 중 이런 과제들을 모두 이뤄낸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은 3만1000배 이상 늘었고, 1인당 국민소득도 1만4800배 커졌다. 70년 전 최빈국(最貧國)이었던 이 나라가 세계 8위의 무역 대국으로 발돋움한 데 이어 민주주의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인권이 국가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았다. 국가적 차원에서 20세기 세계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현명한 결단을 내렸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의 혼란을 딛고 3년 만에 건국(建國)에 성공했다. 2000년 가까운 왕조(王朝) 시대를 거쳐 일제 식민지로 굴러 떨어졌던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정을 새로운 정치 체제로, 자유시장 경제를 새로운 발전 모델로 삼은 것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한·미 동맹(同盟) 역시 우리가 요구하고 선택한 길이었다. 6·25 종전(終戰)을 서두를 뿐 한국과 군사 동맹을 맺을 생각이 없던 미국을 압박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의 버팀목이 된 한·미 동맹을 이끌어냈다.
민족 간 내전(內戰) 이후 세계 어느 나라도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았다. 대다수 신생 독립국가처럼 산업화와 민주화 가운데 어느 하나만 성공하거나 둘 다 성공하지 못한 채 주저앉을 것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공 시대를 열었다. 세계화와 정보화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는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식 발전 모델 자체가 한계에 부딪힌 듯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치 체제는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국가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저(低)성장 늪에 빠진 경제와 양극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묵은 지역 갈등에다 정파·이념 갈등에 이어 이제는 세대(世代) 갈등까지 커지고 있다. 언제든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내부의 시한폭탄들이다. 새로운 국가 전략과 통합·관용의 공동체 통합 모델을 찾아내는 것은 한시가 급한 국가적 급선무다.
광복은 지금껏 미완(未完)의 상태로 남아 있다. 해방과 함께 닥친 분단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달리 공산주의 일당 독재의 길로 내달렸던 북한은 김씨 왕조가 다스리는 봉건 왕국으로 전락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동포들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과 굶주림·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대남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이처럼 호전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을 상대하면서 70년 동안 막대한 유·무형의 분단 비용을 치러 왔다. 광복을 완성하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통일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70년 전 우리 손으로 이뤄내지 못한 해방이 숱한 혼란과 막대한 희생을 불러왔던 역사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통일까지 무방비로 놓아두는 것은 우리의 역사적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광복 70년의 성취를 넘어 남북이 하나 된 '원(One) 코리아'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광복 70년을 맞은 오늘 70년 동안 우리 스스로 이루어 낸 성취들이 분단의 벽을 허물고 온 민족이 함께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환(變換)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1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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