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가 날조라는 세력에 맞서 싸울 것"
교수직 무산되고 딸은 신상 털려
"역사적 진실 밝히기 위해 쓴 기사… 고독했지만 절대로 후회 않는다"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13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예전 위안부 관련 보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여러분, 저는 (위안부 문제를) 날조한 기자가 아닙니다. 부당한 공격에는 절대로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50대의 일본 언론인은 일어로 '절대로'를 말할 때 힘을 주었다. 24년 전인 1991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처음으로 일본 유력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 보도했다는 이유로 줄곧 일본 극우 세력의 비난과 협박을 받아온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57)씨다.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전쟁과 폭력의 세기의 여성을 생각하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그가 1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에서의 기자회견은 처음이다. 회견장에 온 50여명의 기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본 기자였다.
우에무라씨는 "김학순 할머니의 묘지 앞에서 '저널리스트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 문제에 착실히 마주하겠다'고 다짐하겠다"며 회견을 시작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처음으로 보도하고도 극우 세력의 비난 때문에 멀리해 온 위안부 문제를 다시 제대로 취재하고 연구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1991년 8월 11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전쟁 반세기 무거운 입 열리다'라는 제목의 증언 기사를 썼다. 그 사흘 뒤 김학순 할머니가 실명을 밝히며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회견이 오랜 시간 묻혀 있던 200여명 피해자 할머니의 증언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우에무라씨는 극우 세력의 공적(公敵)이 됐다. 그들은 '위안부'가 아니라 '정신대'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 등으로 우에무라씨를 '날조 기자'라고 매도했다. 그는 "당시 위안부를 지칭하는 단어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탓에 다른 언론사들도 '정신대'와 '위안부'를 혼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한 일본 주간지가 우에무라씨를 겨냥해 '위안부 날조 아사히 기자, 여대 교수로'라는 기사를 게재한 뒤 그는 테러 협박까지 받았다. 그 기사가 나가면서 그를 전임교수로 임용할 예정이던 고베 쇼인여자학원대학으로 "임용을 취소하라"는 항의 메일과 전화가 쏟아졌다. 결국 교수 임용은 없던 일이 됐다. 그는 "처음에는 내 해명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은 대학에 화가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 비상근 강사로 재직 중인 홋카이도 호쿠세이학원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에무라는 기자회견에서 누군가 대학으로 보낸 협박 엽서를 공개했다. '나가라, 이 학교에서! 일본에서 나가라! 매국노!' '일본에서 돈 벌지 말고 좋아하는 한국으로 가라'는 등의 내용이다. 심지어 그의 딸도 극우 세력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딸의 실명을 올려놓고 '이 자식의 아버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일본인이 고생하고 있는 거냐. 자살할 때까지 몰아갈 수밖에 없다' 따위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딸이 다니는 대학에는 '어디로 도망가든 죽이겠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엽서가 배달됐다고 한다.
하지만 우에무라씨는 "극우 세력의 비난에 시달리며 고독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시 1991년으로 돌아가도 같은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 그는 "그 기사 덕에 나를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을 만날 수 있었고 세상에 위안부 문제를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날조 기자'라고 비난해온 언론인과 교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저는 한국을 위해 기사를 쓴 게 아닙니다.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썼을 뿐입니다."
-조선일보, 201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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