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황금 목소리' 앞에… 세계가 줄을 섰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주역 이용훈… 가장 주목받는 한국 테너]
이달 뮌헨 '일 트로바토레' 공연, 2019년까지 런던 등 일정 꽉 차
집세 못 낼 정도로 가난 시달려… 어느새 캐스팅 1순위 자리 잡아
"후배들에게 삶의 모델 됐으면"
테너 이용훈(42·서울대 교수)은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이 앞다퉈 찾는 스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 밀라노 스칼라 극장은 물론 빈, 뮌헨, 베를린 같은 정상급 오페라 극장에 정기적으로 모습을 보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10년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신작 데뷔 후 매년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2019년까지 출연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국내 무대에서 노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의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에 주역 만리코로 나선 이용훈을 만났다. 그는 풍부한 성량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드라마틱 테너였다. 어머니가 적에게 사로잡혔다는 얘기를 듣고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 '타오르는 저 불꽃을 보라'의 힘찬 '하이 C(테너 최고음)'도 일품이었지만, 그 직전 연인 레오노라에게 바치는 아리아 '사랑스러운 그대여'는 더 빛나는 절창이었다. 객석에선 일찌감치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주역 만리코로 출연하는 테너 이용훈. 극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객석을 압도했다. 오른쪽은 이 극장 간판 소프라노인 아냐 하르테로스. /바이에른 국립오페라/Wilfried Hosl
"어려운 아리아가 연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힘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첫 아리아부터 충실히 부를 때 관객들도 모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공연 직후 밤 10시 넘어 극장 대기실에서 만난 이용훈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3~4층 높이의 무대 세트에서 아리아를 부르고 계단을 뛰어내려와 다시 어려운 아리아를 불러야 하는 프로덕션입니다. 테너에겐 괴로운 일이지요."
이용훈의 상대역은 독일의 대표적 프리마돈나 아냐 하르테로스(Harteros·43). 훤칠한 키의 하르테로스는 청중을 쥐락펴락하는 탄력 있는 목소리로 품격 있는 레오노라를 만들어냈다.
◇이용훈의 '로케트 커리어'
이용훈은 오페라계에 벼락처럼 내린 스타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에서 부른 '돈 카를로'가 데뷔였다. 3개월 후 스페인 발렌시아 극장을 이끌던 거장(巨匠) 로린 마젤이 그를 전격 캐스팅했다. 음악계에선 그의 경력을 '로케트 커리어'라고 부른다. 로케트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 지난달 30일 바이에른 오페라극장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난 이용훈. /김기철 기자
◇신앙인 이용훈
이용훈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프랑크푸르트 데뷔를 비롯, "모든 게 하나님이 예비해주신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선교단체(베다니 선교회)에서 파송 받은 '선교사'이며 지금은 뉴욕 UPS(Urban Prayer Station)와 활동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1년 내내 공연에 쫓기면서도 여름 한 달만큼은 만사 제쳐놓고 선교 여행에 나선다. 남미나 아프리카의 오지 원주민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이런 그를 특별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저를 드러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인터뷰를 거의 안 하는 이유도 그래서이고요. 제 삶의 목적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에 따르는 겁니다."
◇서울대 교수 이용훈
작년 그의 이름이 잠깐 뉴스를 탔다. 1년6개월간 교수 채용 문제로 잡음을 빚던 서울대 성악과에 특채되면서다. "작년 5월 캄보디아 선교 여행을 가느라 잠깐 귀국했어요. 12년 만의 귀국이었습니다. 마침 서울대에서 교수 채용을 위한 면접에 나오라고 한 때가 그때였어요." 이용훈은 "크리스천 음악인의 모델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응했다"고 했다.
밤 12시가 가까워졌다. 극장 앞엔 유럽 여행 중 뮌헨까지 찾아온 제자들이 기다렸다. 그들은 스승의 성실한 무대를 보며 이미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조선일보, 2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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