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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부담금으로 '호스피스 환자' 돌볼 인프라 확충을

하마사 2014. 9. 29. 15:08

서울대 의대가 40세 이상 한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죽음의 질(質)을 몇 점 정도로 평가하느냐'고 물었더니 평균점이 고작 49.4점이었다. 몇 년 전 영국 전문기관이 OECD 30개국을 포함해 40개 나라의 죽음의 질을 조사해 한국을 32위로 평가한 적도 있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미 없는 연명(延命) 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확산됐다. 그러나 '품격 있는 죽음'을 위한 호스피스 치료의 인프라가 너무 취약한 상태다. 호스피스는 통증을 진통제 등으로 조절해주면서 마사지, 목욕, 미술·원예 치료, 심리 상담으로 환자가 정신적 안정을 유지한 상태에서 평온한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치료이다. 인구 3억명의 미국은 호스피스 시설이 5300곳이나 되는 반면 국내엔 55곳뿐이다. 한 해 암으로 죽는 환자만 7만5000명이지만 호스피스 병상 수(數)는 전국을 합쳐 880개에 불과하다. 그러니 미국은 암 사망자 10명 중 6명이 호스피스 시설에서 마지막을 맞지만 한국은 8명 중 1명만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려면 대기 번호표 받고 기다려야 하고 보통 입원 한 달이 넘으면 짐을 싸들고 나와야 한다.

복지부는 2006년 당시 300개였던 호스피스 병상을 2015년까지 250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작년 10월엔 2020년까지 1400개 병상을 확보하겠다며 목표를 대폭 낮춰 잡았다. 병원들 입장에선 호스피스 병상을 유지하려면 공간도 넓어야 하고 의료진만 아니라 상담사·사회복지사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 설치를 기피하고 있다. 대구의료원은 최근 개설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난 때문에 내달 폐쇄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일자 앞으로 더 운영해보기로 했다. 국립암센터의 경우 2006년 100개의 호스피스 병상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가 연간 20억원씩 적자가 난다는 예상이 나오자 포기했다.

정부가 담배에서 거두는 한 해 1조5000억원의 건강증진부담금 가운데 일부만 호스피스 인프라 확충에 지원해도 말기(末期) 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암 치료는 비용의 95%를 건강보험으로 부담해주는데 호스피스 치료엔 일절 건강보험 지원이 없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조선일보 사설, 2014/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