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조지 베스트의 사례
어떤 감독도 통제에 실패 맷 버스비만 컨트롤 성공 비결은 야단치지 않는 것
CEO가 진짜 해야 할 일
능력 있는 직원 살리는 건 CEO의 진심 어린 '認定' 퍼거슨·박지성이 좋은 예
- ▲ 조근호 행복마루 컨설팅 대표
축구 용어로 '조지 베스트 신드롬'이라는 것이 있다. 불세출의 축구 천재 조지 베스트는 1963년 17세의 나이로 영국 프로 축구팀 맨체스트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 1974년까지 총 474경기 중 181골을 넣었다. 1968년에는 유럽 최우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고향 북아일랜드에는 그의 이름이 들어간 조지 베스트 벨페스트 시티 공항도 있다.
그러나 그는 악동이었다. 맷 버스비 감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컨트롤할 수 없었다. 1969년 맷 버스비가 맨유를 떠난 뒤 다른 여러 감독이 그를 컨트롤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렇게 실패한 감독들을 두고 '조지 베스트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다른 감독이 휘어잡지 못하는 악동 선수를 자신만은 훌륭한 선수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심리 현상.'
경영자들 역시 '조지 베스트 신드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조직원들의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지만, 성공하는 경영자는 많지 않다. 조직원의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해답은 조지 베스트의 입장에서 찾아야 한다.
제임스 쿠제스와 배리 포스너는 '리더십 챌린지'라는 책에서, 그 질문에 '존중'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조직원에 대한 상사의 '존중'이 충성을 이끌어 내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말이다.
존중에는 첫째 야단치지 않는 것, 둘째 인정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로 사항을 살피고 해결해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될 때 조직원은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조지 베스트의 스승인 맷 버스비의 리더십에는 위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 있다. 조지 베스트가 술과 여자로 방황할 때 다른 감독과는 달리 야단치지 않고 그를 기다려 주었으며, 탐색전을 펼치라는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공격에 나선 조지 베스트가 전반 12분까지 2골을 넣었을 때도 '베스트는 귀마개를 하고 있었을 거야'라고 농담하며 실력을 인정해 주었다. 조지 베스트가 향수병에 시달릴 때는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매 주말 고향 벨파스트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 개인적인 문제까지 해결해 줬다.
메리 케이 화장품 회사의 창업자는 이렇게 상상하라고 조언한다. "당신 회사의 모든 사람이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세요'라는 팻말을 머리 위에 들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필자는 2008년 3월 대전지검장에 취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같이 지내는 동안 여러분을 야단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화내지도 않겠습니다." 일주일 뒤 직원들이 기억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검사장이 화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진짜 지켜질까?' 약속한 대로 1년 내내 야단치지도, 화내지도 않고 지냈다. 그 때문인지 1년 뒤 대전지검의 모든 성과 지표는 전년에 비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필자는 '인정하기' 시간이란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20여명의 참석자를 두 줄로 마주 보게 한 뒤 한쪽 팀이 먼저 상대방 팀원들과 차례로 1분 동안 말로써 공감하고 칭찬해주게 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먼저 인정을 받은 팀이 상대팀을 인정해주게 했다. 결과는 먼저 인정받기를 경험한 팀이 인정하기를 더 잘 하는 걸로 나왔다. 이 실습을 이끈 코칭 전문가 고현숙 교수는 "인정은 많이 해보고, 많이 받아볼수록 더 잘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직원을 잘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CEO의 일입니다."
몇 년 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박지성 선수에게 쓴 편지가 화제가 됐다. '지성이에게. 내 손자는 그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자네를 내가 다른 팀으로 보냈다는 이유로 나에게 화가 나 있다네. 하지만 자네를 떠나 보내는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 자네가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네. (중략) 개인적으로 자네는 우리 팀 선수 중 가장 충성심 있고 정직한 선수 중 한 사람이었다네. (중략) 난 언제까지나 자네를 나의 선수로 여길 것이라네.'
얼마 전 몇몇 경영인과 '능력만 보고 직원을 뽑을 것인가, 아니면 능력은 좀 부족해도 충성할 직원을 뽑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화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능력을 보고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어떻게 그 유능한 직원의 충성을 이끌어낼 것인가? 그들은 그것이 CEO 몫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느 직원이나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 해결해 주는 것, 제가 할 일이지요." 어느 기업인의 말이다.
CEO들이 맷 버스비와 같이 직원들을 존중해주면, 그들은 몸과 마음을 바쳐 조직에 충성하게 될 것이다. CEO가 '조지 베스트 신드롬'을 넘어서 진정으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조직원들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이 혹시 만성피로라는 병을 앓고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은 주사도 약도 아닌 CEO의 존중이다. 존중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지만, 결국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Weekly BIZ][조근호의 '행복 경영'], 201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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