改宗했다고 사형선고… 어느 수단(Sudan·아프리카의 이슬람 다수 국가) 여성의 기구한 삶

이슬람법 따라 붙잡힌 기독교인, 한 살배기 아들도 같이 수감…

손발 묶인채 獄中 둘째 출산
국제사회 반발에 극적 석방

 

수단 여성 마리암 야히아 이브라힘 이스학(오른쪽)과 그의 남편 다니엘 와니가 2011년 결혼할 당시의 모습. /BBC

 

지난달 15일 아프리카 수단의 법정 피고인석에 출산을 불과 10여일 남겨둔 만삭(滿朔)의 임신부 마리암 야히아 이브라힘 이스학(27)이 섰다. 그의 죄명은 '개종(改宗)'이었다. 수감 당시 법원은 이스학의 한 살배기 아들 마틴도 '개종하고서 낳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함께 감방에 넣었다. 재판 끝에 이날 수단 법원은 그에게 채찍 100대의 태형과 교수형을 각각 선고했다. 12일 뒤인 지난달 27일 그는 딸 마야를 감방에서 출산했다.

이스학의 아버지는 독실한 무슬림(이슬람 신자)이었다. 어머니는 무슬림을 가장했지만 실제로는 에티오피아 정교회 소속의 기독교인이었다. 어머니는 딸 이스학을 남몰래 자신의 신앙대로 키웠다. 이스학이 6세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은 뒤로 이 가정은 기독교 집안이 됐다.

이스학은 2011년 수도 하르툼의 한 교회에서 수단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인 다니엘 와니(생화학 연구원)를 만났다. 그해 둘은 결혼식을 올렸고 이듬해 마틴을 낳았다. 둘째를 갓 임신했던 지난해 8월 이스학은 수단 당국에 체포됐다. 이스학의 아버지 쪽 친척이 "이스학이 이슬람을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기독교인과 결혼했다"며 고발했던 것이다. 전체 인구 97%가 무슬림인 수단에서 기독교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수단은 현행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에서 다른 종교로의 개종이나 무슬림과 비무슬림 간의 결혼은 금지하고 있다.

수단 당국은 이스학이 현지법상으로는 아버지의 종교를 물려받은 무슬림이기 때문에 기독교인 남편과의 결혼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학은 "나는 어렸을 적부터 기독교인으로 자랐기 때문에 기독교인으로 개종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지난 2월 법원은 최종 심리에서 이스학에게 사흘 말미를 주고 이슬람으로 복귀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스학은 "진짜 종교는 취소하거나 버릴 수 없는 것"이라고 거절했다. 결국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남편 와니는 항소했다. 와니는 애초부터 기독교도인 데다 미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처벌받지는 않았다.

이스학의 투옥 소식은 서방 사회의 반발을 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오늘날 어디에도 있을 수 없는 야만적 대우"라고 수단 정부를 비판했다. 와니가 면회를 갔을 때 임신 8개월이었던 이스학의 손과 발에는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둘째를 출산할 때조차 이스학의 발에는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이스학의 '옥중(獄中) 출산'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이 한층 거세졌다. 항소 법원은 23일 이스학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선일보, 2014/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