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시국 미사에서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가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하면서 독도에서 훈련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해요? 쏴 버려야지. 안 쏘면 대통령이 문제 있어요"라면서 "NLL에서 한·미 군사 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말했다. 북의 연평도 포격이 당연한 것이란 얘기다. 박 신부는 3대 세습 왕조인 북한을 "노동자·농민을 중심으로 하는 정체(政體)"라고 했다. "천안함 폭침은 (정부가) 북한이 한 거라고 만든 것"이라고도 했다.
23일은 연평도 포격 3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을 하루 앞두고 단국대는 이 학교 학생으로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연평도에서 북이 쏜 포탄을 맞고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를 기려 사회과학관 316호실을 '서정우 강의실'로 명명했다. 고 서 하사 어머니 김오복씨는 아들의 사진이 새겨진 강의실 현판을 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북이 연평도 군시설과 민가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고 서 하사 등 해병대원 2명과 주민 2명이 목숨을 잃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고 한(恨)은 쌓여만 가고 있다.
바로 그날 박 신부는 북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해병대원 2명은 북의 정당한 행위를 막는 불의를 저지르다 숨진 것이 되고 주민 2명은 그야말로 개죽음을 한 것이 된다. 사람이 정치 패싸움에 빠져서 제정신을 잃으면 온갖 소리를 다 할 수 있다. 그런 말 같지 않은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 이제 웬만한 정치적 폭언이나 막말에는 익숙해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 싸움에 뛰어든 신부가 제 나라를 부정하고 제 국민의 죽음을 모독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일부 인사들이 종교의 옷을 입고 북을 추종하는 행태는 이렇게 점점 노골적으로 돼 가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70년대 이후 민주화 투쟁에서 쌓은 명망을 엉뚱하게 친북(親北)·반미(反美) 활동에 탕진하고 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KAL 858기 폭파조차 북의 소행이 아니라고 하고, 평택 미군 기지·한미 FTA·제주 해군 기지 반대 시위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주민 폭압 참상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북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비판하는 천주교 내부 목소리에 대해선 "골수 반공"이라고 비난했다.
이것을 '정의 구현'이라고 한다면 정의(正義)에 대한 모독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박 신부 말이 파문을 일으킨 지 이틀이 되도록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이들을 '종북(從北) 구현 사제단'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사설,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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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서울대교구장, 전주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발언 비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0·사진) 대주교가 24일 천주교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염 대주교는 이날 정오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신앙의 해 폐막 미사' 강론을 통해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또 "평신도의 고유 영역은 세상으로써 현세의 질서를 개선하는 것이 고유 임무이고, 교회의 사제들은 복음 전파와 인간의 성화(聖化)의 사명을 지닌다"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사제들이 정치나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親交)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하셨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의 이런 언급은 지난 22일 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이 시국 미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박창신 원로신부가 미사 강론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등 일부 천주교 사제들이 현실 정치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는 데 대한 우려와 경고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천주교는 15개 지역 교구와 군종(軍宗) 교구가 각각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의 뿌리이고 전체 사제와 신자의 4분의 1 이상이 속해 있는 서울대교구가 전통적으로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왔다.
-조선일보,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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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국민에 욕먹고, 나라를 혼란시키는 神父까지 나왔는지…"
김계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지도신부 "일부 사제 연평도 발언, 놀랍고 부끄러운 일"
"종교는 국경이 없지만 종교인은 국민의 도리 다해야
미사 강론은 신앙·윤리에 국한, 정치는 교회법으로 금지
정의구현사제단, 신부·수녀 처형한 北인권엔 왜 침묵하나"
"우리가 쳐들어간 것도 아니고 군사훈련을 핑계로 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발언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장병들은 뭐가 됩니까? 종교는 국경이 없지만 종교인은 국가가 있고, 국민의 도리를 다해야 합니다. 천주교 사제들이 국민의 정서에 어긋나고 공산당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지부 신부들이 지난 22일 저녁 전북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가진 시국 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신부가 강론을 통해 "NLL서 한·미 훈련 하면 쏴야죠. 그것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라고 말한 데 대해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김계춘(82) 지도신부는 "놀랍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쩌다 신부들이 양식 있는 신자들로부터 배척받고 국민에게 욕을 먹는 존재가 됐는지 한탄스럽다"고 했다.
- 김계춘 신부는 “레닌은 ‘신부 한 명을 포섭하는 것이 1개 사단 병력을 늘리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며 “한국 천주교가 그런 위협에 처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성당의 미사 강론을 통해 이런 터무니없는 발언을 해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미사는 합당한 장소에서 사랑과 평화의 마음으로 드려야 합니다. 강론은 예수의 말씀을 풀어서 그 사상과 마음을 알아듣기 쉽게 전해 신자들이 예수를 닮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찬반이 있고, 신자들의 분열과 미움을 자아내고 나라를 혼란시키는 소재는 피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 강론은 안 됩니다."
―굳이 미사 강론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사제의 '교도권(敎導權·신자를 가르치고 이끄는 권한)'과 교회의 '무류지권(無謬之權·잘못이 있을 수 없음)'에 기대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교도권과 무류지권은 신앙과 윤리 문제에 국한됩니다. 정치와 과학에 대해서는 행사하지 못한다고 교회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신부는 사회의 모든 문제에 판결을 내리는 심판자가 아닙니다. 사회문제는 신학이나 철학만 공부한 신부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인 신자가 더 많이 압니다. 그런데도 신부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문제에 의견을 제시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기 견해를 강요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신부들의 정치 활동 한계는 어디까지입니까.
"신부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지 못합니다. 사제로서 고유 책무에 충실하라는 뜻이지요. 그러니 정당들은 신부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타락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경우도 민주당은 신부들의 발언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이 '정부가 사제단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서 '신부님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면 잘못된 것은 처음부터 분명히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일부 사제들의 정치적 편향 때문에 성당 나가기를 싫어하는 천주교 신자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정의구현사제단이 없어지기 전까지 성당 안 다니겠다' '정치 강론 때문에 성당 나가기가 싫다'는 신자들의 하소연을 많이 듣습니다. 신자들은 정치적으로 사제들에게 순명(順命)할 의무가 없습니다. 정치적 편향이 심한 신부는 거부하고 다른 성당으로 옮기는 등 적극 항거해야 합니다. 그 신부에게도 '그러면 안 된다'고 과감히 말하고, 교구청이나 교황청에도 그런 사실을 알리는 것이 평신도의 역할이자 의무입니다."
―극히 일부 사제의 언행 때문에 천주교 전체가 '반(反)대한민국 집단'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천주교 지도부의 지도력이 너무 약해졌습니다. 교권(敎權)을 갖고 있는 교구장들은 천주교가 용공주의로 인식되는 것을 우려하고 신부들의 정치 행동을 다스려야 합니다. 아랫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기 싫어서 말을 안 한다면 너무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천주교와 공산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하시는데요.
"천주교는 근본적으로 반공(反共)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부가 공산당에 입당하면 파문당합니다. 저는 함흥에서 피란 나오기 전 함흥 성당에서 북한 정권이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시체와 건물을 함께 불태운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함흥 감옥에서는 이마에 도끼를 맞고 우물에 던져진 베네딕도회 수녀님의 시신을 어렵게 수습해 장례를 치렀습니다. 광복 후 북한에서는 공산당이 많은 신부와 수녀를 처형했고, 지금까지도 신부와 수녀가 한 명도 없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에게 왜 북한에서 순교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는 안 하는지, 북한 인권 문제와 선교에는 왜 관심이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김계춘 신부는
함경남도 정평 출신으로 베네딕도수도회가 설립한 덕원 신학교를 다니다가 공산당의 박해를 피해 월남했다. 가톨릭신학대에서 공부를 계속해 1960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군종(軍宗) 신부로 22년간 복무했고, 대령으로 전역한 다음에는 천주교 부산교구에서 본당 주임신부와 총대리(실무총책임자)로 사목했다. 한국 ME(부부일치) 대표신부를 오랫동안 맡았고, 6대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공동선실천부산종교지도자협의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 활동도 활발히 해 왔다. 2005년 은퇴 후 서울 발산동 성당 등에서 ‘할아버지 신부’로 후배를 도와주고 있으며 2010년부터 천주교 안의 용공(容共)적 흐름을 경고하고 바로잡는 일을 벌이고 있다.
-조선일보,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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