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춘천마라톤] 100여m 남기고 압도적 스퍼트… 쿠갓, 한 발 차이로 정상에

작년 챔피언 키엥에 1초 앞서… 지난 준우승 아쉬움 한 번에 털어
2시간08분29초… 국제 부문 1위

'마라톤 스토리' 2만5000여개가 춘천의 가을을 수놓았다.

27일 춘천 의암호 순환 코스에서 열린 2013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조선일보사·춘천시·스포츠조선·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 주최) 겸 제67회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는 단풍보다 붉은 열정을 품고 달린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잔치였다.

27일 강원도 춘천의 의암호 순환 코스에서 열린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가을이 곱게 물든 의암댐 주변 도로를 달리고 있다. /허영한 기자·헬리캠 조종 문명기

국제 초청 부문에선 극적인 승부가 벌어졌다. 작년 대회 2위였던 닉슨 쿠갓(25)이 2시간08분29초로 1위를 했고, 작년 우승자였던 데이비드 켐보이 키엥(30)이 1초 뒤진 2시간08분30초로 2위를 했다. 3위인 프란시스 킵코에치 보웬(40·이상 케냐)이 2시간08분53초로 뒤를 이었다. 1~3위가 모두 2시간08분대의 좋은 성적을 냈다. 날씨부터 레이스를 도왔다. 출발 시각인 오전 9시의 기온이 섭씨 4도였고, 엘리트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오전 11시까지도 10도 정도로 쾌적했다.

쿠갓은 키엥, 보웬 등과 선두권을 이루며 달리다 38㎞ 지점을 지나면서 먼저 치고 나갔다. 약 50m를 앞서며 독주하던 그는 40㎞ 이후 키엥과 보웬에게 따라잡히더니 키엥에게 추월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쿠갓은 100여m를 남기고 마지막 스퍼트를 했고, 키엥과 각축을 벌이다 골인 직전 역전에 성공했다. 작년 밀라노 마라톤에서 2위를 하며 세웠던 종전 개인 최고기록(2시간08분43초)도 깼다. 춘마 대회 기록(2시간07분03초·2011년 스탠리 키플레팅 비요트·케냐)엔 1분26초가 뒤졌다.

케냐의 닉슨 쿠갓이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팔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쿠갓과 키엥은 경쟁자이기에 앞서 같은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동료이다. 쿠갓은 "키엥과 함께 훈련을 했기 때문에 서로 아주 잘 안다"면서 "작년에 져서 올해는 이겨보려고 최선을 다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쿠갓은 우승 상금으로 5만달러(약 5300만원)를 받았다.

3위 입상자 보웬의 역주도 화제를 모았다. 이날 만 40세 15일이었던 보웬(1973년 10월 12일생)은 만 40세 이상의 마라토너를 대상으로 한 마스터스 부문 세계기록에 단 7초가 뒤졌다. 마스터스 세계기록은 멕시코의 안드레스 에스피노자가 만 40세 7개월 24일의 나이였던 2003년 베를린 마라톤(2008년 9월 28일)에서 세웠던 2시간08분46초이다. 건설 회사 근로자 출신인 보웬은 서른 살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개인 최고기록은 2시간08분01초(2011년 발렌시아 마라톤).

단풍보다 붉은 2만5000명의 '춘마 스토리'…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울긋불긋한 단풍, 고요한 호수가 국내 최고의 마라톤 축제에 참가한 2만5000여명과 함께 달렸다. 27일 강원도 춘천 의암호 순환 코스에서 열린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출발선으로부터 약 8㎞ 지점의 신연교 구간을 지나가고 있다. 케냐의 닉슨 쿠갓(25)이 2시간08분29초로 2위 데이비드 켐보이 키엥(케냐)을 1초 차로 제치는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주완중 기자

불혹의 나이에도 현역 마라토너로 활동하는 그는 "삶은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춘천마라톤엔 처음 출전했는데,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다시 참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마라톤 특별취재팀]

▲취재=조정훈 부장, 성진혁 차장, 장민석, 최수현, 손장훈, 윤동빈(이상 스포츠부) 박상기, 정경화, 김정재(이상 사회부) 조호진(산업부) 김시현(경제부) 이기문(국제부) 엄보운(주말뉴스부) 정상혁(대중문화부)

▲사진=이명원 부장, 전기병 차장, 허영한 차장, 주완중 차장, 조인원 차장, 오종찬, 성형주(이상 조선영상비전 멀티미디어영상부)

 

 -조선일보, 201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