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정

고독死

하마사 2013. 10. 5. 11:36

 

2007년 전북 김제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는 경로당을 열고 '그룹 홈'이라고 이름 붙였다. 노인들이 모여 쉬거나 여가를 즐기던 마을회관을 홀로 사는 65세 이상 할머니들이 24시간 먹고 잘 수 있는 공동생활 시설로 바꿨다. 할머니들은 함께 밥 짓고 청소하고 운동하고 목욕했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의 고독사(孤獨死)가 잇달고 노인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이런저런 병에 시달리며 거동도 제대로 못 하던 할머니들은 함께 어울리고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으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공동생활을 하기 전엔 한 사람이 한 해 평균 열여덟 번 병원을 찾던 것이 3분의 1인 여섯 번으로 줄었다. 김제시는 전체 609개 경로당 가운데 128곳을 그룹 홈으로 만들었다. 다른 지자체도 따라 했다. 그룹 홈 노인들을 조사했더니 93%가 "전에 비해 외롭지 않다"고 했다.


	[만물상] 고독死
▶고독사는 일본에서 온 말이다. 가족·친척·사회와 떨어져 살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을 맞고 죽어서도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010년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한 해 무연고 사망자가 3만2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해 충격을 던졌다. 때마침 죽은 지 오래돼 백골(白骨)이 된 시신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고독사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일본에선 '무연(無緣) 비즈니스' 업체가 여럿 생겨났다. 지자체로부터 한 건에 300만~360만원씩 받고 죽은 이의 유품을 정리하고 화장까지 끝내주는 서비스다.

▶우리도 일본과 비슷한 핵가족·고령화의 길을 밟아 온 만큼 고독사가 남의 얘기일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독사에 대한 통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올해 125만명인 홀몸 노인이 2015년 137만명을 거쳐 2025년 224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는 이미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홀로 쓸쓸한 노년을 보내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조차 외롭게 맞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엊그제 부산의 다세대주택에서 죽은 지 5년가량 된 60대 여성의 주검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이 주택에는 두 가구가 더 살고 있었지만 이웃이나 집주인이나 그의 죽음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는 가족, 친·인척과 교류도 없었다고 한다. 복지, 복지 해도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권리만 한 큰 복지도 없다. 고독사에 대처할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자처럼 쪼개지고 끊긴 인간관계를 어떻게 회복할지 고민할 때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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