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기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는 여자가 되고 싶어 했다. 온몸의 털을 뽑아 부드러운 맵시를 뽐내려 했다. 얼굴에 백랍을 칠해 뽀얗게 했고 볼에도 연지를 발랐다. 요즘 말로 S라인이 드러나는 여자 옷을 입고 자신을 '여왕'이라 부르게 했다. 그는 금발 마차꾼 노예를 좋아해 남편으로 삼고 결혼까지 했다. 마침내 황제는 사랑의 결단을 내렸다. 로마 최고 의사를 불러 자신의 성기를 여성처럼 바꿨다고 했다. 그는 스물도 안 돼 죽었다.
▶3000년 전 중국 주(周)나라에도 남자끼리 결혼 비슷하게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중세 스페인에도 동성 결혼이 있었고,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때 일부 여성들이 결혼 부부처럼 살았다. 미국 동부에서는 여성끼리 살면 '보스턴 결혼'이라고 불렀다. 헨리 제임스의 페미니즘 소설 '보스턴 사람들'에서 따온 말이었다. 1989년 덴마크가 동성 짝을 '등록된 파트너 관계'로 처음 인정했다. '동성 결혼'은 2001년 네덜란드가 처음 법제화했다.
▶토요일 저녁 서울 청계천에서 48세 영화감독과 29세 영화제작사 대표가 첫 공개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둘은 나이 차가 열아홉인 남성들이다. 친한 영화감독 셋이 사회를 맡았고, 1000명 가까운 하객과 시민이 결혼식을 지켜봤다. 하객 중에는 영화계 인사들, 진보 쪽 정치인이 많았다. 결혼식은 동성애 축제였다. 식장 주변에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수십 개가 나부꼈다.
▶이날 결혼식에는 오물을 뿌리며 방해하거나 "청계천 더럽히는 동성결혼"이라며 뛰어든 사람도 있었다. 지난 5월 미디어리서치 조사로는 한국인 73.8%가 동성애를 '비정상적 사랑'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여론조사기관이 39개국을 조사했더니 2007~2013년 한국의 동성애 수용 증가율(18%→39%)이 가장 높았다. 2010년 김수현이 동성애를 따뜻이 감쌌던 TV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영향도 컸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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