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사람

氷速 세계선수권 2연패최강 스프린터 이상화

하마사 2013. 4. 6. 13:41

당신도 예뻐요 연아 못지않게
상화는 매력녀…쌍꺼풀 없는 눈이 제 매력포인트
취미는 네일아트와 레고 조립 경기전엔 손톱 꽃단장한답니다
상화는 쿨하다…징크스? 전혀 없어요
세리머니? 준비한 적 없죠…헝그리정신? 요즘에 누가…

“슬럼프는 자기 내면에 있는 꾀병…저는 달리고 또 도전하며 극복했죠"

가장 큰 敵은 잡념…'이겨야 돼, 꼭 이겨야돼'…이게 욕심에 불을 당겨요
그럼 꼭 실수하게 돼요…허벅지 얘기 너~무 싫어요…기사에 둘레가 몇 센티라며
몸에 막 선 그려넣고…이제 그만 해주세요…

연아랑 왜 비교하죠?…"김연아만큼 얼굴이 안돼…너는 광고 못찍는 거야"
악플 달렸는데 웃겼어요…격려 글 많아 신경안써요…
'큰집 이사' 엄마와 약속 지켜…경기전 '놀다 와라' 문자제 마음 참 편하게 해줘요
우승 포상금 2억1000만원부모님에게 다 드렸죠

'빙상 여제' 이상화(24) 선수를 만나러 지난 1일 태릉 선수촌을 찾기 전, "운동복 말고 화사한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지난 해에 이어 금메달을 딴 지 한 주. 2012~2013년 시즌을 7개 국제 레이스 출전, 6개 우승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으로 마무리한 시점에서 약간은 긴장을 푼 모습을 보여도 될 것 같았다. 이상화 선수는 9부 바지와 청재킷, 분홍 꽃무늬 신발 차림으로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면서 선수촌 캠퍼스를 느릿느릿 가로질러 걸어왔다. 재킷 왼쪽 옷깃의 큼지막한 배지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상화'의 이니셜 'SH'가 도드라졌고, 그 이니셜 위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인형이 차렷 자세로 서 있다. 익살스러운 레고(LEGO) 배지다. 직접 조립했단다. 손톱엔 알록달록 네일아트가 반짝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세계 최강의 스프린터’이상화 선수를 지난 1일 태릉 선수촌에서 만났다. 스피드스케이팅500m 세계신기록을 지난 1월 갈아치운 이 선수는“보이는 모습과 달리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한다”며 이니셜‘SH’를 새긴 옷깃의 레고(LEGO) 배지를 가리켰다. / 김연정 객원기자
캐나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3년. 이상화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더 빨리, 더 집요하게 달려왔다. 올림픽 후 각종 국제 대회에서 열네 번의 '1등'을 했다. 밴쿠버에서 함께 금메달을 땄던 모태범은 같은 기간 네 번 우승했고 김연아는 한동안 국제 대회에서 멀어졌다가 최근 복귀했다. 이상화 선수는 또 지난 1월, 500m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세계 최강의 스프린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랐는데, '이만하면 됐다' 싶을 듯도 한데 질주를 멈추지 않고 더 집요하게 달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기록이 엄청나네요"라고 하자 그는 "허벅지 얘기는 꺼내지 마세요"라고 목소리를 날카롭게 높였다. 기자가 움찔하자 레고 배지를 가리키면서 "그래도 제가 보이는 모습과 달리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한다"고 표정을 풀었다.

◇징크스 "전혀 없다", 취미는 레고·네일아트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워낙 꾸미는 것을 좋아해요. 약간의 여가 생활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잖아요. 경기 나가기 전에는 네일아트 해주는 편이에요. 징크스는 아니고, 자신에 대한 투자죠."

―징크스는 없어요?

"없어요. 전혀."

―손톱 직접 꾸미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혼자 해요. 강남에 단골 숍(shop)이 있어요. 원장님이 제 스타일 다 아세요. 화려하게 해줄 때도 있고 귀엽게 해줄 때도 있고…. 고등학교 때부터 손톱에 관심이 많았어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할 때 얼굴 빼고 거의 유일하게 보이는 게 손이잖아요."

―레고를 무척 좋아하나 봐요.

"어릴 때부터 작은 사람들이 한집에 사는 레고 세상이 너무너무 예뻐 보였거든요. 몇년 전 우연히 레고를 다시 보았는데 어릴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모으게 되었어요."

―얼마나 모았는데요?

"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큰 상자로 열 상자 정도 돼요. 아직 포장을 안 푼 상자도 있고 풀어서 조립해 놓은 것도 있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도시를 만드는 '시티'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좋아해요. 얼마 전에 빙상연맹 회장님이 사준 건 '몬스터 파이터' 시리즈라고 성(城)만드는 건데요, 아직 안 풀었어요."

지난달 24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선수권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는 이상화 선수. / 로이터 뉴시스 제공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지난 1월 세계신기록 수립 후 포상금 수여식에서 이상화 선수에게 레고 세트를 선물했다. 이 선수는 그때 "회장님이 카카오톡으로 '밥을 사주겠다'고 하기에 '레고를 사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화면보다 훨씬 날씬하고 여성스럽네요. 경기 끝나고 나오는 본인 사진 보면 어때요?

"아 진짜, 못나게 나온 사진들 정말 많아요. 그런 거 보면 어휴… 마음이 아프죠. 눈에 흰자가 엄청 많이 나왔다든지, 잇몸이 너무 보인다든지…. '도대체 왜 이런 사진을 쓰나', '기자가 안티 아냐' 이러면서 화가 나요. 악플보다 더 싫은 게 못나게 나온 사진이에요."

◇"쫓기는 사람, 쫓는 사람… 모두 다 달려야"

―세리머니 준비해본 적 있어요?

"태극기, 세리머니 그런 거 준비해본 적 없어요.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항상 경기하기 전에는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무슨 뜻이죠?

"이미 운동선수로서 꿈을 거의 다 이뤘다고 생각을 해요. 많이 얻었죠. 올림픽 금메달도 한 번 땄고, 세계선수권·월드컵 해서 우승을 많이 해봤잖아요. 그리고 설령 안 좋은 성적이 나오더라도 다음 기회가 있기 마련이니까 모든 걸 잃을 일도 없는 거죠."

―누군가를 이기고, 또 다른 누구를 이기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앞에 따라갈 사람이 없어진 거잖아요. 초조하지는 않나요?

"그런 건 없어요. 경쟁 상대는 제 위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에요. 제 아래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제 기록이 더 좋아지고 세계신기록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1등에 있는 게 부담은 더 돼요.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니까."

―앞서 가는 사람이 많을 때와 뒤따라오는 사람이 많을 때, 언제가 더 초조해요?

"완전히 똑같아요. 쫓기는 사람, 쫓는 사람…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기분이, 느낌이, 초조함의 정도가. 2등일 때는 1등에 있는 친구를 잡으려면 계속 달려야 하잖아요. 제가 1등에 있다면 2등, 3등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또 달려야 해요. 똑같은 거예요. 모두가 다 달려야 하는 거예요.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한순간도 멈출 수가 없는 거죠."

―'더 얻을 것이 없다'면서요. 왜 멈추지 않아요?

"나이가 어리잖아요. 도전할 수 있는 게 아직 많아요. 예를 들어서 내년 올림픽이요. 끝없이 도전할 것이 생겨요. 사람들은 '궁극의 목표가 무엇이냐'라고 묻는데 도전할 것이 있으니까 도전하는 거예요. 긴긴 목표는 없어요."

―세계신기록 갈아치울 땐 기분이 어땠어요?

"예전에 이강석 선수가 세계신기록 세울 때(2007년 3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세계선수권대회) 제가 그 경기장에 있었어요. '우와 대단하다' 그랬거든요. 그걸 제가 이번에 한 거잖아요. '나도 대단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뿌듯했죠."

―자신의 기록을 계속 깨 나가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신기록은 자신과 싸움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타왔던 스케이팅의 느낌을 토대로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고, 저렇게 하면 이렇게 되고… 하는 그 느낌을 잘 기억하고 살리는 거예요. 기억하지 않고는 발전할 수가 없어요."

―주변의 기대 같은 게 부담되진 않았어요?

"올 시즌은 처음부터 너무 성적이 좋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세계신기록 얘기를 했어요. 한국뿐 아니라 외국 선수들까지요. 주변에서 그러니까 부담이 오는 거예요. 지난 1월 캐나다(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가기 전에 너무 떨리더라고요. 올림픽처럼요. '지금도 좋은데, 이걸(신기록) 내려면 욕심을 부려야 하잖아'라는 생각에 부담됐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계속 설득했어요. '올림픽 아니다, 올림픽 아니다…' 이렇게요."

―언제가 가장 힘들었어요?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요. 초등학교 때는 다른 애들 학교 끝나고 운동장에서 발야구하고 노는데 저만 못 끼고 아이스링크로 가서 훈련해야 해서 싫었어요. 중학교 때는 사춘기가 찾아왔죠. 나는 잘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너무 혼내니까 몹시 힘들었어요. 그만두고 싶었어요."

―어린 나이에 슬럼프를 겪었네요.

"흠… 슬럼프 아니라 사춘기겠죠. 부모님이 나에게 쏟은 열정과 돈이 아까워서 '뭘 그만두느냐. 그냥 하자' 하고 버텼어요. 힘들었죠."

◇"가장 큰 적은 생각, 생각의 불씨는 욕심"

―슬럼프는 없었어요?

"2007년에요. 제가 이름을 알리기 전인데, 안 좋았어요. 당시 처음으로 월드컵을 나갔어요. 지금도 제 경쟁자인 독일의 예니 볼프와 경기를 치렀는데 그 선수는 1등을 하고 저는 15등을 한 거예요. 그때부터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심리적인 압박은 아니었던 것 같고, 연습이 모자랐던 것 같아요. 그래도 15등으로 시작한 시즌을 마지막에 3등으로 끌어올렸죠."

―슬럼프를 그냥 열심히 해서 극복했다는 거네요?

"저는 슬럼프가 자기 내면에 있는 꾀병인 것 같아요. 마음속 어딘가 하기 싫은 구석이 있는데, 슬럼프라고 핑계 대면서 계속 안 하는 거죠. 저는 반대로 계속 도전했어요. 끊임없이. 혼자 야간 운동을 한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다음 경기에서 성적이 또 안 좋아요. 그래도 주저하지 않고 또 달렸어요. 또 안 좋아요. 그런데 아주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는 게 보여요. 아주 미세하게. 그런 변화는 자기밖에 모르는 거예요. 그 미세한 작은 발전을 토대로 달렸어요. 계속…."

―적(敵)이 없어 보여요. 가장 큰 적은 뭐예요?

"생각! 생각이 많아지면요, 한도 끝도 없어요. 생각은 불꽃과도 같아서 활활 타올라요. 생각, 무서워요. 생각이 타오르기 시작하면 마인드콘트롤이 정말 필요해요. 저는 특별한 종교도 없고…방법은 그저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설득이에요."

―활활 타오르는 생각, 그 불씨는 뭔가요.

"욕심이죠. 꼭 이겨야겠다는 욕심. '이겨야 돼' '꼭 이겨야 돼' '무조건 이겨야 돼'…. 이렇게 생각이 커지면 꼭 실수를 하더라고요. 출발점에서 발이 빠져 부정 출발을 한다든지 하는 실수요."

―출발점에 섰을 때 무슨 생각 들어요?

"아무 생각 안 들어요. 깜깜해요."

―스피드스케이팅 친구인 모태범 선수는 '스타트 때 세 발'에서 승부가 결정 난다고 하던데….

"전 그런 건 없어요. 끝까지 그냥 달려봐야 안다는 생각이에요. 상대방이 스케이트를 타는 소리가 계속 들려요. 내 앞에서 소리가 들리면 '따라붙어야겠다', 뒤에 따라오는 선수가 있으면 '도망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끝까지 기를 쓰고 달려요."

―모태범 선수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스케이트를 함께 탔죠?

"이제는 안 해요. 못 하죠, 기록 차이가 많이 나서. 연습은 같이하고요. 초등학교 때만 해도 선생님이 같이 달리게 시켰죠.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상화야. 너는 태범이를 따라가라. 그러면 많이 늘 것이다.' '태범아, 너는 상화한테 지지 마라. 그러면 더 빨라질 것이다.'"

이상화 선수의 레고 열쇠고리.

◇"엄마, 큰 집으로 이사 가자" 약속 2년 만에 지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운동선수' 하면 헝그리 정신이었어요. 라면만 먹고 금메달 땄다는 선수들도 있었고….

"하하하."

―왜요? 헝그리 정신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조금 코믹한가요?

"아, 그렇다기보다는… 어쨌든 요즘은 안 그래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잖아요. 요즘은 경기 앞두고는 체중 조절 때문에 인스턴트 음식 섭취를 못 하게 해요. 라면을 먹고 싶어도 못 먹죠."

―이상화 선수도 어린 시절 아주 유복했던 건 아니죠? 어린 시절 일기에 '훌륭한 선수가 되면 집도 이사 가고, 세탁기도 사고, 가스레인지도 사고, 냉장고, 가정용품 다 사드릴게요'라고 써서 화제가 됐는데요.

"일단 포상금은 부모님 다 드렸고요, 집도 더 넓고 좋은 집으로 옮겼어요. 제 돈만으로는 아니고 부모님 돈 합쳐서요."

이상화 선수는 자신이 태어난 동대문구 장안동의 작은 연립주택에서 살다가 지난해 같은 동네의 더 큰 집으로 이사했다. 밴쿠버올림픽 직후 엄마에게 "메달도 땄으니 큰 집으로 이사 가자"라고 농담처럼 말했던 것이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빙상연맹에 따르면 이상화 선수에게 2010년 올림픽 이후 지급된 포상금은 약 2억1000만원이다. 연맹 관계자는 "ISU의 스피드스케이팅 국제선수권대회 우승 포상금은 협찬이 많이 붙는 피겨스케이팅의 4분의 1 정도"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어떤 말 해줄 때 제일 좋아요?

"경기 전에 받은 이런 문자요.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 놀다 와라.' 부모님은 올림픽 때도 경기 있다고 개회식 빠지지 말고 웬만하면 참가해서 놀라고 하세요. 그럴 때 맘이 편해지죠."

―2010년 밴쿠버올림픽 폐회식 때 김연아 선수가 깜짝 기수로 나왔죠. 김연아 선수가 더 조명을 받는 것 같아서 섭섭하지는 않아요? 전에 '우리가 아무리 메달을 따도 김연아가 금메달 따면 다 묻힌다'라는 말도 했는데요.

"어휴. 그 얘기… 연아한테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생각해보니까 피겨스케이팅도 비인기 종목이었잖아요. 피겨도 연아 때문에 떠오른 거잖아요. 그 말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없네요. 그렇게까지 얘기할 건 없었는데."

―김연아 선수와 비교하는 인터넷 댓글 많죠?

"연아와 저는 친한데, 팬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악플이 많이 달리지는 않아요. 격려해주는 댓글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악플 신경은 별로 안 써요. 속으로 '조용히 할래?' 하는 정도예요. 아, 이런 악플 있었어요. '넌 김연아만큼 얼굴이 안 돼서 광고를 못 찍는 거야.' 화는 안 나고요, 그냥 재밌어요. 웃겨요."

―전에 '김연아 선수도 매력적이지만 저도 저만의 매력이 있겠죠'라고 말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매력은 뭐예요?

"그때는 사실 멋도 모르고 얘기한 거예요. 좀 쑥스럽네요. 각자의 개성이 다르잖아요. 연아가 예쁘고 매력도 넘치는데, 그에 못지않게 저도 (매력이) 있다 이거죠. 굳이 꼽으라면 저는 쌍꺼풀 없이 큰 제 눈이 마음에 들어요. 남들은 코라고 많이 하더라고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딴 후 한국체육대에 모인 한국의 대표 스피드스케이터 모태범·이상화·이승훈(왼쪽부터) 선수. 이상화 선수와 모태범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스케이트를 함께 탄 동갑내기 친구다. / 이태경 기자
◇"반기문·박근혜 대단…그러나 시켜줘도 안 할래요"

―운동선수 아니더라도, 부러운 사람 없어요?

"대단하다 싶은 사람들 있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같은 분이요.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이 되냐'…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도요. '어떻게 여자인데 나라를 다스리지?' 대단해 보여요. 이런 걸 부럽다고 하는 건가요?"

―'반기문' '박근혜' 시켜준다고 하면 할래요?

"아니죠. 절대 아니죠. 그럼 부러운 건 아닌 거네요. '존경한다' 정도겠네요."

이상화 선수는 남자친구를 숨기지 않는다.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이상엽이다. 이 선수는 올림픽 당시 미니홈피에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너와 함께 한다는 것은 나에게 치명적인 힘이다"라고 써서 화제가 됐다.

―남자친구와는 뭐 하고 놀아요?

"같이 레고 보러 다니고 레고도 조립하고 그래요. 남자친구 이제 운동 안 해요. 대학 졸업하면서 아이스하키 그만두고 유학 준비 중이에요."

―남자친구 유학 가면 어떻게 해요?

"같이 가도록 해야죠. 뭐 특별히 유학 일정이 잡히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경기할 때마다 자꾸 허벅지 얘기해서 기분 나쁘죠? 아가씨한테….

"아, 진짜. 저 세계신기록 달성하고 기사 검색해서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제 몸에다가 막 선을 그려서 허벅지가 이만큼 늘었다고, 둘레가 몇 센티미터라고…. 제가 아니라고 했어요. 요즘 스피드스케이팅은 슬림(날씬)한 몸이 더 좋게 여겨져서 체중을 많이 줄였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다음엔 '이상화 선수는 부인했다. 그러나 체육과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허벅지가 이만큼 늘었고…' 이렇게 쓰는 거예요. 너무 싫어요. 짜증 나요."

―허벅지 말고 또 기분 나쁜 보도는 없었어요?

"없어요. 그거 하나예요."

―최근에도 체육과학연구원 가서 검사한 적 있어요?

"했어요. 그런데 자료 달라고 하지 마세요. 체지방 이런 얘기도 그만 쓰고. 알려고도 하지 마요. 기록경기 하는 선수한테 왜 그런 걸 바라요?"

이상화 선수는 아이스링크가 아닌 선수촌 캠퍼스에서 스케이팅 포즈를 취해 달라는 사진 기자의 요구에 격렬히 반발했고, 결국 한 번도 포즈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운동선수가 운동장이 아닌 곳에서 스케이팅 포즈를 하는 건 너무 우스워 보인다"고 거부의 이유를 들었다.

―밴쿠버올림픽 끝나고 '인생 한방 아니에요?'라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솔직히 인생은 한방이라고 생각해요.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이뤄지는 것 같아요. 목표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간절히 원해야 하죠. 간절히 원하는 것이 먼저예요."

―60세 됐을 때 어떤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거 없어요. 앞에서 뛰고 뒤에서 따라오니까 일단은 계속 달려야죠. 제 목표는 다음 경기에서 1등 하는 거예요. 60세 이런 거, 생각 안 해요."

 

-조선일보, 201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