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영국 총리는 재임 중에 나어린 맏아들이 만취 상태로 붙들려 켄싱턴경찰서에 불려갔다. 더구나 아들은 경찰관에게 나이·이름·주소까지 모두 거짓으로 댔다. '다우닝가(街) 10번지'라고 하면 총리 아들인 게 들통날까 봐 그랬겠지만 블레어는 회견장에서 눈물까지 글썽여야 했다. "총리보다 아비 노릇이 더 힘듭니다." 블레어는 술꾼들을 단속하는 현장 벌금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가 "당신 자식이나 잘 간수하라"는 비난에 몰려 벌금제를 거둬들였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발명가 에디슨에게도 말썽쟁이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에게 돈을 타내 사업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버지는 놀고먹는 아들 부부에게 매주 생활비 40달러를 보내줬다. 그러자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하소연했다. "우리는 가장 위대한 분의 자식입니다. 그 돈으로 어찌 살라는 말씀입니까." 에디슨은 "네 남편도 나처럼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중에 농장을 사주고 말았다.
▶중국 판공청 주임은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이다. 작년 봄 링지화 판공청 주임의 아들이 베이징에서 10억원짜리 페라리를 몰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았다. 술에 취해 운전하던 아들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차에 탄 알몸 여대생 둘 중 한 명이 링지화 아들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판공청 주임을 거치면 곧바로 출세가 보장되지만 링지화는 이 사건으로 주저앉아 한동안 찬밥을 먹어야 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올 초 최고 지도부 간담회에서 "내 아이의 사업을 말리지 못한 게 평생 한(恨)"이라며 참담해했다고 홍콩 신문들이 엊그제 전했다. 원 총리는 "정치적으로 중대한 잘못이자 용서받기 힘든 잘못이었다"며 빌었다고 한다. 원자바오 아들은 위성통신 회사 회장직을 꿰차고 큰돈을 모았다. 아비를 등에 업고 득을 봤으니 '부친 예우'인 셈이다. 원자바오는 "중국에선 국가 고위직의 자녀 80%가 기업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변명처럼 들린다.
▶원자바오는 민생 사고가 터지면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찾는 '점퍼 총리'였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그의 가족 재산이 3조원에 이른다고 폭로해 파문을 불렀다. 보도가 맞는다면 그는 두 얼굴을 가진 아버지일까. 부모의 어긋난 사랑이 자식을 그릇된 길로 이끌기도 하고, 자식이 분탕질을 쳐 부모 얼굴에 먹칠을 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아버지는 "웬수가 따로 없다"고 탄식을 뱉는다. 자식 앞에 장사 없다. 위대한 남자도 자식 때문에 운다.
-조선일보, 2013/3/9
'가정 > 가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주 돌봄 십계명 (0) | 2013.07.21 |
---|---|
자녀교육의 황금률 (0) | 2013.04.29 |
은퇴 후 남편과 아내 (0) | 2013.03.07 |
가족의 힘 (0) | 2013.01.02 |
[스크랩] 마지막까지 내곁에 머무는 사람 (0) | 2012.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