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광명성 3호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위성을 운반한 로켓 '은하 3호'는 1·2·3단 로켓이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며 1단 로켓은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 2단 로켓은 평북 동창리 발사대에서 2600여 ㎞ 떨어진 필리핀 근해에 떨어졌다.
위성 운반 로켓은 핵무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한 이래 다섯 번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3단 분리에 모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성공으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1만㎞ 이상 사거리 미사일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미사일에 실어 멀리 보낼 수 있도록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순간 고열을 지탱할 수 있는 기술만 확보하면 미사일로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실재하는 안보 위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을 쏜 목적은 국내적으로 김정일의 업적이라고 선전해온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북한 주민에게 강성대국의 길로 들어섰다고 선전하고 대외적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손을 내밀도록 하려는 것이다. 북이 2006년 미사일 발사 후 석 달 뒤, 2009년 미사일 발사 후 50일 뒤 핵실험을 한 것으로 보아 이번에도 3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기들 입맛대로 움직여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오판이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만 국제사회에 심어줬다. 유엔은 즉각 안보리를 소집해 북한 제재 방안 협의에 들어갔고 미국·일본·EU는 일제히 북한 도발엔 상응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2005년 북한의 해외 자금줄을 옥죄는 데 효과가 있었던 BDA(방코델타아시아) 제재 같은 방안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중국만 여전히 북한 제재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뒤 탄생할 차기 한국 대통령 당선자는 핵무기에다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착착 개발해가는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우방들과 함께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못하도록 막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대북(對北) 지렛대를 늘려가고 중국의 협조까지 끌어낼 종합적인 외교 역량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대처 과정에서 정보 수집과 분석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걸 깊이 반성해야 한다. 북한이 발사를 예고한 이후 분(分) 단위로 북한 동향을 살폈다면서 발사 하루 전날까지도 북한이 로켓을 수리 중이라고 판단했다니 어처구니없다.
오는 2015년 전작권 전환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항공 정보, 위성 정보, 정찰 정보의 협조에 변화가 생기면 그렇지 않아도 구멍 뚫린 대북 정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을 지척에 두고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다 2015년을 맞아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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