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3년 11월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은 조작된 것이고 정부가 폭파범이라고 한 김현희는 가짜"라는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감춰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그들은 또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는 구약성서 창세기의 한 구절도 끌어왔다. KAL기 폭파 사건의 희생자 115명이 정부가 이 사건을 조작한 것에 대해 지하에서 원통해할 것이란 뜻으로 성경의 이 구절 저 구절을 끄집어낸 것이다.
이 선언문이 나오자 MBC가 선두에 서고 SBS·KBS가 뒤를 따르며 캠페인을 벌이듯 '김현희 가짜 만들기' 프로를 쏟아냈다. TV들은 김씨 집을 찾아가 아파트 문을 두드리는 화면을 태연하게 내보냈다. 북한의 살해 위협에 쫓겨온 김씨의 집을 공개하는 것은 북한 암살조에게 김씨 아파트로 가보라고 인도해 주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갖은 위해(危害) 시도에 마음을 졸여온 김씨는 대한민국 땅에서도 편히 몸을 누일 곳이 없는 처지로 몰리고 말았다. 김씨 가족은 한밤중에 어린아이를 업고 피신해 5년 동안 이곳저곳을 떠도는 유랑 생활을 해야 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만든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나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도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의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 냈다. 그러나 맨 처음 '김현희 조작설(說)'에 불을 붙였던 천주교 사제들은 5년이 넘도록 사죄 한마디 없이 입을 닫고 있다. 당시 정의구현사제단 운영위원이었던 한 신부는 "KAL기 폭파가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런 질문은 안 했으면 좋겠다"며 질문조차 받으려 하지 않았다.
북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미얀마 아웅산 묘소에 폭탄을 설치해 우리 정부 요인들을 폭살했고, 탈북한 김정일 전처(前妻)의 조카 이한영씨를 추적해 대한민국 땅에서 살해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그런 북한의 테러범들에게 쫓기는 김씨를 앞장서 보호해주기는커녕 거대 방송사들과 함께 김씨가 KAL기 사건 조작 음모의 당사자인 것처럼 몰아세웠으니 이 땅에 피붙이 하나 없는 김씨가 어디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었겠는가.
종교인들은 세상을 선(善)과 악(惡)의 잣대로 보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세상사는 수많은 원인이 합쳐져 결과를 만들어가는 복잡한 구조여서 종교인이 세상사에 잘못 발을 들여놨다가는 오판하기 십상이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은 신도들에겐 틈만 나면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받으라"고 강론(講論)하면서 자신들은 그 원칙을 실천할 생각을 않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지금이라도 김현희씨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사제단 앞에 붙어있는 '정의구현'이란 말이라도 떼낼 일이다.
-조선일보, 20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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