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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 총재 내정자는 누구인가

하마사 2012. 3. 24. 09:45

 

김용 세계은행 총재 내정자는 누구인가
하버드대 의대 교수 이어 3년 전엔 美 아이비리그 아시아계 첫 총장에 선출돼
후진국·빈민 지역서 결핵·에이즈 치료에 공헌…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美 최고 지도자 25인에 선정

김용(53) 세계은행 총재 내정자는 단순히 한국인을 넘어 아시아인으로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또 하나의 최초의 역사를 썼다. 66년 세계은행 역사에서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총재직을 아시아인이 차지한 것은 김 총재 내정자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09년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대학)의 다트머스대 총장에 오를 때도 미국 사회에서 인종의 장벽을 깼다. 200여년이 넘는 미국 아이비리그 역사 속에서 아시아인이 총장에 선출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김 총재 내정자는 당시 다트머스대 총장에 취임할 당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세브란스병원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내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이 됐다"며 "이 영광을 고국의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 감격이 채 3년이 지나기 전에 그는 국제무대 최고의 자리인 세계은행 총재에 올라 대한민국에 다시 감격을 선사했다.

김 총재 내정자는 사익을 떠난 공익의 영역에서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정면으로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 하버드대 의대에 재직할 당시 중남미와 러시아 등의 빈민지역에서 결핵 치료를 위한 신규 모델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고,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아 30만명이던 후진국의 에이즈 누적 치료자 수를 130만명으로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06년 타임), '미국의 최고 지도자 25명'(2005년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 등에 선정됐고,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펠로상(2003년)을 수상한 바 있다.

아이오와주 머스커틴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했으며 고교시절 총학생회장으로 활약했다.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쿼터백을 맡았으며, 농구팀에선 포인트가드를 담당했다.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인 임연숙씨와 함께 - 23일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김용(오른쪽) 다트머스대 총장이 부인 임연숙(소아과의사)씨와 함께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 방미 당시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초대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그는 항상 자신의 성공 뒤에 부모님이 있음을 강조했다.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 속담에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를 잘 고르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좋은 부모님을 만난 덕분"이라고 말하곤 했다.

김 총재 내정자의 부친 김낙희(별세)씨는 6·25전쟁 당시 17세의 나이로 혈혈단신 북한에서 피란 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아이오와대학 치의학 분야에서 활동했다. 모친 김옥숙씨는 경기여고 수석 졸업생으로 역시 아이오와대학에서 한국 철학 퇴계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실무적인 직업을 가진 부친과 큰 사상을 연구하는 모친을 둔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지역에서 자라면서 설움도 겪었다"며 "이를 보다 큰 비전과 용기로 바꿔 도전하면서 극복했다"고 했다.

김 총재 내정자는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과의사인 부인 임연숙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서남표 카이스트대 총장이 친한 친구다. 그는 평소 한국의 학생들에겐 "우선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하고, 다음엔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바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부모들에겐 "너무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 세계은행(World Bank)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 근거해 1946년 6월 창설됐다. 제2차 세계대전 전쟁복구 자금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개발도상국을 위해 자문과 장기 자금 대여를 주업무로 한다. 매년 약 600억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차관 형태로 지원한다. 산하에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경제개발협회(IDA) 등 2개 기구를 두고 있으며 회원국은 IBRD·IDA에 각각 187·171개다. 미국이 가장 많은 15.85%의 투표권을 갖고 있고 일본(6.84%)·중국(4.42%) 등이 뒤를 잇는다. 유럽권의 목소리가 강한 국제통화기금(IMF)과 달리 미국 주도로 운영되며, 지금까지 모든 총재는 미국인이 맡았다. 본부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다.

 

-조선일보, 201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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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다섯 살 때 치과의사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 학창 시절엔 학생 대표로 '졸업식 고별 연설'을 도맡았던 최고 우등생이었고, 그의 성공 스토리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했다. 2009년 아시아계로서 처음으로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 대학의 총장이 되자 "미국 사회의 인종 장벽 하나가 허물어졌다"고들 했다. 세계은행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그를 새로운 총재로 선택하면 그 장벽이 또 하나 허물어진다.

▶작년에 다트머스대 학생신문은 연일 김용 총장을 비난했다. 한 남학생 동아리에서 '토사물로 만든 오믈렛 먹이기' 같은 비인간적인 신입생 신고식을 가졌다는 게 알려져 분위기가 흉흉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며 날을 세웠다. 학생신문은 총장이 3만달러짜리 커피머신을 들여놨다는 가십까지 싣고 대학예산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교수들도 "총장이 캠퍼스를 너무 비운다"며 학생들 편에 섰다.

▶김 총장은 학생들에게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교수들에게만 별도 예산 보고서를 보냈고, 공개 미팅을 가지면서 사태를 다잡았다. 김 총장은 대학 콘서트 '다트머스 아이돌'에도 깜짝 출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검정 점퍼 차림으로 K팝 아이돌 못지않은 춤 실력을 뽐냈고, 흰색 우주복을 입고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라는 랩송을 불렀다. 포브스지와 뉴욕타임스는 '왜 오바마는 김용을 세계은행 지도자로 선택했을까'라는 기사에 이 동영상을 띄워놓았다.

▶김 총장은 빈민지역에서 저비용 치료모델을 만들어낸 의료 행정가다. 그는 1987년 '파트너스 인 헬스'(PIH)라는 비영리 기구를 조직해 아이티 결핵환자를 돌봤다. 현지인을 고급 의료인력으로 키워내 맞춤치료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미국에서 1만5000~2만달러쯤 드는 치료를 아이티에서 150~200달러까지 낮췄다. 아이티 결핵환자 10만여명이 완쾌됐다.

▶PIH 모델은 페루·러시아 같은 여러 나라에서 큰 성과를 냈다. 1998년엔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를 도입했다. 김용은 오바마의 의료정책에는 비판적이다.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바마를 매혹시켜 경제전문가도 아닌 의사(醫師) 김용을 매년 600억달러씩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수장(首長) 후보로 끌어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미국·유럽이 독차지한다는 제3세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정치적 선택일 수도 있다. 빈민지역에서 성공을 거둔 김용식(式) 치료 방법이 세계 경제에는 어떤 효과를 낼지 궁금하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