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길/윌리엄 스틸 지음, 장호준 옮김/복있는 사람 “강단에 설 때마다 나는 ‘영원까지 지속될 어떤 일’이 회중 가운데 시작될 거라는 사실을 굳게 믿는다네.” 174쪽에 불과한 이 책을 읽는데 여러 날 걸렸다. 맘먹고 읽는다면 한 나절이면 충분할 분량. 그러나 깊이 음미하며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빼 먹지 않고 촘촘히 읽다보니 시간이 꽤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목사’라는 이름과 관련이 있는, 장차 관련이 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은 필독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영미 개혁주의권에서 ‘목사들의 목사’로 불리는 고 윌리엄 스틸 목사가 쓴 이 책의 원제는 ‘The Work of the Pastor’. ‘목사의 일’이라고 직역이 될 제목을 출판사는 ‘목사의 길’로 정했다. ‘길’에는 중의적(重義的)인 의미가 있다. 기능적인 가르침을 주는 ‘보통의 길(Road)’과 본질로 돌아가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방법적 길(Way)’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암튼 울림이 있는 적절한 제목이다. 스틸 목사는 1945년부터 1997년까지 52년동안 스코틀랜드 길컴스턴 남부교회라는 한 교회의 목사로 줄곧 사역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오직 한 교회에서 봉직한 스틸 목사는 목회를 ‘영원까지 지속될 어떤 일의 시작’이라고 보았다. 책은 1964년부터 1965년 사이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열린 두 차례의 IVF 신학생 콘퍼런스에서 스틸 목사가 했던 강의를 모았다. 목사라는 직임이 얼마나 영광스러우며 동시에 두렵고 떨리는 것인지를 알게 하는 책이다. 그럼 스틸 목사가 정의하는 목사는 누구인가. 먼저 목사는 잡상인이 아니다. 말 그대로 목자다. 목자장을 모신, 하나님의 양무리를 돌보는 목자 말이다. 목사의 본업은 맡겨진 양들을 푸른 초장으로 이끌어 먹이는 것이다. 목양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백성이 예배와 섬김의 온전한 헌신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도록 이끄는 것이다. 언제든지 ‘달아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 잡상인이다. 그러나 선한 목자는 자기 목숨을 내어놓기 까지 양무리를 돌본다. 목사는 전도자다. 항상 전도자여야 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복음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양들을 먹일 수 없다. 목사는 전도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모든 경륜을 알려야 한다. 강단의 가르침을 통해서 사람들을 회심하게 하고, 거룩하게 하며, 삶을 변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의 능력을 누구보다 먼저 믿어야 한다. 목사는 양들을 먹이는 사람이다. 양들이 먹으려 하지 않아도 그들을 먹이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이 바로 목사다. 스틸 목사는 “목사는 염소들의 구미를 맞추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스틸 목사는 다른 사람에게 말씀을 먹이는 선한 목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목사 자신이 이 말씀으로 배불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목사의 근간은 경건한 성품이라면서 성육신한 말씀이 그 말씀을 가르치는 목사 안에서 다시 성육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오늘날 목회 현장에서 가장 결여된 것이 용기라고 말했다. “모든 목사가 자신이 아는 지식에 부합하게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의 목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입니다. 순종이 없는 지식은 쓸모가 없습니다. 진리를 가르치기 전에 그 진리가 목사들의 인격에서 예증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생명을 걸고 자신을 던져야 합니다.” 그에 따르면 목사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자신이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느냐다. 스틸 목사는 확언한다.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 외에 내가 정말로 신경을 쓰는 일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나님의 사람이 된 목사가 용기를 갖고 자신을 던질 때 교회는 물론 이 땅이 변혁되리라. 스틸 목사는 목사의 일은 ‘말씀을 가르치고 먹이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것이 ‘일생의 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부르심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사는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라고 부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고난과 좌절, 오해를 당해도 사람들 속에 들어가 그들을 하나님의 신실한 백성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 바로 목사의 부르심입니다. 두려움이나 치우침 없이 ‘하나님의 전체 말씀’을 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는 책에서 ‘하나님 말씀 전체’란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목사는 영양사와 같다. 성경 전체가 말하는 총체적 진리를 하나님 백성에게 균형 있게 먹이는 영양사. “우리가 부름 받은 것이 맞는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 말씀 전체를 수종드는 일로 부름 받은 것입니다. 목사가 계속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들만 관심을 갖고, 회중이 좋아하는 것들만 제공하는 것은 양들을 바르게 먹이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 학교의 어떤 선생들도 오랫동안 이렇게 무성의하게 교안을 짜고 커리큘럼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스틸 목사의 견해는 분명하다.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본연의 일에 충실할 때 비로소 세상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직접적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모든 결과적인 일은 사람들이 교회로 모이고 자라 결국 성도들이 천국에서 하나로 모여듦에 따라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세상이 교회를 위해 있지, 교회가 세상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수종 드는’ 목회자의 삶을 살아온 그의 생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다. 책에는 이 밖에도 수많은 주제들이 나온다. “교회는 거대한 유아방이 아니다”라면서 현대 교회들의 전도에 대한 강박관념, 일종의 전도 콤플렉스를 공박하고 있는 내용도 깊은 인사이트를 준다. 목회 이면에는 항상 기도라고 하는 든든한 지원군과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면서 ‘기도가 목회를 일구어 가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통해서 시대를 초월한 기도의 힘을 발견한다. 이 책 속에는 자신의 사역이 ‘영원까지 지속될 어떤 일의 시작’이라고 굳게 믿었던 한 목사의 고백절절하게 들어 있다. 귀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읽은 분들은 책을 만들고 접하게 해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 -국민일보, 2012/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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