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바이버' 아시아인 첫 우승 권율씨, 연세대 강연
"꽤 커서도 낯을 가리는 정도가 아니라 대인공포증이 있었어요. 정상적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말도 들었어요. 지금처럼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미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서바이버(Survivor)'의 우승자 권율(36)씨는 5일 연세대 백양관에서 강연을 가졌다. 200여명 청중이 '내가 겪은 미국 사회와 정치, 그리고 나의 꿈'을 주제로 2시간 동안 귀를 기울였다.
권씨는 2006년 미국 CBS의 '서바이버'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스타가 됐다. 남녀 20명이 무인도에서 39일간 지내며 리더십·판단력·협동심을 판단해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22편의 시리즈가 방영되는 동안 아시아계 우승자는 권씨가 유일했다.
-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권씨는 이날 어두웠던 유년 시절을 털어놓았다. "학교에 가면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백인 아이들이 괴롭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화장실에서 괴롭힘을 많이 당해 지금도 화장실 가기가 두렵습니다. 집 주변에 화장지를 잔뜩 버리고 스프레이까지 뿌려놓은 일도 있었습니다."
변화는 중학교 졸업 무렵 찾아왔다. 형의 친한 친구가 자살했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처음에는 어떻게 젊은 애가 자살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희망이 없고, 혼자 떨어져 있으니까 그런 거죠. 저도 같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수업 시간마다 손들고 질문하기, 그룹 토의 때 5분 안에 말하기 등 노력해야 할 리스트를 만들었다. 타인 앞에서 말도 잘 못하던 그가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내가 바뀌니까 주변의 시선도 조금씩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수석으로 고교를 나와 스탠퍼드대 이론전산학과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말했다. "잊지 마세요. 무슨 일이든 용기를 가지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