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이 마침내 해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총회에서 평창을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우리 전략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던 현지 대표단은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고, 지구 반대편 평창·춘천·강릉 같은 여러 도시에서도 감동의 축하 무대가 밤새 이어졌다. 평창은 2001년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2010 대회와 2014 대회 유치 경쟁에서 잇따라 역전패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과 강원도민을 비롯한 전체 국민, 그리고 재계 인사들이 앞장서고 사회 각계가 합심한 힘으로 동계올림픽 개최의 꿈을 거머쥐었다. 평창과 경쟁한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같은 도시들의 주민 지지도가 50% 수준에 머물렀던 데 비해 평창은 항상 90%를 크게 웃돌았다. 꿈이 그만큼 뜨거웠던 것이다.
우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나라 전체가 한 단계 올라서는 감격을 경험했다. 국민 각자가 '우리도 할 수 있다'를 넘어 '우리도 으뜸갈 수 있다'는 자긍심과 확신을 나누어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었다. 세계인들은 서울 대회에서 6·25와 겹쳐진 이미지의 '아시아의 낯선 나라' 대한민국을 머리에서 지우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라는 새 느낌을 새겨넣었다. 7년 후 동계올림픽을 통해 이번에는 휴대전화, 조선(造船), 자동차만이 한국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인의 가슴과 머리에 다시 새겨줄 차례다.
동계올림픽은 값비싼 시설과 장비가 필수적이며 훈련에도 돈이 많이 드는 고급 스포츠가 주종목을 이루고 있다. 한국은 작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꿈 같은 비상(飛上)과 사뿐한 착지(着地)로 감동을 안겼고, 불모지였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지만 동계 스포츠는 아직도 한국에선 낯선 무대라는 인상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빙상 경기가 무럭무럭 자라 갈 국가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1976년 몬트리올이나 1992년 바르셀로나처럼 과잉 투자로 올림픽이 끝난 후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며 도시가 파산 직전까지 갔던 경우도 있다. 바르셀로나는 올림픽을 치른 후 지자체는 21억달러, 중앙정부는 40억달러의 부채를 떠안았다. 평창 2018 동계올림픽은 총 64조9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와 있다. 이러한 장밋빛 효과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지고, 부족한 위락 시설과 적설량 대비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을 지금부터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올림픽용으로 한 번 쓰고 문을 닫는 시설에 투자하지 않도록 적정한 투자 규모에 대한 섬세하고 과학적인 분석도 뒤따라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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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평창] "30년(1988→2018) 만에 또 올림픽"… 더반서 '세울 신화(88 서울올림픽 확정)' 재현
[승리의 도시 남아共 '더반']
로게 위원장 확정 발표에 가슴 졸이던 대표단 "만세"
IOC 위원인 모나코 국왕 "한국 PT가 가장 좋았다"
강원도서 온 410명 서포터스, 눈물 흘리며 덩실덩실 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잠시 말을 멈춘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7일 오전 0시(한국 시각)를 조금 넘은 시간 평창 대표단이 모인 남아공 더반 힐튼호텔 국제컨벤션센터. 로게 위원장이 손에 쥐고 있는 카드를 뒤집으며 어눌한 발음으로 "푱창!"을 외치자 더반의 하늘엔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12년 동안 강원도 평창, 대한민국 국민이 간절하게 불리길 바랐던 바로 그 단어 '평창'이었다.
- ▲ 이들의 노력이 모여 꿈이 됐다. 6일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 앞서 열린 평창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 입장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IOC 위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건희 IOC 위원, 밴쿠버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김진선 특임대사,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한국계 모굴 스키 선수 토비 도슨, 조양호 유치위원장.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그것도 1차 투표에서 뮌헨과 안시를 압도하면서 거둔 완벽한 승리였다. 두 차례나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2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던 평창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대한민국은 꼭 30년 후인 2018년 다시 한번 세계에 달라진 위상을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됐다.
이건희 IOC 위원, 조양호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대표단 100명은 발표장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내질렀다.
사실상 평창올림픽의 꿈을 일깨운 김진선 특임대사도 감회가 새로운 듯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안경으로 가린 그의 두 눈에도 물기가 서려 있었다. 언제나 밝은 웃음을 국민에게 선사했던 피겨 요정 김연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렸을 때 미국에 입양돼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스키 스타 토비 도슨(한국명 김수철) 역시 이날만은 완전한 한국인이었다. 그는 옆에 선 동료를 얼싸안으며 "평창!"을 외쳤다.
평창의 프레젠테이션(PT)은 훌륭했다. 4년 전과 비교해 현란한 컴퓨터그래픽 효과는 줄었지만 각 연사(演士)들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영어로 연설하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IOC 위원들 사이에서도 '인기 스타' 대접을 받아온 김연아는 밝은 표정과 함께 유창한 영어로 평창에서 젊은이들의 꿈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평창의 '히든 카드' 도슨은 PT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도슨은 "나는 미국의 올림픽 선수 토비 도슨인 동시에 평범한 사람이 됐을지도 모르는 한국인 김봉석"이라며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면 동계올림픽 선수가 되고 싶지만 기회조차 없었던 수만 명의 어린 아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IOC 위원인 모나코 알베르 국왕은 질의응답시간 때 "세 도시 PT 중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가장 먼저 PT를 한 뮌헨은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 피겨 세계 챔피언 출신 카타리나 비트, '축구 황제' 베켄바우어 등을 내세워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세련되지만 다소 지루한 PT'라는 평가가 많았다. 프랑스 안시의 PT는 자국 기자조차 "프랑스 사람이라는 게 창피하다"고 할 만큼 성의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휴식 후 투표를 치르기 전 3개 후보 도시가 추첨으로 기호 번호를 골랐다. 뮌헨은 6번, 안시는 2번, 평창은 7번이었다. 행운의 숫자였다. 이어 실시된 전자투표는 3분도 채 안 걸렸다. 로게 위원장은 곧바로 "2차 투표는 없다"고 선언했다. 승리가 예감된 듯 국내 취재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PT 후 숙소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이명박 대통령은 개최지 발표시간에 맞춰 돌아왔고, 평창의 승리 장면을 지켜본 뒤 대표단과 악수를 하며 자축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표단 캠프가 차려진 더반 리버사이드호텔로 발길을 향했다. 리버사이드호텔엔 5~6일 이틀에 걸쳐 강원도에서 찾아온 410여명의 서포터스들이 야외에 임시로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투표 장면을 지켜봤다. 이들은 두 번의 실패를 겪어서인지 끝까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며 로게 위원장의 입을 주시했다. 이들은 로게 위원장이 평창을 호명하자 "만세"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조선일보, 20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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