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은 초등학교 때부터 열등생이었다. 고교 입시 라틴어에선 빵점을 맞았다. 그는 "서글펐던 두 시간 내내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명문대를 포기하고 샌드허스트 사관학교에 두 번 낙방하고서야 합격했다.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공대에 응시했다가 프랑스어·화학·생물학에서 낙제해 떨어졌다. 그러나 물리학 교수 하인리히 베버는 수학과 물리학에서 높은 점수를 딴 아인슈타인의 재능을 알아보고 청강생 자격을 줬다.
▶고교 내신 9등급 중에서 8등급에 머문 고교생이 연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사연이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춘천고 차석호군은 얼마 전 이 대학 '창의 인재 전형'을 통해 시스템생물학과에 지원해 뜻을 이뤘다. 차군은 사물이 흔들리거나 겹쳐 보이는 안구(眼球) 질환을 앓아 왔다. 그래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내신성적이 하위권이었다고 한다.
▶진화론을 제시한 다윈은 의학자 집안에서 수치거리로 여겼던 열등생이었다. 피카소는 미술을 뺀 나머지 과목에선 낙제생이었다. 물론 모든 열등생이 모두 천재는 아니다. 천재는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학생 중에서 나온다. 전 과목을 다 잘하는 학생뿐 아니라 한 과목에서 빼어난 학생도 우등생으로 인정하는 교육이 바람직하다. 위대한 작가 중에는 열등생이었지만 작문 시간에 늘 칭찬을 받았기에 창작의 길을 걷게 된 경우가 꽤 많다. 재목을 알아보는 안목과 칭찬과 격려가 천재를 만든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