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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파 유대인

하마사 2011. 8. 13. 20:39

걸프전이 터지자 이스라엘 종교지도자 모임인 최고랍비회의는 모든 생업과 오락이 금지된 안식일에도 라디오만은 켤 수 있게 했다.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이 떨어지는 비상상황에만 허용하는 예외조항이었다. 그러나 랍비회의는 곧 방침을 바꿔 안식일 전에 라디오를 켜놓은 채 옷장에 넣어 안 보이게 하라고 했다. 계율을 어기는 게 부담스러워 편법을 짜낸 것이다.

▶이스라엘 인구의 10%, 예루살렘 인구의 30%쯤을 차지하는 '정통파(Orthodox) 유대인'들은 율법을 글자 그대로 따른다. 검은 옷에 귀옆으로 늘어뜨린 머리, 중절모를 쓰고서 613가지 계명을 지킨다.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 안식일엔 전화·TV·라디오·전등·청소·목욕·요리·가스불·엘리베이터·담배·운전에 일절 손을 대지 않는다. 안식일이면 자기 동네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지나가는 차량에 돌멩이를 던지기도 한다.

▶높은 물가와 생활고에 항의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의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엊그제 히브리대 사회학 교수는 정통파 유대인들이 병역·납세 같은 기본 의무를 저버리며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통파 유대인 남자의 70%가 일을 하지 않은 채 국가가 주는 연금으로 살고 있다. 이들이 근로도 납세도 안 하는 법률적 근거는 없다. 그 출발점은 2차대전 후 건국 때로 거슬러간다.

▶당시 정통파들은 "이참에 대(大)제사장까지 뽑아 신정(神政)일치 국가를 만들자"고 나섰다. 그러자 세속주의 정당 쪽에서 "차라리 군대에 안 가도 좋으니 참아 달라"고 말렸다고 한다. 일 안 하는 정통파 유대인 때문에 빚어지는 경제 손실이 한 해 15억달러에 이르고, 이들에 대한 국가 지원을 국민의 75%가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세속주의 정권은 오래전부터 종교적 정당들과 연정(聯政)을 펴느라 정통파 유대인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세속주의 쪽에서는 정통파 유대인을 '펭귄'이라고 비꼰다. 항상 흰 셔츠 위에 검은 옷을 입는 겉모습도 그렇고, 일도 안 하면서 아이들만 8~10명씩 낳는다고 수군거린다. 그러나 이들의 무(無)노동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최근 경제난이 오로지 그들 탓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다. 어느 나라든, 보수당이든 노동당이든, 미리미리 민생 지키기에 심혈을 기울인 정치인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조선일보, 201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