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건강

시, 도 건강 종합순위

하마사 2011. 6. 7. 09:47

강원 최하위, 光州 1위… '건강 지도' 상식 깨졌다

산 좋고 물 맑다고 건강한 건 아니더라… 지자체 건강 정책이 더 중요
광주, 고혈압·당뇨는 물론 흡연·비만율·대장암 최저
서울 기대수명 가장 높지만 유방암 발병도 전국 최고
자연 환경 좋은 제주·강원, 유독 간암·자궁암 많아…
두 지역 1년간 음주율 높고 제주는 건강 검진에 소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건강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광역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광주는 기대수명(그해 태어난 아기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이 80.4세로 전국 2위이고 인구 10만명당 고혈압·당뇨 환자 수 및 대장암·유방암 환자 수가 가장 적었으며, 흡연율·비만율도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광주에 이어 서울·대전이 각각 2위와 3위였다. 강원(16위), 충남(15위), 경북(14위) 등은 다른 광역시에 비해 건강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컨설팅회사 엘리오앤컴퍼니(ELIO)는 주민의 건강상태, 질병예방 성과, 의료 서비스, 지자체 의료예산 등과 관련된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2009년 기준)를 토대로 40여개 지표를 평가해 16개 지자체의 '건강 랭킹'을 매겼다.

청정지역도 비만·음주로 건강 나빠

지역민의 건강상태는 광주광역시가, 질병예방 성과는 전북전남, 의료 효율성(환자를 다른 지역의 병원에 보내지 않고 지자체 내 병원에서 치료하는 비율)에선 서울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는 특히 당뇨·고혈압 환자 수가 전국 최저 수준이고 비만·흡연율도 가장 낮았다. 광주 시민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야채와 다양한 곡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됐을 것으로 이 지역 의사들은 추정한다. 광주는 1인당 1회 진료비(8003원)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1인당 보건 예산은 4만원으로 전국 평균 7만5000원보다 크게 적어 지금처럼 높은 건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보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경북·충남 등 최하위권을 기록한 지역은 전반적인 건강상태 지표가 모두 나빴고, 의료 효율성도 떨어졌다.

'자연환경이 좋으면 건강도 좋다'는 기존의 상식과 달리, 제주·강원의 건강성적은 부진했다. 제주(11위)와 강원(16위)에는 다른 암에 비해 간암·자궁암 환자 수가 많았다. 두 지역은 흡연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최근 1년간 고음주(한번 음주에 남자 7잔 이상·여자 5잔 이상)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강원과 제주였다. 이들 지역에서 간암 환자가 많은 이유로 추정된다. 또한 제주 주민의 경우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여기는 '건강수준 인지율'이 전국 1위였는데, 이 때문에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아 검진율이 전국 최하위였다. 제주도민들에겐 건강검진을 더 적극적으로 권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강원은 비만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강원도 철원(34.7%)은 전국 최저 수준인 서울 강남구(18.6%)에 비해 비만율이 거의 두 배에 가까웠다. 서울과 6대 광역시 각 구의 평균 비만율 23%보다 훨씬 높다. 대도시보다 농어촌 지역 비만이 심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환경보다는 각 지자체가 어떤 건강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지역민들의 건강이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다. 1970년대 일본의 최단명(短命) 지역이었던 나가노현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기, 소금 줄이기 운동을 벌여 20년 만에 남성 수명 1위, 여성 수명 4위에 오르면서 일본의 대표적 장수마을로 변신했다.

유방암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

서울은 기대수명 81.4세로 전국 1위를 기록하면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전 지표에서 양호한 성적을 보였지만 유독 유방암 발병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서울 다음으로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곳은 경기, 대전, 대구 등이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굳어진 대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강남구는 인구 10만명당 유방암 환자가 554명으로 인구 10만명당 350~450명 수준인 서울 내 강북 지역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조상헌 원장은 "유방암은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많은 암인데,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구에서 발병이 높은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건강검진 중에서도 특히 유방암을 발견하는 비율이 높은 고급 검진을 받는 인구가 많은 것도 한 이유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은 국내 최고 병원들이 몰려 있는데도 인구 10만명당 병상 수는 전국 15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병상 수 1위를 기록한 경남의 절반 수준이었다. 엘리오측은 "서울의 경우 지방에서 오는 환자(경기도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육박해 실제 서울 시민을 기준으로 하면 병상 수는 부족한 셈"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평가했나

이번 평가는 건강상태(50%)·질병예방(25%)·의료효율(10%)·의료공급(15%)의 4가지 영역에서 받은 점수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전체 순위를 매겼다. 건강상태에는 지역민의 기대수명, 6대암과 고혈압·당뇨 발병률, 건강일수(1년 중 약 먹거나 병원 간 날을 제외한 일수) 등을 고려했고 질병예방 분야에서는 흡연·비만율과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 등을 중점 점검했다. 또 의료효율은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 비율, 평균 진료비 등을 통해서, 의료공급은 인구 10만명당 의사·병상 수, 1인당 보건예산 등을 통해 점수를 산출했다. 이처럼 많은 자료를 토대로 지자체별 종합 건강성적표를 작성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역별로 자주 발생하는 질병과 환경오염 정도, 각종 건강 관련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자료를 공개하고 이를 해마다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이화의료원 서현숙 원장은 "우리나라는 일부 암을 제외하면 각종 질환에 대한 유병률조차 제대로 조사된 것이 없다"면서 "발병률을 포함한 여러 자료를 지방정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지역특성에 맞는 질병 예방책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