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기타자료

동물의 소리

하마사 2011. 5. 4. 18:32

동물 세계의 의사소통 수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시각·청각·후각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동물계 전반을 훑어보면 이 셋 중에서 후각에 의한 의사소통이 단연 으뜸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비교적 후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고 주로 시각과 청각을 사용한다. 정교한 언어와 부호 체계를 개발하여 끊임없이 말하고 쓰고 듣고 읽으며 산다. 전기 덕택에 한밤중에도 불야성을 이룩한 인간은 예전에는 듣던 걸 요즘엔 주로 읽으면서 시각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휴대폰을 가지고도 전화보다 오히려 문자를 더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청각은 시각에 비해 빛이 없는 상황에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여전히 많은 동물에게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실제로 자연에는 해가 진 후에야 훨씬 다양한 소리가 돌아다닌다.

귀뚜라미는 한쪽 윗날개 뒷면에 일렬로 가지런히 돋아 있는 미세돌기들을 반대쪽 날개의 가장자리에 있는 마찰편으로 긁어 소리를 낸다. 여치와 베짱이는 뒷다리 안쪽에 있는 돌기들을 날개 표면에 비벼 소리를 만든다. 이들은 모두 이를테면 첼로나 기타 같은 현악기를 연주하는 셈이다. 호흡을 하기 위해 들이마신 공기를 후두(larynx)로 내밀며 성대를 울려 소리를 내는 포유동물이나 울대(syrinx)를 울려 노래를 하는 새들은 모두 관악기를 불며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개구리나 맹꽁이 같은 양서류도 폐로 들이마신 공기를 울음주머니로 밀어내며 후두의 막을 흔들어 소리를 내니 역시 관악기 연주자들이다. 매미는 고막처럼 생긴 막의 끝을 근육이 붙들고 흔들어 소리를 만든다. 막의 흔들림으로 소리를 낸다는 점은 마찬가지이지만 북처럼 큰 막의 진동으로 소리가 난다는 점에서 관악기보다는 오히려 타악기를 연주한다고 보는 게 좋을 듯싶다.

자, 이쯤 되면 현악기·관악기·타악기가 다 모였으니 일단 오케스트라의 기본 구성은 갖춘 셈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피아노가 빠졌다. 혹시 딱따구리를 부르면 와 주려나? 어린이날을 맞아 임진각 경기평화센터에서 신기한 동물들의 소리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동물의 소리 탐험전'이 열린다. 다양한 동물의 소리를 듣고 흉내도 내보고 동물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합주도 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되리라 믿는다.

 

-2011/5/3,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