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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보수와 수구보수의 갈림길

하마사 2011. 4. 29. 17:39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자유와 공동체 지키려는 자기 희생과 헌신이 진정한 보수의 요건인데 눈앞의 기득권만 탐내는 '이익보수'만 많아진 게 우리 사회 혼란의 주원인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인가? 도대체 보수(保守)란 무엇인가? 보수란 그 사회의 주류(主流)적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보수는 어떤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이다.

우선 대한민국의 보수는 자유를 가장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명 그 자체의 본성이 자유이고, 자유 속에서만 창조와 진보·행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자유가 남의 자유를 침범해선 안 되기에 법치(法治)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더불어 '법치주의' 실천에 앞장선다. 탈법(脫法)과 부패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의 두 번째 가치는 공동체이다. 인간은 본래 개체적 존재이면서도 관계적 존재이다. 그래서 보수는 개인의 자유와 더불어 공동체의 건강과 발전을 소중히 여긴다. 보수는 특정 계급이나 계층을 위한 집단이 아니다. 부자(富者)를 위한 집단도, 빈자(貧者)를 위한 집단도 아니다. 보수는 공동체 전체의 화합과 건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보수는 공동체 전체이익을 개인이익보다 앞세우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항상 솔선수범해야 한다. 자기희생과 헌신 없이 공동체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범(垂範)과 희생이 없는 보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우리는 3가지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다. 첫째, '사회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 없다. 그래서 보수는 가족, 이웃, 사회, 국가, 민족, 세계 등의 공동체를 소중히 한다. 가족의 가치를 소홀히 하고,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 대해 배려와 사랑이 없는 보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먼저 애국애족(愛國愛族)의 마음으로 분단고통의 극복을 위해 남북통일에 노력하고 더 나아가 세계평화에 헌신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이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것은 이기주의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진정한 보수는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따뜻한 보수' '공동체보수'이다.

둘째, 우리는 '역사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다. 선조의 역사 없이 오늘의 우리가 없고, 오늘의 우리 없이 후손의 역사가 없다. 그래서 보수는 우리의 역사를 소중히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공격하고 부정하는 좌파(左派)역사관에 반대한다. 보수는 역사와 전통 속에 있는 선조의 삶의 지혜와 교훈을 존중하기에 역사변화는 점진적이고 진화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급격한 혁명적 변화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역사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변화와 개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일체의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守舊)가 아니다. 그래서 영국보수당의 이론가였던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보수의 정체성과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보수는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개혁적 보수'가 진정한 보수이다.

셋째, 우리는 '자연·생명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다. 특히 동양적 보수는 오랫동안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아 왔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자연의 질서인 도(道)와 산천의 흐름인 기(氣)를 존중하여 왔으며 "나라사랑은 국토사랑으로부터 시작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자연훼손도 최소한에 그치려 노력하는 것이 보수이다. 생명과 자연공동체를 사랑하고,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드높이려는 '품격 있는 보수'가 진정한 보수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은 어디서 오는가? 사상과 가치의 혼돈에서 온다. 이 사회의 주류적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보수가 주류적 가치를 잃었기 때문이다. 자유와 공동체라는 가치를 지키려는 당당한 '가치보수'보다 눈앞의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이익보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어떠한가? 한나라당은 과연 대한민국의 주류적 보수가치를 대변하는 가치집단인가, 아니면 보수적 가치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이익집단인가?

지금 우리는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한민국의 보수가 '가치보수' '공동체보수' '개혁보수'로 거듭나서 대한민국의 주류적 가치를 다시 세우고 '선진과 통일'이라는 신(新)역사 창조에 앞장서는가? 아니면 자기개혁에 실패하고 작은 이익에 연연하는 '이익보수' '수구보수'로 남아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고 그 결과로 대한민국을 다시 표류하게 만드는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조선일보, 201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