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생들이 졸업 전에 꼭 해보고 싶어 하는 세 가지가 있다. 와이드너도서관 열람실 복판에서 섹스하기, 기말시험 전날 자정에 벌거벗고 교정을 내달리는 '원초적 절규(primal scream)', 학교 상징인 존 하버드 동상 왼발에 오줌 누기다. 그렇게라도 해서 공부 스트레스를 풀어 보려 애쓴다.
▶미국 1만8000여 고교에서 해마다 330만명이 졸업한다. 하버드대 입학 정원은 1600명 조금 넘는다. 그렇게 좁은 문을 뚫고 들어온 하버드대생들이 캠퍼스에서 받는 첫 느낌은 '모두가 나보다 똑똑한 것 같다'는 공포다. 설문조사에선 늘 "다른 학생들이 나보다 행복하고 건강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이 조사해 보니 재학생 절반이 우울함을 느꼈고 10%가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했다.
▶미국 대학생 10만명당 자살률은 MIT가 10.2명, 하버드대 7.4명, 미시간주립대 2.5명이다. 명문대생일수록 남한테 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컸다. 코넬대에선 2009~2010 한 학기에만 6명이 목숨을 끊었다. 학교측은 작년 5월 캠퍼스 내 협곡에 걸쳐 있는 악명 높은 '자살다리' 세 곳에 자살방지용 펜스를 설치했다.
▶한국 KAIST에서 올 들어 벌써 3명의 학생이 자살했다. 2006년 이후 8명째다. KAIST는 재학생 모두가 국비 장학생이지만 2008년부터 학점이 3.0에서 0.01 떨어질 때마다 최대 6만3000원까지 '징벌적 등록금'을 물리고 있다. 그래서 학생 3분의 1쯤이 학기마다 많게는 780여만원까지 부담하고 있다. 고교 때 전국 0.5% 안에 들었던 수재들이 이런 처지가 되면 좌절감이 더할 것이다. KAIST는 상담센터를 확대하고 새내기 지원실을 만들어 적응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생 심리검사도 할 계획이다.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 10명 중 9명은 어떤 식으로든 주위에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신경을 쓰면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자살예방재단이 대학들 신청을 받아 싼 비용으로 우울증 검사를 해 준다. 대학들도 학생 상담에 온 힘을 쏟는다. 핀란드는 1986년부터 국가적 자살 예방프로젝트를 벌여 한때 세계 3위(10만명당 30명)였던 자살률을 13위(10만명당 16.7명)까지 끌어내렸다. 자살을 그저 당사자 탓으로만 미루는 나라가 바로 후진국이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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