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게임중독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 예측 힘든 공격성향 보여
인터넷뱅킹처럼 사용자확인 게임에도 공인인증제 도입을"
부산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컴퓨터 게임하는 것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6일 오전 7시쯤 부산 남구 대연동 김모(여·43)씨 집에서 김씨가 안방 침대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김씨의 딸(11)이 발견했다. 초등학생 6학년인 딸은 등교하기 전 아침밥을 달라고 하기 위해 어머니를 찾다가 안방에서 김씨를 발견해 인근에 사는 외할머니에게 알렸고, 외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보일러실 가스 배관에 전깃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김씨의 아들 이모(15)군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딸은 "평소 오빠가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 어머니와 자주 다퉜다"며 "어젯밤에도 11시가 넘어 어머니와 오빠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평소처럼 그냥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머니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군의 방 책상 위에는 '할머니, 컴퓨터로 인해 엄마와 싸우다가 흥분하는 바람에 엄마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저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요,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A4 용지에 짤막하게 쓴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이군이 홧김에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할 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키가 172㎝가 넘는 아들이 완력으로 어머니를 어렵지 않게 제압한 것 같다"며 "이군이 즐겨 한 게임의 종류가 무엇인지 컴퓨터 로그인 기록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군의 여동생은 경찰에서 "오빠는 총과 칼 등이 등장하는 게임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집에 들어오면 하루 5~6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을 하고, 주말엔 새벽 2~3시까지 게임에 몰두해 이를 나무라던 어머니와 자주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이 어머니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어머니 김씨는 부산의 한 사진관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받는 월 100만원 정도로 힘들게 생계를 이어 왔으며, 남편은 10년 이상 별거 상태로 같이 살지 않고 현재 중국에 출장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경찰은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이 순간적으로 폭력 성향을 띨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강웅구 교수는 "게임에 빠진 학생들은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자기 행동이 방해받을 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예측하기 힘든 공격성과 폭력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중독연구소 이형초 소장은 "TV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코드를 뽑아버리면 불쑥 화가 나는 심리처럼 게임 중독 청소년들에 대해 잘못 대처하게 되면 공격 행동이 밖으로 표출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인터넷 뱅킹처럼 게임에도 공인인증제를 도입해 연령대에 맞는 인터넷 게임을 즐기도록 유도하고, 청소년에겐 엄격한 게임시간 제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1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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