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회 조찬기도회장의 개회사와 우제창 의원의 개회기도에 이어 찬양과 설교, 대통령 인사말이 차례로 이어졌다. 행사 후반쯤 '합심(合心)기도' 순서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기도를 인도했다. 길 목사는 "우리 다 같이 이 자리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 향한 죄의 고백을 기뻐하고 진정으로 원하시는 하나님 앞에 죄인의 심정으로 1분 동안 통성(通聲)기도를 하자"고 했다. 기독교계는 매년 조찬기도회를 갖고 있으나 이날처럼 참석자들이 무릎을 꿇고 소리 내 기도하는 '통성(通聲)기도'는 이례적인 일이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 사진)가 3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참석자들이 하나 둘 바닥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고, 단상에 있던 이 대통령과 김 여사 등 몇몇만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김 여사도 무릎을 꿇으면서 이 대통령의 허벅지 부근을 찔렀고, 잠시 주저하는 듯하던 이 대통령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 길 목사는 곧이어 "주여" "주여"를 외치며 기도를 진행했고, 참석자들은 각자 소리 내 통성 기도를 3분 정도 했다. 이날 '무릎 꿇은 통성기도'를 제의한 길 목사는 최근 이슬람채권법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TV 화면을 보면 이 대통령은 소리를 내지는 않고 눈만 감은 채 기도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과 함께 단상에 있던 민주당 조배숙 최고위원은 하늘을 향해 두손을 벌리고 기도를 했고, 아래쪽 자리에 앉아 있던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정·관·재계와 군(軍)의 지도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은 모습이 신기했는지 이를 보러 일어서기도 했고,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도 계속해서 터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무릎 꿇은 대통령 모습이 신경쓰였는지 행사가 끝난 뒤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단에 "사진을 배포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조찬기도회측은 "매년 1차례씩 국가조찬기도회가 43번 열렸으며, 현직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 한 번과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됐을 때 등 2차례뿐이었다"며 "그러나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조선일보, 20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