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대다수의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다. 이에 대해 한 외국 학자는 "한국인은 자신을 다른 사회 구성원과 끊임없이 비교해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성공 가도를 걷고 있는 듯한 나라, 선진국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에 사는 한국인이 행복해하지도 않고,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것은 그 자체로 역설적이다. 돈은 웬만큼 있는 것 같은데도 한국인이 여전히 불행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믿음의 문제이다. 한국인의 불행감은 '남을 이기려' 하거나 '돈을 더 많이 벌려는' 데 있지 않다. '사회적 인정에 대한 목마름'에서 오는 것이다.
한 외국 기자는 한국의 '성형 열풍'을 일컬어 "인정을 받고 자기 확신을 얻고자 완벽을 추구하는 한국인"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본인이든 자식이든 최고의 학벌, 최고의 직장을 갖추려 한다. 그게 안 되면 비싼 명품처럼 남이 부러워할 무엇이라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자기 인식, 즉 한국인의 '정체성'이다.
한국인은 누구나 남들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누구나 최고로 멋진 인물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입사 경쟁에서 성공하려는 대학생들은 높은 학점, 토익·토플 등 높은 영어 성적, 외국 연수 경험, 인턴 경험 등등의 최고 스펙을 내밀지만,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는 생각이 다르다.
이렇게 우리의 삶이 자신의 예상과 다를 때,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것이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 행복지수가 높은 사회의 사람들은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은 체념한 자포자기한 모습이 된다. 삶을 불안해하고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낮아진다. 이럴 때에는 특히 '강한 사람한테는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는 강한 스타일'이 두드러지기 쉽다. 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이라고 믿기에 이런 사람일수록 타인을 볼 때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를 더 의식한다. 높은 자살률, 낮은 출산율, 높은 이혼율로 나타나는 우리의 삶은 바로 이런 마음의 반영이다.
자기 자신보다는 남에게 이상적이고 멋있는 모습을 보이는 데 집착할수록 그 사람의 삶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마음 한구석으로는 점점 더 체념하고 자포자기한 상태가 되어간다. '멋진 보통사람'과 '체념한 모습'이라는 일견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한 사람 안에서 작동한다. 한국인의 이 정체성이 우리가 잘사는 것처럼 보여도 스스로 불행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 생각보다는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현재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자신이 살아갈 미래가 어떤 방향인지를 알 수 없다. 누군가가 그것을 알려주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그때는 돈만이 유일한 답이 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이 돈이 있어야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게 되는 까닭이다. 돈만이 답이라면 우리의 삶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남을 의식하고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거울을 닦고 그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았으면 한다.
-조선일보, 20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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