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받아온 것 되돌려 주려고 시작"
'여생 무료진료' 선언 원주 강대형 원장
김 추기경·법정 영향 받아 "무료 진료 권할 순 없지만 나 같은 후배 많이 나왔으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찾아오시는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겠습니다."고희(古稀)를 넘긴 의사가 올해부터 모든 환자에게 무료 진료를 선언했다.
5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강 이비인후과. "어제는 왜 안 왔죠? 걱정했는데…. 이제부턴 반드시 보청기를 하세요." 귀에 염증이 생겨 찾아온 88세 할머니는 치료비도 주사비도 내지 않고 병원을 나갔다. 보호자로 함께 온 김귀자(49)씨는 "친절하신 분이 치료비도 받지 않으니 놀랍고 감사하다"고 했다.
- ▲ 여생을 무료 진료로 봉사하기로 한 강대형 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원주=김지환 객원기자 nrd1944@chosun.com
"사실은 전부터 무료로 진료하자는 생각은 있었어요. 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죠. 3년 전 일흔 되던 해에도 한참 망설이다가 역시 실행하지 못했어요." 강 원장은 "몇 번의 주저 끝에 '언행일치'의 용기를 냈다"고 했다.
병원에는 강 원장과 간호사 한명뿐이다. 거저 진료하면 운영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의사가 재벌되려는 직업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물론 돈은 중요하지만 더 소중한 것도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총진료비의 7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니 실제로 받지 않는 돈은 환자 부담액인 30%다. 하루 환자가 50명 정도이고, 평균 자부담액을 3000원으로 보면 실제 손실은 15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는 병원 운영·유지비는 보험으로도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한동안 반대하던 아내와 2남 2녀도 그의 설득에 동의했다고 한다.
전북 김제 출신인 강 원장은 전남대 의대와 군의관을 거쳐 원주기독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1978년 개인병원을 냈고, 1983년 현재 건물을 사서 이전했다. 4층 건물의 1층이 병원이고, 2층은 강 원장 부부, 3층은 막내아들 부부가 산다. 4층은 서재다. 1층을 세를 줘서 임대료를 벌자는 권유도 있었지만 그는 거절했다. '환자들이 불편해진다'는 것이었다. 강 원장은 10년 전까지 명절도 공휴일도 반납하고 365일 진료했다. 지금은 힘에 부쳐서 일요일은 쉰다.
강 원장은 원주지역 최고참 의사 가운데 하나다. "돈에 관한 문제이니 후배들에게 무료로 진료하라고 권할 순 없죠. 하지만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후배들이 하나 둘 나오지 않을까요?"
-조선일보, 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