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본질/봉사(섬김)

'여생 무료진료' 선언 원주 강대형 원장

하마사 2011. 1. 6. 10:41

"그동안 받아온 것 되돌려 주려고 시작"

'여생 무료진료' 선언 원주 강대형 원장

김 추기경·법정 영향 받아 "무료 진료 권할 순 없지만 나 같은 후배 많이 나왔으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찾아오시는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겠습니다."

고희(古稀)를 넘긴 의사가 올해부터 모든 환자에게 무료 진료를 선언했다.

5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강 이비인후과. "어제는 왜 안 왔죠? 걱정했는데…. 이제부턴 반드시 보청기를 하세요." 귀에 염증이 생겨 찾아온 88세 할머니는 치료비도 주사비도 내지 않고 병원을 나갔다. 보호자로 함께 온 김귀자(49)씨는 "친절하신 분이 치료비도 받지 않으니 놀랍고 감사하다"고 했다.

여생을 무료 진료로 봉사하기로 한 강대형 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원주=김지환 객원기자 nrd1944@chosun.com
'여생(餘生) 무료 진료'를 선언한 강대형(73) 원장은 병원 입구에 '감사의 말씀'을 액자에 담아 내걸었다. 요지는 '이웃과 주위의 모든 분으로부터 받은 은혜로 이 자리에 섰다. 그에 보답하고자 의사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무료 진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재작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작년 입적한 법정 스님이 남긴 베풂과 무소유 정신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사실은 전부터 무료로 진료하자는 생각은 있었어요. 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죠. 3년 전 일흔 되던 해에도 한참 망설이다가 역시 실행하지 못했어요." 강 원장은 "몇 번의 주저 끝에 '언행일치'의 용기를 냈다"고 했다.

병원에는 강 원장과 간호사 한명뿐이다. 거저 진료하면 운영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의사가 재벌되려는 직업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물론 돈은 중요하지만 더 소중한 것도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총진료비의 7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니 실제로 받지 않는 돈은 환자 부담액인 30%다. 하루 환자가 50명 정도이고, 평균 자부담액을 3000원으로 보면 실제 손실은 15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는 병원 운영·유지비는 보험으로도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한동안 반대하던 아내와 2남 2녀도 그의 설득에 동의했다고 한다.

전북 김제 출신인 강 원장은 전남대 의대와 군의관을 거쳐 원주기독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1978년 개인병원을 냈고, 1983년 현재 건물을 사서 이전했다. 4층 건물의 1층이 병원이고, 2층은 강 원장 부부, 3층은 막내아들 부부가 산다. 4층은 서재다. 1층을 세를 줘서 임대료를 벌자는 권유도 있었지만 그는 거절했다. '환자들이 불편해진다'는 것이었다. 강 원장은 10년 전까지 명절도 공휴일도 반납하고 365일 진료했다. 지금은 힘에 부쳐서 일요일은 쉰다.

강 원장은 원주지역 최고참 의사 가운데 하나다. "돈에 관한 문제이니 후배들에게 무료로 진료하라고 권할 순 없죠. 하지만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후배들이 하나 둘 나오지 않을까요?"

 

-조선일보, 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