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신정동 옥탑방 '묻지마 살인' 피의자 검거

하마사 2010. 9. 13. 10:55

 

신정동 옥탑방 '묻지마 살인' 피의자 검거

"난 불행한데… 웃음소리 듣는 순간 화 치밀었다"

 

강간 등으로 14년 복역 후 법무부 보호시설서 생활
"돈 아닌 가정에 열등감… 非사회적 분풀이 범죄"

"놀이터에 앉아 있는데 맞은편에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묻지 마' 살인 사건 피의자로 11일 경찰에 붙잡힌 윤모(33)씨는 "불행한 내 처지와 너무 비교돼 순간적으로 분노해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달 7일 오후 6시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 한 다세대 주택 옥탑방에서 자녀와 함께 TV를 보던 장모(42)씨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뒤 비명을 듣고 방에서 나온 남편 임모(42)씨 옆구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공사장 일용직 일을 하던 윤씨는 당일 일거리가 없자 오전 6시부터 망치 등 도구들이 든 배낭을 메고 배회하다 저녁에 놀이터에서 막걸리 한 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 뒤 맞은편 집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묻지마’살인사건 피의자 윤모(33)씨가 1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 1층 로비에서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양천경찰서 제공

서울 양천경찰서는 범행 36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탐문수사를 하던 중 범행 당시 부근 CC(폐쇄회로)TV에 찍힌 용의자의 복장과 같은 검은색 상의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던 윤씨를 붙잡아 범행을 자백받았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윤씨가 살고 있던 서울 양천구 신월동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생활관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TV나 신문을 보지 않아 (임씨가 숨진 사실을) 몰랐다"며 "유족에게 너무 죄송하고 위안이 된다면 목숨이라도 버리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에 대해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가정에 열등감 느낀 화풀이 범죄'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윤씨를 '지극히 비(非)사회적인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윤씨가 10대 후반에 범죄를 저지르고 20대의 시간을 모두 교도소에서 보냈기 때문에 사회성이 완전히 결여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TV나 신문을 전혀 몰랐다는 윤씨의 진술에서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윤씨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은 갖지 못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사실에 격분해 화풀이한 것"이라며 "열등감의 대상이 '돈'이 아닌 '가정'이었기 때문에 소득 수준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씨는 피해자 집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금품은 훔치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법무부 시설에서 지내며 범행

윤씨는 범행 후 한달여가 지날 때까지 범행 현장에서 6㎞쯤 떨어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생활관에서 태연히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도강간 등 혐의로 14년 6개월을 복역한 윤씨는 지난 5월 순천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이곳에서 지내왔다.

윤씨와 같은 방을 썼던 심모(37)씨는 "윤씨는 조용한 사람이었다"며 "신정동 사건 공개수배나 CCTV에 찍힌 화면을 뉴스에서 봤지만, 그가 그랬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윤씨가 새벽 일찍 생활관에서 나와 밤늦게까지 공사장에서 일해 그를 아는 동료도 얼마 되지 않았다.

출소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이 공단은 출소자들에게 2인 1실의 생활실을 제공하고 직업훈련도 무료로 받게 해준다. 이 생활관에 들어가기 원하는 출소자들은 심사를 거쳐 6개월씩 거주하고, 직업 있는 이가 연장신청을 하면 최장 2년간 머무를 수 있다. 이곳엔 대부분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대리운전을 하는 출소자 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경찰은 이곳 생활자 명단을 조사했지만, 윤씨의 사진이 실제와 달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단측의 생활자 관리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측은 "당황스럽다"면서 "우리는 출소자들의 갱생을 돕는 기관이지 감시하는 기관이 아니고 직원도 8명뿐인데 어떻게 (윤씨의 범행 사실을) 알겠느냐"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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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외톨이들의 '묻지마 살인'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

지난 8월 7일 저녁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옥탑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의자(33)가 사건 발생 36일 만에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다. 단란했던 가정에 들어가 가장(家長)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그의 부인을 둔기로 때려 큰 상처를 입힌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피의자가 잡힌 뒤에 한 말이 더 충격이었다. 그는 "집안에서 행복한 웃음소리가 나는 게 싫었다"고 말한 것이다.

일반적인 살인은 개인적인 원한이나 채무관계에 따른 갈등, 그리고 남녀 간의 치정관계 등에 의해 저질러진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살인 동기와는 상관없이 전혀 일면식도 없는 남을 상대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 '묻지마 범죄자'들은 적응 능력이 부족해 급속한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외톨이'가 된 경우가 많다. 사회 규범에 대한 인지(認知) 능력이나 감정통제 능력이 부족한 이들은 자기가 불행하게 된 것을 자신의 문제나 노력의 부족으로 보기보다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사회 불만에 따라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가 경찰청의 통계만 봐도 2007년 366건, 2008년 454건, 작년에 572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범죄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낙오자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이번 사건 피의자의 경우, 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14년 6개월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 5월에 출소했다. 이후 서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숙소에서 생활하며, 공사현장 등에서 일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과자인 그를 믿고 받아주는 곳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전과자들은 이런 경우 소외감을 더욱 심하게 느끼며 사회적 불만을 갖게 된다. 이들 중 일부는 자포자기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사회에 대한 공격성을 가슴 깊이 쌓아 간다. 그러다 그런 스트레스가 견딜 수 없게 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행복한 웃음소리' 등 촉발요인이 발생하면, 압축된 가스가 폭발하는 것처럼 사회에 대한 분노를 제삼자에게 대한 공격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이런 비극은 전과자들의 재기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상투적이라고 할지 모르나 교도소의 직업기술교육과 사회적응훈련이 가장 중요하다. 재소자들에게 개별 적성에 맞는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취업·창업교육을 통해 직업능력을 개발시켜줘야 한다. 재소자들의 재범률은 44%이지만, 직업기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재범률이 17%로 뚝 떨어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일자리가 있으면 사회복귀에 큰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국 4만여 재소자 중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정부의 예산 부족 때문이다. 재소자들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선 교정기관과 관련 기업들 간에 정보교류를 통해 전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거부감을 줄이는 것도 급선무다. 이들에 대한 상담교육도 중요하다. 일본은 이런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 상담소를 두고 있다.

사회의 외톨이들을 끌어안고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20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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