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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잘 찍는 법

하마사 2010. 9. 20. 10:52

추석, 기념사진 잘 찍는 법

삼천리 금수강산이 그리 넓지도 않은데, 고향 가는 길은 이리도 멀다. 어렵사리 재회한 가족들, 사진 한 장 아니 찍을 수 없다. 장롱 속에 귀하게 모셨던 카메라가 지금은 장신구처럼 많은 사람들 어깨에 걸려 있다. 이름하여 사진의 민주화 시대다. 귀향 대신에 여행을 택한 사람들이라면 가을 물 곱게 든 풍경 사진 몇 장 작품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잘 찍어야지!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다룰 줄 모른다면 무용지물이다. 모니터로 감상하든,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화해서 벽에 걸고 앨범에 끼워넣고 열어보든, 기왕이면 잘 찍은 사진 속에 '추억'이 남았으면 좋겠다.

가족사진 혹은 여행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속성 비법이 두 가지 있다. 이름하여 '삼분할의 법칙'과 '사람의 법칙'이다.

삼분할(三分割)의 법칙

위 사진은 경북 영주 부석사 입구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800m 정도 되는 은행나뭇길이 이렇게 찬란하게 변한다. 거기에서 어린 오누이가 엄마를 향해 달려왔다.

사진 속 아이들 위치를 눈여겨보면, 한가운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바깥도 아니다. 저 뒤에 있는 일주문도 한가운데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다. 자, 밑줄 좍. 세상은 요지경, 삼분할의 법칙!

뷰파인더나 디카 액정에 가상의 선을 긋는다. 가로로 두 개, 세로로 두 개. 그러면 화면이 아홉 개로 나뉜다. 찍으려는 사람이나 물체를 그 선들이 만나는 점에 놓아보시라. 꼭 들어맞지 않아도 된다. 한가운데가 아닌 주변부에 중요한 대상을 놓고 구도를 잡으면 이상하게도 사진이 된다. 기종에 따라 메뉴를 보면 이렇게 삼분할선을 미리 화면에 표시하는 카메라가 많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 흔히 착각하는 사실은 기념사진=증명사진이라는 공식이다. 아쉽지만, 사람을 한가운데에 두고 찍는 증명사진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증명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보면 그곳이 어디인지, 왜 갔는지 알 도리가 없다.

다시 사진을 보자. 아이들은 왼쪽 아래에, 일주문은 오른쪽 아래에 놓여 있다. 그리고 화려한 은행나무 단풍은 위쪽을 뒤덮고 있다. 아이들을 잘 찍겠다는 욕심에 사람들은 아이들을 한가운데에 놓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잘 나오겠지만, 정작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아이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연인, 가족을 여행지에서 찍으려면, 명심하시라, 화면 가운데에 넣지 마실 것. 우리가 찍으려는 건 증명사진이 아니라 기념사진이다.

위 스냅사진도 마찬가지다. 제주 아부오름에 오른 모녀를 찍기 위해 증명사진처럼 두 사람을 한가운데 놓고 셔터를 누르면 ‘어디를 가서 찍더라도 똑같은’ 사진이 나온다. 네모난 화면 어디에 사람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진 품질이 달라진다.

용례① 시골 마을 어귀 서낭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서낭당 노거수(老巨樹) ‘옆에’ 가족들을 배치하고 찍을 것. 사람들을 노거수 앞에 놓고 찍으면 나무는 사람에 가리고 사람은 나무에 압도돼 밋밋한 사진이 된다.

응용:해마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인물 배치로 사진을 찍어보자. 10년, 20년 뒤 그 사진들은 우리 가족의 역사가 된다.

용례② 가족들을 가상선이 만나는 지점들 부근으로 분산시킨 뒤 위에서 찍는다. 서로를 바라보거나 딴 곳을 바라보게 만들어 찍으면 훌륭한 작품!

'사람'의 법칙

사진세계에 ‘정답’은 없지만 ‘모범답안’은 있다. 모범답안을 잘 익히면 나중에 응용도 할 수 있게 된다. 자, 여행지에서 풍경사진을 찍을 때, 그 풍경 속 ‘사람’은 필수다. 옆 사진은 만추(晩秋)를 맞은 무주 구천동이다. 왼쪽 사진에는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있고, 오른쪽 사진에는 사람이 없다. 독자들 보기에는 어떤 사진이 나은지. 십중팔구는 사람이 있는 사진을 고르지 않을까.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단풍으로 물든 계곡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역으로, 작은 사진처럼,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밋밋한 사진이 된다.

연휴 동안 가족 혹은 연인과 여행을 떠났을 때, 위에 언급한 ‘삼분할의 법칙’에 맞춰 가족을 배치하고 풍경사진을 찍어보자. 훌륭한 기념사진, 훌륭한 풍경사진이 된다. 디지털시대에 사진을 아낄 필요는 없다. 무조건 많이 찍어서 좋은 표정이 나온 사진을 고르면 된다.

용례
풍경 속에 사람을 배치한 뒤 ‘셋 만에 찍는다, 하나, 두울’하고 바로 찍어본다. 혹은 ‘하나, 두울’ 하다가 ‘어 저거 뭐지?’ 하면서 손가락으로 다른 곳을 가리켜본다. 그때 표정과 몸짓이 바로 기념해야 할 사진이다.

 

-조선일보, 20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