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법안을 찬성 105 반대 164 기권 6표로 부결시켰다.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가 2002년 9월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온 이후 8년 동안 선거 때마다 휘젓고 다녔던 세종시 문제는 이로써 일단락됐다. 2012년까지 세종시로 9부2처2청을 옮기도록 한 노무현 정부 안(案)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세종시 안(案)은 지난 8년 기형적(畸形的) 변모를 거듭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만든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수도 이전이라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자 대통령과 외교안보부처, 사법부, 입법부는 서울에 남기고 총리실 등 대부분의 행정 부처를 연기·공주로 옮기는 내용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건설특별법'을 다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통일에 대비한 국가 행정력의 비효율적 배치, 경제적 역효과 등 핵심 쟁점은 변두리로 밀려버리고 유권자와의 약속을 앞세운, 선거에 관련한 득실(得失) 계산과 논란으로 시종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날 5년2개월 만에 본회의 발언대에 올라 "(원안 추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얘기로 들렸다. 이명박 정부는 아무런 사전 정지작업도 없이 원안(原案) 수정을 꺼냈다 무참히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가 세종시를 통해 잃은 것을 표현하는 말로는 "(행정수도 공약으로 선거 때) 재미 좀 봤다"는 노 대통령 말보다 더 적절한 것이 없다. 세종시는 대한민국 앞길을 가로막고 나설 정치적 포퓰리즘의 본격 등장을 알리는 신호였다. 대권(大權)을 노리는 정치 포퓰리스트들이 선거에서 국민에게 던져줄 미끼가 될 무상의료, 무상교육, 연금지급시기 앞당기기 등 무수한 정치적 폭발물이 기다리고 있다. 선동적 정치가와 자기 이익 우선(優先)의 유권자가 여기서 함께 손을 잡으면 대한민국은 페론 유령에 50년 동안 끌려다녔던, 아시아의 아르헨티나가 될지 모른다.
1년 365일 대통령은 서울에, 총리와 장관들은 세종시에 있는 상태에서 국가적 위기와 맞닥뜨리게 될 때의 대처 방안은 당장의 숙제다. 연간 3조~5조원에 달한다는 비효율 경비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은 세종시 논란 8년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를 돌아볼 때다.
-조선일보 사설, 20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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