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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60년' 세대별 여론조사

하마사 2010. 6. 25. 06:18

['6·25전쟁 60년' 세대별 여론조사]
전쟁 책임…
90%가 "6·25는 남침", "南北 모두 책임" 15.8%
인천상륙작전…
남성 70% "공산화 저지", 20대女 43% "분단 고착"

6·25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됐다. 이제 전전(戰前) 세대와 전후(戰後)세대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책으로만 6·25전쟁을 배운 세대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에게 6·25는 어떤 의미일까. 조선일보와 한국정당학회(회장 숭실대 강원택 교수)의 연중 기획 '기억의 정치'는 6·25 60주년을 다뤘다.

"남침" 일치하나, 전쟁 책임엔 의견 갈려

연구진이 지난 14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성인 104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3%가 6·25는 '남침'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6·25에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묻자, 57%만이 '김일성 정권'이라고 답했다. '남북한 모두의 책임'이라고 답한 사람이 15.8%였고, '미국 책임' 또는 '소련 책임'이라는 답변이 각각 7.9%, 7.3%였다. 6·25는 김일성 정권의 적화통일을 위한 도발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6·25를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의 세력 갈등이었고 여기에는 남한도 책임이 있다는 시각이 혼재하고 있었다.

이런 인식 변화는 세대별 차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전쟁 혹은 전쟁 후유증을 직접 체험한 60대 이상의 70.3%는 전쟁 책임이 김일성 정권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20대는 42.1%만이 그렇게 생각했다. 또 60대에선 남북한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거나(2.5%), 미국 책임이라는 생각(3.8%)이 적었지만, 20대는 27.9%가 남북한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했고, 11.2%는 미국 책임이라고 했다.

20대 3명 중 1명 "인천상륙작전으로 통일 무산"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질문에서도 세대 간 차이가 발견됐다. 양자택일 질문에서 응답자의 54.7%는 인천상륙작전이 '대한민국 공산화를 저지했다'고 했지만, 26.2%는 '통일을 무산시키고 분단체제를 고착했다'고 응답했다.

세대별로 보면 20대의 30.7%는 인천상륙작전이 분단체제 고착을 가져왔다고 답했으나, 60대는 13.7%가 '분단체제 고착'이라고 답했다.

60대 이상 세대에게 6·25는 몸으로 겪어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전쟁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책으로만 배운 전쟁이었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6·25는 강대국과 남북한 정치세력의 갈등이 빚어낸 비극일 뿐이다. 특히 20대는 최근 논란이 됐던 근현대사 교과서로 공부한 세대다. 교육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 인식 차이를 가져오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군 복무 여부 따라 남녀 간 인식차 생긴 듯

6·25에 대한 인식 차이는 성별 간에도 발견됐다. 먼저 전쟁 원인에 대해 남성은 92.6%가 남침이라고 답한 반면 여성은 88%가 남침, 11.6%가 모른다고 답했다.

대동강철교 ‘필사의 탈출’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유엔연합군의 후퇴가 시작되자 북한 지역 주민들이 유엔군이 폭파한 평양 대동강 철교를 필사적으로 건너 피란을 가고 있다. /미국 국립문서 보관소

성별 간 차이를 다시 세대별로 구분해 보니 20대 남성의 경우 92.5%가 남침이라고 답했지만, 20대 여성은 77.6%만이 남침이라고 답했고, 21.4%는 '모른다'고 답해 동일 연령대의 남성과 차이가 컸다.

전쟁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서도 20대 남성의 50.9%가 김일성 정권, 21.3%는 남북한 양측 모두, 8.2%가 미국 책임이라고 답했지만 20대 여성은 32.5%가 김일성 정권, 35.1%가 남북한 양측, 14.6%가 미국, 그리고 7.4%는 모른다고 답하였다.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인식에서도 남성의 69.6%가 대한민국 공산화 저지, 18.9%가 통일 무산 및 분단체제 고착이라고 답한 반면 여성은 40%가 대한민국 공산화 저지, 33.4%가 통일무산, 26.6%가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는 28.4%가 대한민국 공산화 저지라고 답한 반면 43.6%가 통일 무산으로 답해 동일 연령대 남성 73.5%가 공산화 저지, 18.9%가 통일 무산이라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같은 세대이고, 같은 교과서로 공부한 20대이지만 군 복무를 하는 남성의 경우 6·25전쟁이나 분단 현실에 대해 체험적인 학습을 통해 상대적으로 철저한 안보관을 지녔는데, 그렇지 못한 여성들은 청소년기에 습득한 한국사 인식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한반도 안보 현실 등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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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북한에 대한 인식

 

더 이상 통일은 절박한 '우리의 소원'이 아니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서 65.1%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준비된 후에 해야 한다"고 했지만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는 답변은 21.8%에 불과했다. 또 "현 상태로도 좋다"(5.5%)거나 "통일이 되지 않는 편이 낫다"(5.8%)고 답한 비율도 11.3%에 이르렀다. 이제 국민에게 통일은 반드시 필요한 당위적 사명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리 없는 통일 혹은 현상 유지를 원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점에서 실용적 득실을 고려한 안전한 선택을 선호했다.

6·25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나타났다. 북한의 핵무기가 어느 나라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이라고 답한 사람이 63.9%였다. 미국이 15.1%, 일본이 7%, "자위용으로 어느 나라에도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대답이 7%였다. 약 36%는 북핵이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서도 다시 세대별 차이가 나타나 50대의 73.3%, 60대의 74.5%가 한국이 가장 위협받는다고 답한 반면, 20대는 29.8%, 30대는 19%가 미국이 가장 위협을 받는 대상이라고 답했다.

50·60대에게 6·25전쟁은 공산세력과의 이념 전쟁이었으며, 그렇기에 통일은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는 당위적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6·25는 강대국과 남북한 정치세력의 갈등이 낳은 민족적 비극의 하나로 인식하는 20대에게 통일은 절박한 일차적 과제는 아니다. 또 통일을 반드시 원하지도 않으면서 북한이 우리를 겨냥한다고 인식하지도 않고 있어 동족도 적도 아닌 이중적 대북 감정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일과 대북 인식에도 성별 간의 차이는 있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 남성의 25.2%가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18.6%만이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또 여성의 경우 현 상태로도 좋다는 응답이 7.6%, 통일이 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응답도 7.8%로 나타나 남성보다 높았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의 경우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각각 14.2%, 14.7%로 매우 낮았고, 20대 여성의 8.9%, 30대 여성의 9.3%가 통일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답한 점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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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에 대한 인식

 

6·25는 민족의 비극이었지만, 미국·러시아·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이 첨예하게 충돌했던 국제적 사건이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 주변국들에 대한 인식은 국민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친근감을 느끼는 국가로는 응답자의 71.6%가 미국이라고 답했다. 2위는 중국이었으나 6.4%에 그쳤다. 향후 한국에 통일·안보 등 전략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도 71.9%가 미국이라고 답했다. 2위인 중국은 14%에 머물렀다. 많은 국민이 미국에 대해 현재와 미래에 대해 모두 우호적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산업화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처럼 주변 국가들에 대한 인식에도 세대 간 차이는 있었다. 특히 30대와 40대는 다른 세대와 차이를 보였다. 30대의 15.3%, 40대의 21.4%가 향후 중국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질문에 60대는 5.4%만이 중국이라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주한미군의 주둔 시기를 묻는 질문에도 나타났다. 40대의 34.3%가 '통일 이전이라도 미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답변했는데, 20대의 28.2%, 30대의 28.9%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반면 50대는 16.1%, 60대는 8.1%만이 '통일 전 미군 철수'에 동의했다.

주변국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는 세대별로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50대 이상의 국민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거나 냉전시대를 살아온 세대이다. 그들은 전후 복구와 산업화 과정에서 미국의 긍정적 역할을 목격했다. 그러나 30대와 40대는 달랐다. 40대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30대는 1991년 소련 해체와 탈냉전시대의 시작, 러시아·중국과의 수교, 학생 대표의 방북사건 등을 기억하고 있다. 30대와 40대가 앞선 세대에 비해 미국에 대해서는 다소의 반감을, 옛 공산국가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인식을 가진 것은 세대별로 공유된 집단적 경험 차이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6·25 60주년, 미국과 북한, 20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