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 논현동 고시원에서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방화·살인범 정상진(30)의 고시원 방에서 처지를 비관하고 범행을 각오하는 내용이 담긴 그의 일기장 4권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소방수에 젖은 채 발견된 정의 일기장엔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부터 잘못됐다. 몸과 두뇌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등의 비관과 "사람들이 싫다. 이제는 마무리를 할 때가 됐다"는 등 범행을 각오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은 또 "조국은 나를 버렸다. 이젠 필사의 항쟁뿐이다. 내 마지막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피로써 싸워 이기리라" "멋지게 끝내자. 마지막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이 내게 두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난 복권 100억원 당첨보다 이 지구를 우주의 먼지로 폭파시켜 달라고 할 것"이라는 등 세상에 대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정은 오래 전부터 강한 범행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정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정은 경찰 조사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2005년 회칼을 사서 살인을 준비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한때는 자살도 생각했다"며 "고시원비와 휴대전화 요금, (향군법 위반) 벌금을 낼 돈도 없어 '이렇게 살면 뭐 하나' 하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10/23 조선일보
-------------------------
- 고시원 살인범 일기장 공개… '아찔한 우리사회'
“난 종자가 않좋다”..세상 비관과 증오로 가득
소방대의 살수로 물에 흠뻑 젖거나 불에 훼손된 정씨의 일기장 4권은 2005년부터 작성돼온 것으로 보이며 자신에 대한 비관과 세상에 대한 증오가 가득 차 있었다.
◇자신에 대한 비관 = 정씨는 일기장에서 “나는 잘못 태어났다. 존재가치가 없다”라는 말을 자주 되풀이했다.
여자 형제 4명은 각각 생년 차가 3년으로 부모의 계획에 따라 태어났지만 막내인 자신만 셋째와 9년이나 차이가 나는 등 우연히 탄생했다는 게 자기비하의 시초였다.
- ▲ 서울 논현동 고시원 방화 및 칼부림 현장에서 피의자 정모씨(30)가 수년간 기록한 메모 형식의 노트 서너권이 2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공개되고 있다. /뉴시스
정씨는 “그냥 낳고 보자는 식이었지, 종자가 좋지 않으니 삶이 좋을 수 있겠느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생쇼’만 하다가 가는 거야. 하는 일마다 한계에 부딪히고 ‘삑사리’나 나고. 나 같은 태생은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거야”라고 기록했다.
“몸과 두뇌가 제대로 된 것이 없다”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경찰은 이같은 비관이 중학교 때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으며 이후로도 계속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는 정씨의 진술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대한 증오 = “실패작은 폐기처분해야 한다. 신이 내게 두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난 복권 100억원이 당첨되는 것보다 이 지구별을 우주 속의 먼지로 폭파시켜달라고 할 것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바로 보여주는 기록으로 보인다.
정씨는 일기장 곳곳에는 “사람들이 싫다. 나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는지 모르겠다”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 이리 와봐. 난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어. 얼마나 내가 만만하게 보였으면...”이라고 적는 등 때때로 특정인을 지목하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정씨는 “조국은 나를 버렸다. 이젠 필사의 항쟁뿐이다. 내 마지막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무대포’ 정신. 악으로 깡으로”라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비관과 증오의 ‘실행’ = 정씨는 경찰 조사와 법원에서 이뤄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2005년부터 살인을 준비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씨의 일기장에서도 세상에 대한 증오를 실천하려고 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일기장에는 “이제는 마무리할 때가 됐다”, “나의 피로 조금이나마 자극이 될 수 있다면 난 서슴없이 이 한 몸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 “지구의 모든 불쌍한 이를 위하여 기꺼이 희생하겠다” 등의 기록이 등장했다.
특히 정씨는 “바람과 함께 나타나 바람과 함께 사라짐. 라스트 포인트 게임종료. 내 인생 마지막 하이라이트. 멋지게 끝내자. 마지막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이라고 적었다.
정씨는 경찰에서 2005년 개봉한 한국 액션영화 ‘달콤한 인생’을 본 뒤 폭력배인 주인공이 멋있게 보여서 회칼과 과도 등 범행도구를 사들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예전부터 강한 범행 의지를 품고 발전시켜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시원 투숙자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가 ‘시한폭탄’과 함께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8/10/23 연합뉴스
'상담 > 상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 (0) | 2008.11.09 |
---|---|
개신교 '기독교인 자살' 대안 마련 세미나 열어 (0) | 2008.11.06 |
기독교인 최진실 씨 자살 정신분석적 이해 (0) | 2008.10.19 |
사랑의 유형과 구셩요소- 스탠버그의 삼각형이론 (0) | 2007.11.26 |
네 가지 인생의 동반자 (0) | 2007.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