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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도비 옮긴다

하마사 2008. 6. 10. 15:26
  • 수난의 '삼전도비(碑)'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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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까지 원래 자리 근처인 롯데월드 뒤편으로 이전
  •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입력 : 2008.06.09 23:10 / 수정 : 2008.06.10 06:55
    • 한국 역사상 커다란 '굴욕의 상징'인 삼전도비(三田渡碑·사적 101호)가 현재의 위치에서 북서쪽으로 1㎞ 정도 떨어진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입구 근처로 옮겨간다.

      문화재청은 "최근 열린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회의에서 '삼전도비의 이전(移轉)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9일 밝혔다. 사적분과 위원장인 한영우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그 동안 이전 결정을 하지 못했던 것은 원래의 장소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번엔 상당히 정밀하게 고증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289의3번지 주택가 속에 있는 삼전도비는 석촌호수 서호(西湖) 북동쪽 녹지대로 이전될 전망이다.〈지도 참조〉 이곳은 국내 대표적 놀이공원인 롯데월드 건물 바로 뒤편이며, 서호 한가운데 있는 롯데월드의 매직아일랜드와도 인접한 지점이다. 이연주 송파구 문화체육과장은 "서울시 공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문화재청의 예산 지원을 받아 내년 상반기까지 이전을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파구는 새로 비각을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으며, 예산은 1억~2억원으로 잡고 있다. 인조(仁祖)의 항복 광경을 묘사한 비석 옆의 동판은 1983년에 세워진 것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문화재위원회의 판단을 근거로 철거된다.

      높이 5.7m의 이 비석은 1639년(인조 17년) 병자호란에서 패한 조선이 청 태종(淸太宗)의 요구에 따라 그의 공덕을 적어 세운 비석이다. 오랜 세월 동안 백제고분로 등에 방치된 탓에 원래의 자리는 알 수 없게 됐고, 1983년 현재의 위치인 근린공원 안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누군가 붉은 스프레이로 훼손하는 등 사람들로부터 끝없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사적 주변 100m 이내의 건물이 신축 높이 제한을 받는 등의 규제로 인해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송파구는 2003년부터 문화재청과 서울시에 비석 이전을 요청해 왔다.
    • 송파구로부터 용역을 받은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는 문헌과 옛 지번도, 주민의 증언 등을 통해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보고서에서 '비석의 원래 위치는 매직아일랜드 옆인 석촌호수 서호의 북동쪽 수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호숫물을 퍼내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 갖다 놓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가장 인접한 지점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1983년 그곳에 비석을 세웠다는 사실도 이미 역사의 일부인데, 개발 때문에 원래의 자리도 아닌 곳으로 사적을 옮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1639년 병자호란의 패전의 국치를 상징하는 사적 101호 삼전도비. 1983년 지금의 서울 송파구 석촌동 자리에 세워진 뒤 2007년 2월 '스프레이 테러'를 당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2009년 상반기까지 원래의 자리(석촌호수 서호 한복판)와 가까운 석촌호수 서호 북동쪽 녹지대로 이전되며, 항복 광경을 묘사한 동판(1983년 건립)은 철거될 예정이다. /유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