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이번에도 선진국 초석 못 쌓으면 기회는 없다
이명박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건국 60년을 지나)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건국 후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 세계 역사에 유례가 드문 기적을 이룩했다. 이제 우리가 넘어야 할 마지막 장벽은 선진국 진입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벽 앞에서 대한민국은 주저앉아 우리끼리 싸우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선진국으로 가는 열차는 승객을 마냥 기다려 주지 않는다. 체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한때 선진국 문턱까지 갔던 나라들은 한번 열차를 놓친 다음엔 중진국 역에 그냥 머무르지도 못했다. 우리가 앞으로 5년마저 타성 속에서 지나 보낸다면 선진국 문 앞에서 추락한 국가들의 대열에 '대한민국'이란 이름 하나를 더 보태고 말 것이다.
앞으로 10~20년 사이에 세계는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세계화와 지식산업으로의 재편이란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지금의 선진국들조차 추락할 판이다.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국가적 에너지를 떨어뜨리기 전에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을 쌓아야 한다. 20년 안에 중국은 경제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가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앞으로 20년 안에 북한은 급변할 수밖에 없다. 그때를 대비하는 데도 시간은 부족하다.
그러나 역사상 서구를 제외하고 중진국에서 선진국 문턱으로 넘어간 나라는 일본 하나밖에 없다. 이렇게 선진국 되기가 어려운 것은 선진사회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계획을 세워서 발전시키는 데에선 그 한계에까지 온 나라다. 선진국은 국민과 나라가 안전하게 잘사는 나라이지만, 그에 앞서 사회에 법과 질서가 살아 있는 나라다. 이제 넘어야 할 진짜 문턱은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보다는 책임, 권리보다는 의무, 나보다는 남, 주장보다는 배려, '맘대로'보다는 예의·품격을 생활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선진국 진입에 실패한 중진국들은 모두 이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부닥친 노사, 교육, 계층 문제 등 모든 갈등들의 원인과 해법도 결국 이 문제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 앞에는 선진화의 문을 연 대통령이 되든가 아니면 막차마저 놓친 대통령이 되든가 하는 양 갈래의 길만 놓여 있다. 어느 쪽이냐는 결국 대통령이 책임, 의무, 남에 대한 배려, 품격과 같은 어렵고 힘든 덕목을 앞장서 실천하고 희생할 수 있느냐, 그래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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