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발병 알린 뒤 연구실에서 숨져
“교수님, 직장암 말기입니다. 즉시 휴직하시고 치료에 전념하셔야 합니다.”
“…. 아닙니다. 죽더라도 강단에서 죽어야죠. 이번 학기 수업만 마치고 수술 받을게요.”
지난 10월, 암 선고를 받은 이후 의사의 충고를 뒤로하고 강의에 전념했던 한 교수가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연구실에서 끝내 숨졌다. 성균관대 법과대 이기용(50·사진) 교수는 지난 5일 오후 2시45분 ‘담보물권법’ 마지막 강의를 마친 후 연구실로 돌아온 지 3시간 만에 쓰러졌다. 동료 교수와 환담을 나누던 중이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가족들이 달려온 뒤인 오후 3시30분쯤 그는 숨지고 말았다. 병원에서 밝힌 사인(死因)은 ‘극심한 체력 소진으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이었다. 2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세 과목의 강의에 남은 체력을 쏟았던 탓이다.
“이번 학기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사실은 내가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서…. 더 열정적으로 수업을 못해 미안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거니까, 여러분도 건강 잘 챙기세요. 나도 1월에 수술하고 완쾌할 테니, 그때 다시 봅시다.”
이날 그는 오전 9시부터 계속된 3시간의 마지막 강의를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가 암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고 충격을 받은 학생들은 그의 쾌유를 비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곧이어 비보(悲報)를 접해야 했다.
“세상에 다시 없을 것처럼 정이 많으신 분이었는데…. 내년 여름엔 다 같이 캐나다 여행 가자고 하셨는데….” 법대 조교 최경환(여·32)씨는 울먹이며 말을 맺지 못했다. 최씨는 “교수님은 누구에게나 자상한 이웃집 아저씨 같으면서, 학문적으로는 매우 날카로우셨던 학자였다”고 말했다. 법대 박광민 교수는 “이 교수는 학자로서의 소명이 강해 ‘죽더라도 강단에서 죽겠다’는 말을 해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성대 법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이 교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학생·동문들의 추모 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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