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9.18 00:32 / 수정 : 2007.09.18 02:21
- ▲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14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산업계의 다음 물결이 무엇이든지 간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기술 인력을 키워내는 데 주력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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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셴룽(李顯龍·55) 싱가포르 총리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불확실한 시대에 계속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지도층뿐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기존 틀을 벗어나 생각하는(think out of box)’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로 총리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리 총리는 지난 14일 한국언론으로선 본지와 처음 가진 인터뷰에서 “21세기 산업계에 어떠한 새 물결이 일더라도, 곧장 투입될 수 있는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싱가포르의 대통령궁인 이스타나(Istana) 내 총리 공관 2층에 있는 50~60㎡ 크기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집무실엔 책꽂이와 소파, 책상 외엔 별다른 장식품이 없었다. 다음은 리 총리와의 인터뷰 요지.
―총리가 된지 3년이 지났는데, 어떤 리더십을 추구하는가.
“무슨 문제든 대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싱가포르인의 평균 나이는 37세다. 인구의 절반 이상은 독립(1965년 8월) 이후에 태어났다. 내가 얘기하는 것이 이 젊은 세대에게 공감이 돼야 한다. 또 사안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본다. 인구 성장(현재 가구당 1.24의 낮은 출산율)문제는 20년 뒤, ‘싱가포르인’의 아이덴티티(정체성) 문제는 한 세대 이후를 본다.”
―이미 세계화한 도시인데, 어떤 아이덴티티가 필요한가.
“우리는 역사가 짧고(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했다), 인구도 중국계·말레이계·인도계 등 3개 주요 민족이 공존한다. 계속 나라로서 살아남아 성공하려면 싱가포르에 자부심(pride)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 아이들을 계속 싱가포르인으로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
―인구가 적어(450만 명·싱가포르 국적 320만 명), 비전이 있는 지도자라면 국민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까.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큰 나라들은 싱가포르보다 ‘실수할 수 있는 여유(margin for error)’가 더 있다. 싱가포르는 잘못되면 온 국민이 곧바로 전세계로 흩어질 수 있다. 소국에겐 (올바른 정책 결정이) 더 도전적이다.”
―평소 ‘틀을 뛰어 넘어 생각하는’ 사회를 외치는데….
“지금까지 우리는 교통체증 해소든, 식수 공급이든 문제 해결에 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금의 모든 해법이 결코 내일의 문제에 대한 해법이 결코 될 수 없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사회에선 국민의 상당수가 스스로 내일 이후를 생각하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하게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실패에 대한 관용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실패’라면 다시 시도하도록 격려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흔히 경쟁력, 효율성을 떠올리게 하는 싱가포르의 동력(動力)은 무엇인가.
“위기 의식이다. ‘아주 특별하지 않으면 소국이라서 매우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의식이다. 우리가 지닌 환경적 약점을 보완하려면 우리는 늘 탁월해야(outstanding)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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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부의 분배 중 어느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
“성장부터 시작해야 한다. 성장하지 않으면 ‘공평한 궁핍(equal misery)’을 맞게 되는데, 그 공평한 궁핍에서조차 일부는 다른 사람보다 더 갖게 된다. 마오쩌둥 시절의 중국 최고위층과 대중과의 격차는 엄청났다. 물론 정부는 개인이 오를 수 있을 만큼 사회적 사다리를 오를 수 있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국제 무역·금융·보험·운송의 허브(hub)인데, 21세기에는 어떤 산업에 주력할 것인가.
“하나로 대답하기는 참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광범위한 산업계의 바람(wind) 속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을 젊은이들에게 제공하려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새 바람을 잡으면, 우리도 바로 그 흐름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질적으로 매우 우수한 노동력과 지식, 기술, 근무 사기를 요구하는 분야에서 강하다. 또 가족이 함께 살고 싶어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매년 3만명의 외국인이 영주권을 취득한다. 한해 신생아 수가 3만5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숫자다. 금융 분야는 여전히 우리가 이점이 있고, 신뢰할만한 수준의 공무원 조직이 있다. 가전 제품 공장 유치, 석유화학 공업 조성, 바이오 메디신 등의 분야에서 계속 경쟁력이 있다.”
―교육을 많이 강조하는데 왜 대학 수는 적나.
“현재 3개의 국립 대학이 있고, 1개의 사립대학이 있다. 하나 더 지으려 한다. 우리는 교육이란 ‘실제로 직업을 찾아 일을 하는데 쓰이는 기술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본다. 대졸자는 많지만 소지한 기술이 쓸모없어 실업자가 되는 것을 다른 나라들에서 본다. 그래서 매우 탁월한 대학 부문 외에, 폴리테크닉스(고급직업 전문학교) 부문을 강조한다. 폴리테크닉스에서 배우는 것은 바로 산업계에서 원하는 것이다. 물론 이 졸업증을 갖고 나중에 대학에 가서 더 공부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고교생의 27%가 대학에 간다.”
―카지노가 포함된 2개의 복합 리조트 건설이 진행 중인데, 싱가포르의 절제된 사회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지 않나. 왜 필요한가.
“관광 산업의 본질이 바뀌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리조트 비즈니스를 보라. 이 산업은 엔터테인먼트·국제회의·식료품 산업·소매·유통·가족 여흥 등의 결합체다.
또 저가 항공이 생겨서,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등지를 쉽게 갈 수 있다. 주말에 크루즈 선박을 타고 공해에서 도박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 질문은 우리가 여전히 ‘노(no)’라고 할 수 있느냐, 또 ‘노’라고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도박에 ‘노’라고 한다면, 싱가포르 경제에 매우 가치가 있고 우리가 우월성을 갖춘 이 리조트 산업에 ‘노’라고 하는 것이다.”
―일찍부터 여러 나라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했는데, 비록 산업 환경은 다르지만 한국에 조언한다면.(싱가포르는 미국·일본·유럽연합·뉴질랜드 등과 10여건의 FTA를 체결했다)
“양자(兩者)무역협정은 WTO(세계무역기구)의 다자간(多者間) 무역협정보다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따라서 WTO 체제를 보완해서, 주요 무역국과 양자간 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
우리는 금융·은행 분야에서 10년 전 미리 개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미리 개방해야, 더 경쟁적일 수 있다. 정부가 가격이나 규칙을 정해 ‘이래라 저래라’ 규제하고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위험 부담을 갖고 선택하는 것(caveat emptor)이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산업이 더욱 경쟁적이 되고 우리 소비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양복 상의를 벗었으므로 기자도 편안하게 상의를 벗을 것을 제안했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가 너무 ‘경쟁’ ‘효율’만 강조하는 사회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한국이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자신이 서울 인근의 한 가전제품 공장에서 목격한, 근로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냉장고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웃음과 제스처를 써가며 재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는 오래 일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영리하게(smart) 오래 일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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