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8.31 22:44
- ▲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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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납치와 석방의 과정은 21세기 한국인으로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대한민국 시민, 즉 한인(韓人)으로 산다는 것은 기록된 역사 이래 한반도에서 삶을 일구었던 생명들로서는 가장 행복하고 활달한 삶이다. 이 땅에 인간생명을 유지해온 존재로서 왕권과 귀족의 노예, 외세 지배의 노예, 독재의 노예, 관습의 노예, 절대빈곤의 노예에서 해방된 삶을 유지하는 것은 1945년 이후 한반도 남쪽의 4800만 한인이 처음이다.
4800만 대한민국 시민, 자유·복지·다원·개방·세계화된 한인으로 해서 한민족의 통일도 꿈꿀 수 있고, 선군정치와 유일사상의 노예가 된 2200만 북한 동포의 인간화, 즉 시민사회화를 기획할 수 있고, 근대의 비극으로 안겨진 중국·일본·러시아·사할린·중앙아시아의 교포들이 조국, 고향으로의 귀향점을 찾게 되었다.
한반도와 전 세계 170여 개국에 흩어져 있는 7500만 한민족은 대한민국 시민, 한인의 세계화로 인해 역사상 처음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땅에서 출발한 제품과 기술과 문화와 정보가 지금처럼 세계를 향한 적이 없다. 장보고, 고선지, 혜초, 원광 등 과거에도 세계를 무대로 한 선인들의 활동이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한 사람에 의한 일회성 영웅적 기록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한인의 활동은 지구를 덮고 그 스케일도 일회적인 것으로 그칠 수 없는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다. 예술, 과학기술, 외교, 종교, 인도적 봉사, 스포츠 등 각 부문의 세계무대에 한인 글로벌 엘리트들의 군집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아주 풍자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은 망해도 뉴욕, 로스앤젤레스, 오사카, 도쿄, 두바이, 프랑크푸르트, 파리, 칭다오, 홍콩, 싱가포르, 상파울루,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인 공동체는 더욱 발전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2세대 한인의 대한민국 건국 과정과 해외진출의 성취는 세계 어디든 자유와 개방과 휴머니즘과 미래가 있는 곳에는 한인의 자유와 다원과 의욕이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한인이기 때문에 정부의 경고를 듣지 않고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러 아프가니스탄에도 갈 수 있었다. 한인의 자유와 개방과 다원성이 대한민국 인구의 30%를 크리스천으로 만들고, 불과 1300만 교인들이 1만6000명의 크리스천 선교사를 파송(派送), 세계 2위 선교국이 되었다. 우리보다 인구도 훨씬 많은 전통 크리스천 국가들인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영국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140개 국가에다 이슬람권만도 70여 명 가까운 선교사가 나가 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선교국가가 되기를 선포하는 교파도 있고 ‘크리스천 팍스 코리아나’(‘한국기독교에 의한 세계 평화’ 또는 ‘한국기독교의 세계 패권’쯤으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를 선언한 교계 지도자도 있다. 다른 종교, 불교, 원불교의 선교 열기도 이에 못지않다. 그런 꿈이 진실이고 절실한 것이면 해외선교에서 순교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 한말 대원군에게서 받은 핍박을 이유로 본국(프랑스)에 원군(援軍)을 청하는 그런 제국주의식 선교일 수는 없다.
한인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 역사의 자로 재면 단군 이래 가장 자유롭고 유복한 시민의 삶이고 지구촌 엘리트를 무더기로 배출한 영광의 삶이다. 그러나 세계적, 절대적 자로 재면 한없이 겸손해야 하는 삶이다.
국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140개국에 선교를 나갔으면 국가에 폐를 끼치지 않을 만큼 순교를 각오해야 한다. 2200만 북한 동포를 자유와 복지와 개방의 문명세계로 이끌고 통일을 이루려는 것이 진정한 한인의 꿈이라면 이 역시 순교라 할 만한 경건, 절약, 이타의 사랑이 있어야 한다.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기 전에 당신이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은 케네디 대통령 취임사의 명제는 특히 한인들의 명제이다. 특히 지도자들의 명제이다.
우리는 자유(종교 자유), 통일, 평화, 세계화를 너무 쉽게 말한다. 자유, 복지, 개방, 다원의 좋은 가치일수록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인 하나하나가 미국·중국·일본·러시아·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소말리아를 소화할 능력을 가질 때까지 계속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인으로 산다는 것이 순교를 각오할 만큼 경건, 성실, 희생해야 하는 까닭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조선일보(2007.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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