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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학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가치관을 가진 요즘 세대는 학벌 같은 문서상의 조건보다는 특정 직업을 고려해서 배우자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하면서도 당연한 변화라고 본다. 학벌은 한 번 정해지면 평생 달고 다녀야 하는, 원판불변의 법칙과 같은 것이지만 직업은 얼마든지 노력으로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의 근거가 되는 직업은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상담을 많이 하는 약사는 상대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고, 박사나 연구개발직은 혼자 연구하는 직업적 환경으로 인해 자신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끌어가는 편이다. 이처럼 직업은 ‘돈을 얼마나 번다’는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업무 특성, 근무환경, 사회적 시선 등으로 인해 개인의 성격과 가치관의 변화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직업적 특성, 직업 궁합 등을 고려해야만 성격적으로도 서로 잘 맞고 원만한 결혼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17년 동안 1만3000쌍의 결혼을 성사시키면서 느낀 점은 같은 직업, 혹은 상호보완적인 직업끼리 만나면 특별한 예외의 상황을 제외하고는 이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직업 안정성이 높고, 보수적 성향이 강한 교사 직업군은 교사 또는 기타 공무원(공기업 포함)과 잘 어울리고, 자영업 남성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종사 여성들과 잘 맞는다. 교사는 여유시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사는 직업적 스트레스를 서로 이해한다는 이유에서 직업간 결혼이 많은 편이다.
반면, 전문직 여성이 일반 급여소득 남성을 만난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조건이 좋아야 한다는 ‘남고여저(男高女低)’의 사회 정서와 어긋나기 때문에 서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직 여성은 같은 전문직 남성을 만나는 것이 무난하다.
하지만 직업을 교사, 회사원, 영업직 같이 고정된 개념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무엇이며, 어떤 사람들을 주로 만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 보다 포괄적이면서 깊이 있게 파악해야 상호이해가 기반이 된 조화로운 남녀관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웅진 ㈜좋은만남선우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