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결심… 기업해 번 돈으로 실천
“캄보디아 홍수땐 세운 교회가 피난처 됐죠”
입력 : 2007.03.21 23:42
- ▲채의숭 장로는“’100개 교회를 짓겠다’는 것은 불가능할 줄 알았던 꿈이었는데 10년쯤 후면 가능할 것 같다”며 웃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 “평생 교회 100개를 짓겠다는 꿈의 절반쯤 이뤘습니다. 앞으로도 위험하고 어려워도 교회가 꼭 필요한 나라와 지역에 교회를 계속 지어 봉헌할 것입니다.”
한 기업인이 고등학생 때의 꿈 ‘교회 100개 건설’을 이뤄가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대의그룹 채의숭(68) 회장이다. 그는 지난 90년부터 세계 15개국에 크고 작은 교회 45개(국내 6개 포함)를 건축했다.
화양감리교회 장로인 채씨가 ‘교회 100개 건설’ 꿈을 키운 것은 초등학생 시절 고향(충남 보령)에서 교회 재건축과정을 지켜보면서부터이다. “보령에 하나밖에 없던 우리 교회를 다시 짓는 데 당시엔 교인들이 몇 년씩 걸려 돌 하나, 벽돌 한 장씩 모아서 지었습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신앙생활을 하던 저로서는 어린 마음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자 보람 있는 일이 교회 짓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채 장로는 고교시절 교회 건설과 함께 두 가지 꿈을 더 목표로 삼았다. ‘박사가 돼 대학교수가 되는 것과 큰 회사 사장 되는 것’이었다. 가난한 농촌 가정의 6남매 중 장남으로선 둘 다 쉽지 않은 목표였다. 그는 1984년 경제학박사가 되고 그 해 대우아메리카의 사장에 오르고 2001년엔 겸임교수가 됨으로써 첫 번째, 두 번째 꿈을 이뤘다.
셋째 꿈인 ‘교회 100개’ 실현은 1990년부터 시작됐다. 1985년 창업한 후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스리랑카에 교회 짓기를 주도한 것이다. 무려 5번이나 현지 주민들이 철거하는 반대 속에 1992년 완공된 교회가 모태가 돼 지금은 현지에 15개 교회로 확산됐다. 채 장로는 “그 후 17년 동안 설과 추석연휴를 국내에서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교회건물이 필요한 해외 현지를 답사하거나 완공된 교회의 봉헌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비교적 장기간 시간을 낼 수 있는 연휴를 반납한 것이다.
교회 건축을 지원하는 기준은 현지 선교사의 요청을 받은 곳 중 기독교의 선교가 어려운 곳을 우선 순위로 삼았다. 그렇지만 사업이 늘 순탄한 것은 아니어서, 수해와 화재로 공장이 폐허가 되기도 했고, 납품하던 대우그룹의 부도로 휘청 할 때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1997년엔 뇌출혈을 겪기도 했다. 채 장로는 “사업이 완전히 망할 위기에서도 적금을 깨 추수감사절 헌금으로 바치기도 했다”며 “매번 위기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고 교회건축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오스에선 한센병 환자들이 “감염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예배당을 지어달라”고 해서 환자 자녀들을 위한 교회를 따로 건축해 주기도 했고, 캄보디아에서는 어렵게 건축해준 교회건물이 대홍수 때 ‘노아의 방주’처럼 주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채 장로는 “무엇보다 어렵게 건축해 준 교회가 모태가 돼 해당 지역에 교회와 교인이 늘어나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채 장로는 이런 자신의 사연을 모은 책 ‘주께 하듯 하라’(제네시스21)를 펴내고 27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최근 채 장로는 새로운 꿈 하나를 더 꾸고 있다. ‘세계선교센터’ 건립이다.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우리 선교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외국인 목회자들을 위한 재교육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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