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 의심하라 모든 광명을!”
시인 유하의 시 ‘오징어’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바다로 배가 나아갑니다. 그리고 배위에 설치된 집어등(集魚燈)을 일제히 켭니다. 오징어들은 밤바다에 햇살처럼 내리쬐는 빛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끼를 덥석 뭅니다. 시인은 곳곳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집어등’을 본 겁니다. 미끼는 가짜 빛. 빛나는 게 모두 황금은 아닙니다.
“의심하라 모든 광명을!”
인생 미끼에 걸리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태어난 사명을 굳게 바라볼 때입니다. 세례 요한에게 사람들이 다가와 큼직한 말, 미끼를 던집니다. “당신이 혹시 메시아가 아닙니까.” 집어등보다 더 큰 유혹, 강렬한 미끼입니다. 요한은 그때 자신이 메시아라 말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은유적이고 애매한 말과 신비주의로 자신을 감쌀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요한이 모든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물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풀거니와 나보다 능력이 많으신 이가 오시나니 나는 그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눅 3:16)
자신은 메시아가 아니고, 메시야의 길을 예비하는 사명 속에 태어난 것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집어등 불빛이 아무리 강렬해도 미끼에 걸리지 않은 것입니다. 유혹의 빛보다 더 강한 진리의 빛 속에 살 때 승리합니다.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그래픽=이영은 기자
-국민일보 겨자씨,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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