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봉호 박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손 박사님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2년 미국 필라델피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유학했습니다.
기숙사를 배정 받았는데 2명이 사용하는 방이었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온 친구가 룸메이트였습니다. 방에는 책상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창문 쪽의 밝은 책상이고 하나는 구석 쪽의 어두운 책상이었습니다. 누구나 밝은 책상을 원하겠지요.
하지만 먼저 온 캐나다 친구는 어두운 곳에 있는 책상에 자신의 책을 꽂아놓았답니다. 그리고 손 박사님보다 키가 훨씬 크지만 이층침대 위 칸에 자신의 짐을 올려놨더랍니다. 덩치가 큰 서양인에게 아무래도 위쪽 침대는 불편한데도 말입니다. 손 박사님은 미안한 마음에 “책상이나 침대 중 하나는 불편한 것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친구는 “내가 먼저 왔으니 나에게 선택권을 달라”면서 한사코 반대했답니다. 이후 두 사람은 학교에서 가장 사이좋은 룸메이트가 되었습니다. 먼저 양보하는 자세로 살아가니 사이가 좋을 수밖에요.
55년 전 일입니다. 아직도 노(老)학자의 마음에는 그때의 감동이 남아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이런 삶이 아닐까요. 양보하고 손해 보는 삶, 그래서 최고의 룸메이트가 돼주는 삶 말입니다. 그것이 소금과 빛으로 살라는 주님의 뜻이겠지요.
<글=박성규 부산 부전교회 목사, 삽화=이영은 기자>
-국민일보 겨자씨, 2017/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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