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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다문화·북한이탈 청소년들과 ‘희망’을 말하다

하마사 2016. 6. 29. 09:52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꿈은 이루어져요”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다문화·북한이탈 청소년들과 ‘희망’을 말하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꿈은 이루어져요” 기사의 사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역사문화공간 ‘세종이야기’에서 다문화·중도입국·북한이탈주민 등 이주배경청소년들과 붓글씨 체험을 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인 지난 25일 낮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 강은희(52) 여성가족부 장관이 깜짝 등장했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였다. 강 장관은 다문화·중도입국·북한이탈주민 등 12명의 이주배경청소년들과 격의 없는 대화 시간을 가졌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4월 20일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 설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주배경청소년들과 짧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바쁜 일정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던 강 장관은 “조만간 다시 만날 기회를 갖자”고 약속했고, 두 달여 만에 이 약속을 지켰다. 점심식사를 함께하면서 이주배경청소년들은 한국생활의 어려움과 펼치고 싶은 꿈과 고민을 강 장관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다문화가정 청소년 오모(19)군은 “장관님께서 다시 만나자고 하셨지만 정말 이런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며 “사소한 약속도 잘 지키시는 것을 보니 우리의 고민도 잘 해결해 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멕시코 출신 중도입국자 A양은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 어렸을 때부터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다”며 “모델을 겸한 방송인이 되는 게 꿈인데 한국말이 서툴다. 교회에 나가 하나님께 기도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온 고등학생 차모(17)군은 “북한에 있을 때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니 미래의 꿈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군은 “12세 때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셨는데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되겠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병원을 지어 어려운 사람을 도울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호텔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파키스탄 크리스천 청소년은 “어릴 때부터 호텔리어를 꿈꾸고 기도해왔는데 호텔에 자리가 나지 않아 걱정이다. 어떻게 하면 호텔에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중국동포 자녀로 한국에 온 B군은 “한국에 온지 2년 정도 됐다”며 “한국어등급시험을 통과하고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받아 한국체류 비자를 연장 신청할 것이다. 붙을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는 C군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논란”이라며 “학교 내 체벌금지 등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어머니의 나라 일본에 가서 공부하고 미국에 가서도 공부해 소외 이웃을 돌보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의과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D양은 “동생이 발달장애가 있는데 치료방법이 없다”며 “국제보건기구(WHO)에 들어가 의료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데 배고픈 직업이라고 말리는 사람이 많아 지금은 취업해 돈을 벌고 나중에 소설을 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자신도 적지 않은 역경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강 장관은 30대 초반 둘째 아이를 낳은 지 100일밖에 안 된 상황에서 사업에 실패해 거리로 나앉게 됐던 상황을 설명했다.

“손에 20만원밖에 없었습니다. 당장 거처할 곳이 없었는데, 추운 겨울에 식당하시는 부부의 호의로 낡은 한옥 집에 겨우 들어갔고 거기서 재기할 수 있었어요.” 

그는 “바닥을 치고 나면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실패했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포기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사를 할 때는 잘 가르치는 일에 집중했고, 사업할 때는 제품 만드는 일에, 국회의원을 할 때는 법안 만드는 데, 지금은 장관업무에만 집중한다”며 “여러분도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원하는 꿈을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고 청소년들이 입을 모으자 강 장관은 “형편이 좋다고 모두 남을 돕지는 않는다. 에티오피아가 과거 6·25전쟁 때 참전을 했는데 왕실군대를 보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마음의 일부를 떼어주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주배경청소년들은 입국 후 여성가족부가 2006년 설립한 무지개청소년센터의 도움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센터는 한국어교육과 진로교육, 직업체험 활동 등 이주배경청소년들의 국내 정착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총 3만5000여명이 센터를 다녀갔다. 정부는 2006년 4억원에서 올해 28억원 수준으로 지원예산을 크게 늘렸다. 

한편 강 장관은 오찬에 앞서 청소년들과 함께 광화문 지하에 있는 역사문화공간 ‘세종이야기’로 이동해 한글의 창제과정과 제자원리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붓글씨 체험을 했다.

 

-국민일보, 2016/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