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과 함께 '통일 사다리' 놓자] [2] 어떤 창업 지원 제도 있나
햇빛플러스 적금·미래행복통장… 창업자엔 홍보·자재비 지원해줘
高大, 탈북민 창업프로그램 운영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 창업을 돕기 위한 몇 가지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햇빛플러스 매칭 적금'은 창업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된다. 탈북민 본인이 한 달에 50만원 한도에서 적금을 넣으면 하나재단에서도 탈북민 적금액만큼 지원금을 적립해주는 제도다. 3년 동안 월 50만원씩 넣으면 본인이 낸 금액(1800만원)에 같은 액수인 재단 지원금(1800만원)이 쌓여 종잣돈 36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돈으로 창업 때 점포 임대료나 시설 구입비를 충당할 수 있다. 다만 2014년 11월 29일 이전에 입국한 탈북민이 지원 대상이며, 창업하려는 분야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신청 자격이 생긴다. 2014년 11월 29일 이후에 입국한 탈북민은 '햇빛플러스 매칭 적금'과 비슷한 '미래행복통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창업한 사람은 경영 개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홍보·마케팅, 소규모 시설 개·보수, 점포 운영에 필요한 자재 비용으로 150만~250만원 범위에서 차등 지원된다. 지원받은 지 3년이 지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월 최대 10만원 세무 이용료(기장료)도 받을 수 있다. 연 2회 창업 교육도 한다. '햇빛플러스 매칭 적금'을 지원받아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창업한 사람 모두가 지원 대상이다. 이와 관련한 문의는 남북하나재단 자립지원부(02-3215-5773)로 연락하면 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개설한 '소상공인 사관학교' '신사업 사업화 교육' '소상공인 경영 역량 강화'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소상공인지식배움터(edu.sbiz.or.kr)를 통해 온라인 창업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민간 차원의 탈북민 창업 지원 사업도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의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미소금융과 연계해 예비 창업자에게 임차 보증금을 최대 3000만원 무담보·무보증으로 빌려준다. 이 돈을 12개월 이상 연체 없이 상환하면 추가로 운영 자금(최대 2000만원)도 빌려준다. 기존 창업자는 경영 개선 자금(최대 2000만원)을 신청할 수 있다. 3% 금리로 5년 동안 갚으면 된다. 6월 15일까지 신청받는다(문의 02-727-2482~3).
고려대도 지난해 '탈북 주민 창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올해 초 1기 수료생 18명이 배출됐고 이 가운데 6명이 창업 자금 2000만~4500만원을 지원받았다. 단국대는 작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IBK기업은행과 탈북민 창업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단국대가 탈북민을 상대로 창업 교육을 하고, IBK기업은행이 창업 자금을 빌려주며, 캠코가 사업 실패 때 채무 조정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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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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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사장님 1200명… "통일 후엔 사업 전도사"
인천서 만두업체 운영 崔대표 "月매출 1억 눈앞… 꿈같아요"
통일부는 30일 "국내에 현재 거주하는 탈북민 2만6000여명 중 1200여명이 창업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체제에서 평생을 살았던 탈북민들 중 1200여명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남한에 와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탈북민 자영업(창업) 비율은 4.9%로 우리 일반 국민의 자영업 비율인 15.4%보다는 아직 낮다. 그러나 남한에 처음 도착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사용할 줄 모르던 탈북자 가운데 1200여명이 '남한 사장님'이 된 것은 통일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희망을 가질 만하다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사회에서 창업에 성공한 탈북민은 통일 후 북한으로 돌아가 시장경제 시스템을 북한에 이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해주식 고기·김치만두를 만드는 탈북민 기업 해주부용식품은 월 8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 최창국(47) 대표는 "2005년 해주에서 목선을 타고 탈북할 때만 해도 남한에서 '사장님'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지난 2012년 창업한 회사가 이제 월 매출 1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 탈북민 직원 6명, 남한 직원 3명과 함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민 자영업(창업)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1.2%→2012년 2.4%→2013년 5.7%→2014년 6.1%로 늘었다가 지난해에 4.9%로 다소 떨어졌다. 지난해 감소는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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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미래다]
[탈북민과 함께 '통일 사다리 놓자'] [2] 창업으로 안착한 탈북민들
①기술을 익혀라
②법률문제는 신중히
③사전 평가 받아라
손씨는 "요즘은 한국에서 오래 사신 분들도 '어떻게 이런 매장을 찾아서 운영하게 됐느냐'고 물어보곤 한다"며 "어려운 점도 많았고, 잘못된 선택을 할 뻔한 적도 있었지만 세 가지 원칙을 지킨 덕에 지금의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중 첫째가 '기술을 익히라'는 것이다. 손씨는 "남한 종업원들이 탈북민 사장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사장이 가게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술에 능숙해야 일을 장악할 수 있다"고 했다. 손씨는 이후 창업 전에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해당 업종에 취직해 일해보는 걸 원칙으로 했다.
둘째는 '법률문제는 신중하라'는 것이다. 손씨는 "탈북민들은 한국 생활이 오래됐어도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계약·거래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법률문제는 혼자 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손씨도 법률문제 때문에 사기를 당할 뻔했다고 한다. 그는 한때 일하던 프랜차이즈 액세서리 가게 사장으로부터 가게를 인수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손씨는 본사에 문의했고 보증금 4000만원만 있으면 된다는 답을 받았다.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한 손씨가 계약을 하려는 순간 같이 갔던 친구가 담당자에게 "보증금을 받았다는 문서를 써달라"고 했더니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 손씨는 결국 친구의 만류로 계약을 하지 않았다. 해당 가게는 몇 달 뒤 폐업했다.
마지막은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그는 "찾아보면 탈북민의 눈높이에서 도움을 주는 창업 지원 센터나 창업 교육이 많다"며 "사업 자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등에 지원해 사업 아이템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라"고 말했다. 그도 수차례 사업계획서를 만든 끝에 한 창업 지원 센터에서 3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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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미래다]
[탈북민과 함께 '통일 사다리 놓자'] [2] 창업으로 안착한 탈북민들
- 옷 수선 가게 사장님 정혜영씨
"정부의 교육·주거 지원 큰 도움… 의상학 공부 위해 방송대 수업도
남한은 노력한만큼 대가 주는 곳
다른 탈북민에 기술 가르쳐주고 가게 차릴 때 도와주고 싶어"
지난 24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4층 에스컬레이터 옆의 3.3㎡(1평) 남짓한 옷 수선실에선 탈북민 정혜영(46) 사장이 수선을 맡기는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매장 앞에는 손님들이 맡긴 옷들과 리폼을 마친 청재킷·청치마 등이 가득 걸려 있었다. 매장에서 능숙하게 손님을 맞으며 재봉틀을 돌리는 정씨는 입국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탈북민이다.
그는 함북 청진의 김책제철소에서 근무하다가 1999년 북·중 국경을 넘었다.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삶도 고단하긴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통하는 중국인 남편을 만나 아들딸까지 낳았지만, 남편은 2008년쯤 암으로 사망했다. 정씨는 "남편도, 국적도 없는 중국에서 더는 살 수가 없었다"며 "아이들에게 '1년만 기다리라'는 약속을 하고 2014년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정씨는 입국 뒤 바로 탈북민 지원 단체가 실시하는 의류 수선·리폼 과정에 등록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정착하려면 반드시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후 1시쯤 학원 수업이 끝난 뒤에도 밤늦게까지 학원에 남아 재봉틀을 돌렸다. 방 한 칸 집에 혼자 있으면 중국에 두고 온 자식들이 그리워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 제철소에서 근무할 때도 인정받았던 정씨의 성실함은 남한 사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빠른 속도로 재봉 기술을 익혔고, 2014년 12월 롯데마트 서울역점 수선실의 직원으로 채용됐다.
일이 손에 익을 무렵 정씨에게 '기회'가 왔다. 서울역점 점주가 매출이 낮다는 이유로 점포를 내놓은 것이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정씨의 솜씨와 성실함을 잘 아는 학원 지인들도 "무모하다"며 반대했지만, 정씨는 자신을 믿기로 했다. 그는 "북한과 달리 남한에선 기술을 배워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못할 게 뭐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중국에 남겨둔 아들딸을 데려오기 위해서도 정착해야 했다. 정씨는 중국에서 15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 4000만원을 모두 투자했다. 성실이란 씨앗이 성공이란 열매를 맺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첫 두 달은 임차료와 직원 월급을 주고 나니 남는 돈이 없었다. 정씨는 "중국서 데려온 아이들은 대안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국가가 지원해준 임대아파트 덕분에 처음의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년 8월 점포를 처음 인수했을 때는 '북에서 온 사람이 남한 옷을 어떻게 고치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정씨는 "북에서 태어났지만 기술은 한국에서 배웠으니 맡겨만 달라"는 대답으로 일감을 끌어왔다. 고개를 갸웃하며 옷을 맡겼던 첫 손님들은 이젠 단골이 됐다. 일감을 소개해주는 손님도 생겼다. 매출은 인수 때보다 2배쯤 늘었다.
지금 정씨는 서울역점을 포함해 수선실 5곳을 관리하는 '진짜 사장님'이 됐다. 전체 직원 12명 중 6명이 정 사장처럼 탈북민이다. 그는 "앞으로 다른 탈북민에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가게 차릴 때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씨는 방송대 의상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올해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듣던 정씨는 "방송대 수업도 정부 지원 덕분에 무료"라고 했다. 그는 "단골손님, 정부의 교육·주거 지원, 노력한 만큼 대가를 주는 남한 사회가 고마워서라도 더 열심히 일해 은혜를 갚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다른 탈북민도 거창한 꿈에 집착하지 말고 무슨 기술이라도 익혀서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하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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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과 함께 '통일 사다리' 놓자] [2] 어떤 창업 지원 제도 있나
햇빛플러스 적금·미래행복통장… 창업자엔 홍보·자재비 지원해줘
高大, 탈북민 창업프로그램 운영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 창업을 돕기 위한 몇 가지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햇빛플러스 매칭 적금'은 창업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된다. 탈북민 본인이 한 달에 50만원 한도에서 적금을 넣으면 하나재단에서도 탈북민 적금액만큼 지원금을 적립해주는 제도다. 3년 동안 월 50만원씩 넣으면 본인이 낸 금액(1800만원)에 같은 액수인 재단 지원금(1800만원)이 쌓여 종잣돈 36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돈으로 창업 때 점포 임대료나 시설 구입비를 충당할 수 있다. 다만 2014년 11월 29일 이전에 입국한 탈북민이 지원 대상이며, 창업하려는 분야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신청 자격이 생긴다. 2014년 11월 29일 이후에 입국한 탈북민은 '햇빛플러스 매칭 적금'과 비슷한 '미래행복통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창업한 사람은 경영 개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홍보·마케팅, 소규모 시설 개·보수, 점포 운영에 필요한 자재 비용으로 150만~250만원 범위에서 차등 지원된다. 지원받은 지 3년이 지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월 최대 10만원 세무 이용료(기장료)도 받을 수 있다. 연 2회 창업 교육도 한다. '햇빛플러스 매칭 적금'을 지원받아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창업한 사람 모두가 지원 대상이다. 이와 관련한 문의는 남북하나재단 자립지원부(02-3215-5773)로 연락하면 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개설한 '소상공인 사관학교' '신사업 사업화 교육' '소상공인 경영 역량 강화'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소상공인지식배움터(edu.sbiz.or.kr)를 통해 온라인 창업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민간 차원의 탈북민 창업 지원 사업도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의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미소금융과 연계해 예비 창업자에게 임차 보증금을 최대 3000만원 무담보·무보증으로 빌려준다. 이 돈을 12개월 이상 연체 없이 상환하면 추가로 운영 자금(최대 2000만원)도 빌려준다. 기존 창업자는 경영 개선 자금(최대 2000만원)을 신청할 수 있다. 3% 금리로 5년 동안 갚으면 된다. 6월 15일까지 신청받는다(문의 02-727-2482~3).
고려대도 지난해 '탈북 주민 창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올해 초 1기 수료생 18명이 배출됐고 이 가운데 6명이 창업 자금 2000만~4500만원을 지원받았다. 단국대는 작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IBK기업은행과 탈북민 창업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단국대가 탈북민을 상대로 창업 교육을 하고, IBK기업은행이 창업 자금을 빌려주며, 캠코가 사업 실패 때 채무 조정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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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과 함께 '통일 사다리' 놓자] [2] '카작-산곡점' 유순애·진성씨
가게서 마술쇼·음악회·강연… 즐기는 소통 공간 만들어 성공
"탈북민=구걸, 인식 안타까워"
북한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유씨 남매는 6년 전 한국에 왔다. 순애씨는 중소기업에 취직했고, 진성씨는 세종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지난해 대학 졸업반이던 진성씨는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고려대가 주최하고 JP모건이 후원한 '탈북민 창업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진성씨는 교육 기간 창업 아이템으로 브런치 커피 전문점을 선택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순애씨도 동생의 창업을 돕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힘을 합쳤다.
올해 초 유씨 남매는 지인의 소개로 브런치 커피 전문점 '카작-산곡점'을 인수했다. 진성씨는 "한국에서 가게 사장님이 됐다는 설렘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업한 지 며칠이 지나도 손님이 오지 않았다.
이들은 커피만 팔아선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게를 동네 사람들이 소통하며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인테리어를 다시 하고, 무료 공연과 룸 대여, 유명 강사 초청 등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기업이나 개인이 만든 제품을 가게에 외상으로 가져다 놓고 판매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는 위탁 판매 서비스도 진행했다. 상품 위탁 계약을 했다가 사장이 탈북민이라는 것을 알고 "우린 자선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며 철회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성씨는 "우린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하자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 탈북민이라는 이름이 구걸의 대명사로 인식돼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유씨 남매는 물건 입점을 위해 회사 사장을 찾아 설득하고, 집까지 찾아가 사정했다. 동네에 전단을 돌리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가게 정보를 알렸다. 이 같은 과정이 몇 달 지속되자 사람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사람이 모이니 매출도 올랐다. 순애씨는 "탈북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정받는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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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미래다]
[탈북민과 함께 '통일 사다리 놓자'] [2] 창업으로 안착한 탈북민들
'하나재단' 전문위원 4명 활동… 매장 관리·마케팅 등 상담
3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아파트 상가. 25㎡ 남짓한 가게에서 탈북민인 김지현(44) 사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남북하나재단에서 출장 나온 윤원배(42) 상담 전문위원에게 질문을 했다. 김씨는 작년 9월 집 근처인 이곳에 수제 떡·케이크를 파는 '청진복떡공방'을 열었다. 당시에도 윤 위원의 도움으로 창업 자금 등을 지원받은 김씨는 수시로 윤 위원을 찾아 사업 조언을 구한다. 윤 위원은 "재단을 통해 식자재 납품하는 분들과 연결되면 거래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중·소형 마트에 납품하는 방법도 찾아보자"고 했다. 이어 "노인정이나 사회복지 시설에 신제품이나 생일 케이크를 기부하면 향후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단에서 마포구청이나 주민센터 등에 공문을 보내는 방안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가천대 교수이기도 한 윤 위원은 남북하나재단에서 고용한 탈북민 창업 컨설턴트 4명 중 하나다. 재단에선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창업한 탈북민을 상대로 밀착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비 창업자들에겐 입지 분석, 인·허가 사항 안내, 계약서 쓰는 법 등을, 이미 창업한 탈북민에겐 매장·고객 관리, 마케팅, 세무·회계 등을 상담해준다. 재단 웹 사이트(www.koreahana.or.kr)나 전화(02-3215-5773)로 상담을 신청하면 상담 전문위원이 유선 상담을 해준다. 이것으로 부족하면 상담 전문위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간다.
창업에 도전한 탈북민들을 많이 만나본 윤 위원은 무엇보다 '성급한 창업'을 경계했다. 그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창업해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데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탈북민에게 창업의 어려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며 "창업 관련 교육을 꼭 이수하는 등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라"고 했다.
-조선일보, 20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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